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방> 8월 尹 예방 무산에… 펠로시 "尹정부는 친중인가요"

2022.09.27 10:30
지난달 4일 주한미국대사관. 전날 한국을 찾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사관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날 펠로시 의장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예방이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펠로시 의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이어 미 권력서열 3위에 해당하는 정계 거물입니다. 외교 소식통이 전한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는 친중인가요”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대만을 먼저 들렀다가 온 탓에 한국이 중국 눈치를 보느라 윤 대통령과의 만남이 틀어졌다는 의미로 읽힐 만한 대목입니다. 과거에는 달랐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2015년 4월에도 한국에 왔습니다. 방한 기간 박근혜 대통령, 정의화 국회의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두루 만나 환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7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에서 새로 취임한 윤 대통령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으니 섭섭했을 법도 하겠지요. 한미동맹 공고화는커녕 자칫 균열로 비칠 수도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공식 경로로 미 대사관에 문의했습니다. 대사관 측은 “한국을 방문하는 미 의원들과 정부 인사들은 직원들의 견해도 듣고 한미관계 증진을 위한 노고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종종 대사관 직원들과 만납니다”라며 “이는 내부적인 논의로, 우리는 이에 대해 코멘트 하지 않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만약 펠로시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면 아니라고 똑 부러지게 부인했을 텐데, 여러모로 해석의 여지가 남는 미국 측의 반응입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펠로시 의장과 만나지 않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입니다. 대신 펠로시 의장을 비롯한 방한 대표단과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미 측은 스피커폰을 켜놓고 여러 명이 돌아가며 윤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전례 없는 기묘한 방식입니다. 통화는 40분간 진행됐습니다. 통화시간 40분을 놓고 ‘촌극’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원래 펠로시 의장이 방한 일정을 짤 때 윤 대통령을 예방하는 시간은 30분가량이었다는 겁니다. 외교 소식통은 “원래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통화를 했는데, 이 의미를 미국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요”라고 말했습니다. 왜 우리 스스로 논란을 자초한 것일까요. 당초 미 하원은 펠로시 의장의 아시아 순방국을 발표하면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을 거명했습니다. 이때 대만은 없었습니다. 일부 외신에서 대만 방문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당시 우리 외교부 관계자조차 “대만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전격 방문하자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상황이 험악해졌습니다. 펠로시를 맞이해야 하는 우리 정부의 부담이 한층 커진 것이지요. 더구나 펠로시가 한국을 찾은 8월은 한중수교 30주년(8월 24일) 행사를 앞둔 시기였습니다. 대중관계 관리 차원에서라도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웃으며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여기에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역할론도 거론됩니다. 한국 부임 이후 정ㆍ관ㆍ재계 인사들과 전방위로 접촉하는 그의 물밑 작업에 우리 정부가 펠로시 의장을 대하는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해석입니다. 펠로시 의장은 8월 4일 못내 서운함을 안고 한국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펠로시 의장 출국 사흘 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주한미국대사관 인사를 만나 미 측의 기류를 파악했다고 합니다. 물론 상황이 서먹해진지라 서로 오가는 말이 매끄럽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에 대한 질의에 대통령실은 “당시 김 실장의 공식 일정표에는 (미 대사관 인사와의 만남이) 없었다“고 부인하면서도 "추가 스케줄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시 이틀이 지난 8월 9일 윤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이종섭 국방부 장관,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이 배석했습니다. 5년 만에 대규모 야외 실기동 훈련을 재개하는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앞두고 양국 군 지휘관을 격려하는 자리였습니다. 눈에 띄는 건 골드버그 대사의 참석입니다. 대통령실은 군 지휘관 격려 외에 “신임 주한대사 부임을 환영하는 자리였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뒤늦은 ‘미국 달래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골드버그 대사가 원래 초청 대상에 없었다는 겁니다. 대통령실은 이 간담회를 공개하지 않다가 이틀이 지나서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29일 해리스 부통령이 한국에 옵니다. 미 백악관은 해리스 부통령의 순방 일정을 공개하면서 처음부터 윤 대통령을 만난다고 못 박았습니다. 