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인구변화로 평생 일하는 시대...노익장이 필요하다

입력
2022.09.27 04:30
14면
0 0

초고령화의 신질서는 '평생근로'로 귀결
평생직장형 ‘회사충성=노후보장’은 퇴색
의지·능력 있으면 일할 수밖에...제도 따라와야
기성세대의 창업형 평생근 고려하고 지원해야
‘기성숙련+청년열정’의 공생적 가치창조 모델

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에 3주 단위로 화요일 연재합니다.


21일 경기도 수원시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 '제11회 수원시 노인 일자리 채용한마당'에서 어르신들이 채용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경기도 수원시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 '제11회 수원시 노인 일자리 채용한마당'에서 어르신들이 채용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43> 인구압박 최선책 ‘각자도생의 평생근로’

한국사회가 대전환기에 들어섰다. 개혁과제는 많은데 대응시간은 적다. 인구변화가 빚어낸 생활전환은 단기ㆍ급변으로 요약된다. ‘인구변화→사회전환→상식파괴→신흥질서→생활변화’의 흐름이다. 이로써 질서는 바뀌고 생활은 변한다. 그렇다면 중요하고 절실한 건 대응방향의 큰 그림이다. 호시절의 생존술은 먹혀들지 않는다. 고성장은 끝났는데, 대증세는 시작된다. 가처분소득은 축소압박에 놓인다. 운 좋게 인플레 덕을 봐도 예전처럼 소득ㆍ자산의 축적행렬은 쉽잖다. 와중에 생존기간은 길어진다. 피부양의 의존관행은 현실성도 지속성도 없다. 초고령화의 신질서는 평생근로로 귀결된다. 의지·능력이 있는 한 일하는 수뿐이다. 제도도 현실도 바뀔 수밖에 없다.

직장보다 직업우선 ‘노후 책임져줄 회사 없다’

경제적 자유달성을 통한 조기은퇴가 화제다. 일찍 평생곳간을 쌓아 금전압박에서 벗어나려는 트렌드다. 초고령화와 파이어족은 부딪힌다. 몇몇 행운아를 빼면 조기은퇴는 오판적 희망사항이다. 착시현상에 휘둘려선 곤란하다. 곳간을 헐어 쓸 운명인 길어진 노후생활은 적든 많든 새 피 수혈이 관건이다. 평생근로를 통한 소득확보가 대표적이다. 건강·관계 등 파생효과를 빼도 금전염려의 불확실성을 줄여낼 최선책이다. 근로소득은 특히 4대 노후자금원 중 탁월한 설명력을 갖는다. 공적·사적이전과 자산·근로소득 등인데 나머지보다 꽤 유효하고 설득적이다. 국민연금(공적이전)의 고부담ㆍ저급여는 회피불능인 데다 가족지원(사적이전)은 부담증대 속 동반악화가 걱정된다. 금융·실물투자형 자산소득도 일부계층의 전유물에 가깝다. 남는 건 근로(+사업)소득뿐이다.

비중은 근로소득(41.3%), 공적이전(27.5%), 사적이전(13.9%), 자산소득(11.0%) 순서다. 2011년 16.9%, 32.5%, 39.8%, 9.0%에서 역전됐다. 자녀용돈의 사적이전이 줄어든 반면 근로소득은 늘었다. 그만큼 노년의 경제활동은 늘었다(2008년 30.0%→2020년 36.9%). 대부분 단순노무직(48.7%)으로 생계차원(73.9%)이다. 현금흐름은 나쁘다. 부동산(2억6,182만 원) 위주로 금융자산(3,212만 원)은 태부족이다(2020년 노인실태조사). 이 때문에 평생근로는 필수카드다. 10여 년 만에 소득원 1순위가 ‘사적이전→근로소득’으로 바뀐 건 일하는 노년이 대세라는 반증이다. 관행이던 ‘은퇴생활=자녀봉양’은 깨져버렸다. 근로소득 없는 노후생활은 그만큼 힘들다. 그럼에도 정년강판은 대세다. 직장인의 ±10%인 대기업·공무원·공공기관을 빼면 절대다수는 정년연장과 무관하다. 절실한 평생고용과 부딪히는 냉엄한 현실한계다. 즉 노후를 책임져줄 회사는 없다. 전략수정은 필수로 직장보다는 직업이다. 해고·취업의 경직성이 빚어낸 기업특수적 인적자본의 틀을 벗어나는 전략이다. 회사간판 떨어지면 본인능력뿐이다. 평생직장형 ‘회사충성=노후보장’의 맞교환도 퇴색됐다. 몸값을 키워낼 본업관련 경쟁력·전문성이 관건이다. 평생고용은 ‘직장→직업’일 때 유효해진다.


