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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생활 5년 만에 가족 찾은 비글 "매일 밤 우다다하며 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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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생활 5년 만에 가족 찾은 비글 "매일 밤 우다다하며 살개"

입력
2022.09.2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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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입양?
첫 번째 준비, 한 생명을 지켜줄 책임감을 두둑하게 챙겨주세요.
두 번째 준비, 작고 어린 동물을 원하나요? 나이는 많지만 사랑을 받아줄 어른 동물도 눈여겨 봐주세요.
동그람이는 위 '두 가지 마음의 준비'를 착실히 한 분들의 감동 입양 후기를 전해요
이번 사연은 유기동물 구조 및 입양 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을 통해
반려견 '겨울이(전 이름은 두기, 암컷)'를 입양한
'송예은' 님의 사연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8세인 반려견 '겨울이'와 함께 살고 있어요. 겨울이는 지난 2022년 4월 동물 구조 및 입양 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에'에서 입양해 가족이 됐죠. 원래 겨울이는 해외 입양을 가기 전 임시 보호를 위해 저희 집에 왔는데요. 제가 입양하기로 결정하며 평생 가족이 됐습니다. 겨울이와 가족이 된 이야기를 소개해요.

비구협 논산 쉼터 최장기 투숙멍 겨울이(전 이름은 두기)! 난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근황이 궁금하면 끝까지 읽어주개!!

비구협 논산 쉼터 최장기 투숙멍 겨울이(전 이름은 두기)! 난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근황이 궁금하면 끝까지 읽어주개!!

비구협 쉼터 최장기 투숙견 겨울이

유기견이던 겨울이는 지난 2016년 구조된 후 비글구조네트워크 쉼터에서 살았습니다. 처음 구조됐을 때 사나운 기질을 보였지만, 쉼터로 옮겨진 후부터는 큰 문제 없이 지냈다고 해요. 쉼터가 안전한 곳임을 스스로 깨달았는지 겨울이는 입질이나 사나운 성향을 보이지 않았죠. 다만, 사람을 무서워하고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라 사람들의 큰 관심과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겨울이는 2016년 10월 쉼터에 입소해 제가 임시 보호를 하기 전까지 오로지 쉼터에서만 지냈습니다. 그 흔한 임시 보호라는 것도 경험해 보지 못한 채 오로지 쉼터에서 긴긴 시간을 보냈죠. 쉼터에서 5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단체에서는 겨울이의 해외 입양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유기견이 해외 입양을 가려면 사람과 상호작용을 잘 하는지 사회성 검증이 필요해 가정집에서 일정 기간 임시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요. 운이 좋게도 제가 임시 보호자로 결정되며 겨울이와 인연이 시작됐어요.

과거 공개됐던 겨울이의 공고 사진

과거 공개됐던 겨울이의 공고 사진


5년 넘게 쉼터에서만 살았던 겨울이는 장기 숙박멍이었어요.

5년 넘게 쉼터에서만 살았던 겨울이는 장기 숙박멍이었어요.

잔뜩 얼어버린 겨울이,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줄게!

겨울이를 임시 보호하기 전부터 저는 '가을이'란 이름의 반려견과 함께 살았습니다. 가을이도 비구협을 통해 입양했기에 겨울이의 임시 보호자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할 이유가 없었어요. 겨울이가 저희 집에 처음 왔을 때, 겨울이 표정이 마냥 좋진 않았습니다. 아무리 쉼터라도 겨울이에겐 안전한 집이었고, 그런 쉼터를 벗어나자 겨울이는 겁을 먹어 잔뜩 얼어 있었죠.

겨울이는 입양 초기 매서운 표정을 보여줬답니다.

겨울이는 입양 초기 매서운 표정을 보여줬답니다.

"나를 왜 여기로 데려왔어!!"라고 말하는 듯 매서운 표정이었던 겨울이는 저희 집 부엌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어요. 겨울이가 저희 집을 편안하게 느낄 때까지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기로 마음먹었으나 조심성 많은 겨울이는 호락호락하지 않더군요. 워낙 신중한 성격이라 제 손길도 계속해서 경계하며 마음의 문을 쉽게 열어주지 않았어요. 그렇게 몇 주가 흘렀고, 정말 신기하게도 겨울이가 점점 변하기 시작했어요.

언젠가부터 겨울이는 자신의 엉덩이를 제 몸에 슬며시 붙이고 앉더군요. 제 앞에 벌러덩 누워 잠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자신을 만지라며 앞 발로 저를 툭툭 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더 흘렀을 때 겨울이는 이미 제 껌딱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겨울이는 사람과 함께 사는데 시간이 필요했을 뿐 누구보다 애교 많고, 사랑도 많은 댕댕이었죠. 이런 겨울이를 계획대로 해외로 보내기엔 마음이 아팠어요. 저를 가족으로 생각하며 마음의 문을 열어준 겨울이에게 상처를 주는 게 아닌지 고민하던 때 입양을 결정지었습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연 겨울이의 표정, 과거에 비해 더더 예뻐졌어요~

마음의 문을 활짝 연 겨울이의 표정, 과거에 비해 더더 예뻐졌어요~

가을&겨울이의 우다다

저희 집 반려견 겨울이와 가을이는 모두 비글 댕댕이에요, 비글 아이들이 얼마나 활발한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많이 아실 텐데요. 가을이와 겨울이의 주된 취미는 우다다입니다. 어느 날 집 안에서 쉬고 있을 때 가을이와 겨울이가 서로 눈을 마주치더라고요. '강아지끼리 무슨 신호를 보내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댕댕이들의 우다다가 시작됐어요. 5분을 한 번도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노는데, 그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였어요. 겨울이가 저와 가을이를 가족으로 완전히 믿고 의지하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죠. 정말 소소하지만 가을이와 겨울이가 우다다할 때 저는 가장 행복하답니다.

겨울이(좌)와 가을이는 산책도 같이 나가요~

겨울이(좌)와 가을이는 산책도 같이 나가요~

겨울이에게 쓰는 편지

얼굴도 마음도 예쁜 우리 겨울이와 가족이 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해.언니가 우리 겨울이의 아픈 과거를 다 치유해 줄 수는 없지만,

언니를 만난 그 순간부터는 행복한 견생을 보낼 수 있게 아껴주고 사랑해줄게.

먼 훗날 우리 겨울이 기억 속에는 행복했던 추억만 남아있기를 바라. 사랑하는 겨울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언니랑 함께 행복한 추억들 만들자!

동그람이 장형인 trinity034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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