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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성 TV권력' 깨나 했는데… 김신영 돌연 하차 이유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 열차에~." 지난해 6월 KBS1 '전국노래자랑' 서울 도봉구 편 녹화 현장. 진행자 김신영(41)은 무대에서 '남행열차'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녹화 도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고 벼락이 치는 상황에 놀란 관객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남행열차'를 부르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해가 쨍 하고 뜨더라고요. 그때 관객분들께 '여러분 이게 '전국노래자랑'입니다. 비가 오고 벼락이 쳐도 우리 같이 노래 부르고 있으면 해가 뜹니다'라고 말했죠." 김신영이 지난해 가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들려준 얘기다. 그렇게 '일요일의 막내딸'로 불렸던 김신영이 '전국노래자랑'을 떠난다. 마지막 녹화는 9일이다. 고(故) 송해의 후임으로 2022년 10월 방송부터 진행을 맡은 뒤 1년 5개월여 만의 하차다. 개그맨이자 방송인인 남희석(53)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KBS는 "남희석이 투입되는 '전국노래자랑'은 이달 31일부터 방송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신영의 하차는 KBS의 돌연한 통보에 따른 것이다. 그의 소속사 씨제스스튜디오 관계자는 4일 "지난주에 김신영이 KBS 제작진과 미팅이 잡혀 나갔다가 하차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전국노래자랑'은 많을 때는 일주일에 두 번 녹화를 진행한다. 전국 각지를 오가며 촬영해야 해 이동 시간 부담도 크다. 김신영은 10년 넘게 진행을 맡은 MBC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만 남기고 다른 방송 일정을 정리하며 '전국노래자랑'에 집중했다. 이런 상황에서 KBS의 갑작스러운 하차 통보에 김신영 측은 당황한 분위기다. 김신영은 40여 년 전통의 '전국노래자랑'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가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맡자 TV 앞을 떠났던 2030세대가 안방극장으로 '본방 사수'를 위해 다시 몰려들었다. 김교석 방송평론가는 "김신영은 노년 중심의 '전국노래자랑'에 젊은 시청자를 끌어들여 공영방송 프로그램의 세대·문화 다양성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고 평했다. 김신영의 하차 논의는 그를 파격적으로 발탁했던 KBS의 경영진·제작진이 박민 사장 취임 이후 인사이동 등의 이유로 대부분 바뀐 뒤 진행됐다. KBS에선 지난해 11월 박 사장 체제 출범 이후 시사프로그램 '더 라이브'가 편성에서 빠지는 등 프로그램 개편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전국노래자랑' 제작 사정에 정통한 한 방송 관계자는 "KBS에서 프로그램 특성에 맞게 김신영보다 좀 더 연령대가 있는 방송인을 진행자로 원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방송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KBS는 '전국노래자랑'의 주 시청층인 노년 시청자를 다시 불러 모아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김신영 교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신영 투입 후 10~30대 시청자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반대로 60대 이상 시청자의 호응은 전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송해가 진행을 맡았을 때 10%대를 유지했던 시청률은 최근 하락세였다. 지난해 10월 시청률은 3.4%까지 떨어졌고 그 이후에도 4, 5%대에 머물렀다. 김신영 특유의 개성 있는 진행 솜씨가 기대와 달리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가 기대한 건 송해와 다른 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이었다"며 "김신영이 아이에게 용돈을 쥐여주며 '여자 송해'의 길을 따라갔고 (송해라는 이름의) 그 무게감에 짓눌려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아 아쉬웠다"고 평했다. 김신영의 발탁이 중년 남성에게 집중됐던 대중문화·TV 권력에 균열을 낸 KBS의 실험으로 여겨졌다. 남희석이 후임으로 결정된 것을 두고 공영방송의 실험이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시청자 게시판엔 'MC 바꾸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김신영 교체는 KBS의 자가당착적 행보"라며 "젊게 가려면 시청률이 안 나오고 노년층을 타깃으로 하면 변화를 줄 수 없는 KBS란 TV 플랫폼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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