고령인구의 소득원별(개인) 구성비율 변화. 통계청 2020 노인실태조사

고령인구의 소득원별(개인) 구성비율 변화. 통계청 2020 노인실태조사


다양해진 창업실험 ‘자기결정권 지닌 일거리’

예전 루틴은 설 땅이 없다. ‘진학→졸업→취업→승진→은퇴’의 취업형 컨베이어벨트는 약화된다. 당연했던 라이프사이클상의 행복모델도 신시대·신인류의 등장 이후 재조정된다. 입신양명을 믿고 노력했건만, 선배세대보다 못한 창출가치는 MZ세대의 저항·포기를 불러온다. 급락하는 0.75명(2022년 2분기)의 출산율은 숨죽인 그들의 날 세운 복수신호다. 그리하여 새롭게 가짓수를 넓히며 다양한 인생실험에 나선다. 직업관은 급변한다. 최소한 취업일변도의 생애모형은 거부된다. 취업 말고도 행복해지는 대안카드에 주목한 결과다. 어렵게 붙어도 손쉽게 관둔다. 1년을 못 채운 신입사원 퇴사율이 28%라는 조사도 있다(사람인). 취업의 기대효과가 퇴색하니 고통감내의 동기도 낮아진다. 과거처럼 직장올인은 없다. 대안경로는 창업(창직)이다. 조건구비까지 당장이 아닐 뿐 취업조차 창업을 위한 완숙기회로 여긴다. 실제 대학가 창업열기는 뜨겁다. 입맛에 맞는 일자리는 줄고, 입사한들 연착륙이 힘든 데다 길어진 삶까지 고려하면 창업만큼 정합적인 대안도 없다. 물론 어렵다. 아직은 대세도 아니다. 다만 슬슬 확대되는 분위기다. 시키면 노동, 즐기면 유희란 말처럼 창업 인센티브인 자기결정권이 설득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기성세대도 고정관념 대신 줄탁동시(啐啄同機)로 창업형 평생근로를 고려해봄 직하다. 퇴사의 시대압박을 창업의 기회창출로 바꿔 초고령화를 흡수하는 차원이다. 세대무관 창업은 신시대를 살아갈 유력카드다. 산업·고용지형은 급변세가 반복된다. 자동·기계화는 고용창출보다 인력대체를 뜻한다. 자본·기술중심의 고용환경에서 중고령의 재취업은 더더욱 난관 천지다. 문·이과 불문하고 끝은 치킨창업이라는 웃픈 현실은 벗어나는 게 좋다. 고무적인 건 혁신이 빚어낼 새로운 일거리다. 대량생산·소비의 매스욕구를 대체할 다품종·변량수요는 창업은 물론 창직도 품어낸다. 중고령의 약점보다 강점을 발굴·체화한 창업효과는 소득확보를 넘어 유무형의 파급효과까지 기대된다. 창업은 달라진 시대의 최적화된 고용지점이다. 성공확률이 낮고 추격·역전이 쉽잖다고 평가절하하면 아깝다. 이대로면 고용대란·빈곤노후는 예고됐다. 가용할 모든 걸 꺼내놓고 충격최소화에 나설 때다. ‘미래=혁신’과 ‘노후=근로’가 맞다면 창업카드는 절묘한 공통가치를 갖는다. 단 조건완비가 전제된다. 혁신은 실패 없이 축적·강화되지 않듯 실패를 인정·흡수하는 안전망이 필수다. ‘창업→실패→재도전→성공’이 공감돼야 혁신실험은 먹혀든다. 차라리 실패점철의 연쇄창업가를 대접하는 식이다. 혁신은 일거리를 나누고 늘릴 매력적인 고려요소다.