5월 바이든 대통령, 8월 펠로시 의장에 이어 미 권력서열 1ㆍ2ㆍ3위 최고위급 인사가 불과 4개월 안에 모두 한국을 찾는 셈입니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위해서라도 펠로시 방한 때의 못다 한 아쉬움이 한껏 가시길 기대해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이 훼손됐으며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말로 MBC를 직격하자, 대통령 출입 영상기자단과 언론단체들이 일제히 "언론에 책임 전가를 멈추고 사과하라"며 윤 대통령과 여당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이번 해외 순방을 함께한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은 26일 '정당한 취재에 대한 왜곡을 멈추십시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문제가 되는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영상취재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왜곡, 짜깁기도 없었다"며 "보도 이후 해당 영상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대통령실 반응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영상기자단은 문제의 영상은 대통령실의 대응으로 인해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당시 현장이 시끄러웠기 때문에 취재 영상기자들도 문제의 발언이 있던 것을 처음엔 몰랐다"면서 "오히려 (대통령실) 대외협력실에서 해당 영상을 확인해보자고 했기에 내용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상을 확인한 대외협력실에서 '이 영상이 보도되지 않게끔 어떻게 해줄 수 없느냐'고 요청했다"며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발언을 보도할지 말지는 각 (언론)사가 판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도 전 영상이 외부(온라인 등)에 유출된 것에 대해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에서는 어떤 영상도 외부로 유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해당 영상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을 먼저 언급하기도 했다.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도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통령이 사과하고, 언론에 책임 전가를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는 이날 '윤 대통령의 사과가 먼저다'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냈다. 이들은 "어떤 사람을 욕하여 이르는 말인 'XX'가 한국 대통령 입에서 나왔는데 왜 사과하지 않는가"라며 "그 'XX들'이 미국 국(의)회를 일컬었든 한국 더불어민주당을 가리켰든 욕한 걸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야 옳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진솔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욕설은 두말할 것 없겠고, 진실하고 솔직하게 사과부터 하는 게 한국 대통령과 나라 위상을 더 낮은 곳으로 떨어뜨리지 않을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사실과 다른 보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국익' 운운하며 초점을 흐린 국민의힘 장단에 맞춘 것일 뿐이라면 매우 곤란하다"며 "'사실과 다른 보도로써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는 말이 자신에게 납득될 만한 소리인지 곰곰이 짚어 보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한국기자협회도 이날 성명에서 "대통령의 해외 순방 후 첫 출근길에서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이 퇴색되는 것은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잘못을 언론 탓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동안 정부와 여당을 감시하며 의혹을 파헤쳐 오고 있는 눈엣가시와 같은 언론을 희생양으로 삼아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를 쓰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자협회는 "막말 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정부와 여당이 지금 해야 할 것은 궁여지책으로 언론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의혹 논란으로 외교 위기를 자초한 대통령의 사과와 내부적으로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먼저"라고 촉구했다. 주영진 SBS 앵커 역시 정부와 여당이 MBC를 향해 공세를 펴는 것에 "MBC에 대해 국민의힘이 강하게 나가는데, 왜 KBS, SBS에는 그러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주 앵커는 26일 자신이 진행하는 '주영진 뉴스브리핑'에 출연한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과 대담을 하면서 김 의원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김 의원은 "최초 보도를 아마 MBC가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답을 했고, 주 앵커는 "아까 표현하신 것 중에 저희가 그대로 따라갔다는 표현을 하셨는데"라고 짚었다. 이어 김 의원이 "그럼 확인을 다 하셨나"라고 묻고 주 앵커가 "네, 나름대로 확인을 해서 메인뉴스에서 그렇게 나간 것"이라고 답을 하는 등 공방이 벌어졌다. 주 앵커는 정부와 여당의 언론사를 향한 공세가 자칫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는 "국민의힘에서는 MBC가 왜곡 보도했고, 민주당과 정언 유착을 했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여당에서 이렇게 나가는 것을 보면서 관련된 뉴스와 기사를 쓰는 게 굉장히 조심스러워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