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등지고 몸으로 그리는 화가..."사회 제도나 경향 따라갈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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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등지고 몸으로 그리는 화가..."사회 제도나 경향 따라갈 필요 없어요"

입력
2022.09.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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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용 화백 개인전
다음달 29일까지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이건용 화백이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자신의 '신체 드로잉' 기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캔버스 뒤에서 붓을 화면 앞으로 내밀어 그린 것이다. 김민호 기자


“회화 지상론자들은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하나의 선은 내부에서 탄생된 것이다, 내부 조건들에 의해서 선이 탄생한 것이지 딴 데서 온 것이 아니라고 해. 그런데 나는 퍼포먼스(행위 예술)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행위가 안으로 들어가. 선은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거야. 관점이 다르잖아. 1970년대부터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평론가들은 ‘우리 알고 있어요’라고 했죠. 이야기를 안 들었어요.”

이건용 화백은 몸으로 그리는 그림으로 유명하다. 작품에서 작가의 몸짓이 그대로 드러난다. 화폭을 등지고 그리는 작업 방식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가 화폭을 옆이나 뒤에 두고 팔을 휘두르면 붓이 저절로 작품을 만든다. 물감이 칠해지고 흩뿌려지면서 화면에 다양한 궤적이 나타난다. 하트(♡) 모양 연작이 대표적이다. 작가가 1970년대부터 쌓아온 작풍은 ‘신체 드로잉’으로 불린다. 그에게 회화는 신체의 움직임으로 완성되는 예술이고 그것이 회화의 본질이다. 실험미술, 개념미술로 이름을 알린 원로 화가의 개인전 ‘이건용 : 리본(Reborn)’이 다음달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이건용 화백이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자신만의 작풍을 만들어낸 힘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이건용 화백이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에서 자신의 '신체 드로잉' 기법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이건용 화백은 어떤 컬렉터는 붓질 사이에 빈 곳을 모두 색칠해달라고 부탁해오기도 했다면서 자신은 주변의 평가나 의견이 어떻든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신체 드로잉을 중심으로 회화와 설치 작품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쓰레기 더미나 북극곰 사진 위에 신체 드로잉을 선보인 작품들로 기후위기 등 환경 문제를 다룬다. 전시 개막을 앞두고 현장에서 만난 작가는 “우리가 원래 가졌던 세계는 생명 현상에 있어서 가장 탁월하고 조화로운데 산업화 이후로 기계화하고 전자화하고 편리화하면서 여러 현상이 생겼다”면서 “부조화 현상이 이미 근대화 시작 시점부터 균열이 생겼고 코로나19, 자연재해 등의 문제가 일어났다”고 문제 의식을 설명했다.

작가는 올해로 80대에 접어들었지만 내년에 미국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에 참여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한다. 이달 30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유명한 ‘달팽이 걸음’ 퍼포먼스를 다시 펼친다. 길다란 22m 화폭을 기다시피 느리게 수 ㎝씩 걸으면서 선을 긋는 행위 예술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미술시장이나 대중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사랑받기 시작한 시점은 불과 6~8년 전이다. 현대미술의 문법이 나날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직관적 이해가 가능한 그의 작품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웃음이 많은 작가는 그저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며 웃을 뿐이다.

“당대의 사회적 제도나 경향이나 하등 그런 것들을 꼭 따라가야 할 이유가 없다! 나는 인생을 그런 식으로 살았다는 걸 얘기할 뿐이에요. (중략) 우리나라는 입시 교육을 시켜 가지고 북한이 열병, 군대 조직하듯 지식을 갖다가 그냥 똑같이 만들어요. 공부하는 10대 미만의 애들이 새로운 상상을 해야 되는데 말이야 (아이들을) 짜증 나게 만들어요. 내버려두면 끝이 없으니까.”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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