차별철폐 제도수정 ‘퇴직·은퇴 없는 근로형태’

은퇴는 수정·폐지될 운명이다. 평생근로로의 수정·전환은 당연하다. 정년연장만으로 부족하다. 어차피 시간벌기로 결국 정년폐지가 대세다. ‘60세→65세’로 늘려도 끝은 아니다. 해외사례를 보면 67, 70세 등 추가연장 속에 연령차별적 정년제도를 철폐하는 분위기다. 평생근로가 아닌 한 초고령화를 풀어낼 셈법은 없어서다. 이왕지사 기존제도를 손본다면 큰 그림이 좋다. 고용·인사제도 전체를 재검토하는 취지다. 노년의 정년은퇴와 현역의 인사관리도 톱니바퀴처럼 밀접히 연관된다. ‘정년연장→임금부담→비용통제→구조조정→고용불안’의 연결고리로 맞물린다. 이 때문에 하나가 변할 때 덩달아 바꿔 줘야 순조롭게 돌아간다. 고성장일 때 먹혔던 일괄적인 신졸(신규ㆍ신입)채용도 수시채용이 늘면서 약화된다. 노동수급의 당사자 모두 유리해서다. 종신고용·연공서열·기업노조의 경직·배타적 고용모델도 개혁과제다. 순익증대가 전제된 고성장 때는 운명공동체의 정합적인 윈윈가치가 발휘되나, 침체압력·비용부담이 커진 지금은 상호부담의 미스매칭을 키운다. 회사에 충성하면 평생을 보장받던 시대는 끝났다. 상호불안이 빚어낸 임금·승진·복리측면의 충돌심화다. 단 한번의 개혁완성은 힘들다. 연착륙하는 단계적용이 현실적이다.

노후 염려의 주된 이유. <자료=한국리서치> 그래픽=송정근 기자

노후 염려의 주된 이유. <자료=한국리서치> 그래픽=송정근 기자


창업환경도 고용개혁과 밀접하다. 내부화된 경직고용은 외부적인 중도채용을 제한한다. 최초의 입직경로가 ‘정규 vs. 비정규’의 평생신분을 정하니 첫단추에 사활을 건다. 또 대개 인생전체까지 커버한다. 불가항력적인 상황변화가 아닌 한 전업·창업은 어렵다. 창업도전을 통한 평생고용은 가로막힌다. 그만큼 총체적 근로형태의 대전환이 중요하다. 개혁방향은 일자리의 억강부약(抑强扶弱)으로 요약된다. 특히 1,700만 베이비부머의 65세 대량진입은 평생근로를 실현할 창업필요에 닿는다. 경험의 값어치를 녹여낸 근로동기·도전의욕도 높다. 노하우와 지식·인맥이 먹혀들 숙련도전은 창업환경이 개선될 때 빛을 발한다. 껍데기만의 창업지원보다 영민한 실효정책이 절실하다. 창업융자의 문턱을 낮추고 실패해도 재도전하도록 맞춤지원이 바람직하다. 창업이 확대·성공하면 일자리는 넓어진다. 청년고용에도 좋다. ‘기성숙련+청년열정’의 공생적 가치창조가 그렇다. 소멸위기에 빠진 지방권역의 순환경제도 강화한다. 정책차원의 연결·지원은 당연지사다. 결국 근로소득의 장기·안정적인 확보책인 평생고용이 최선이다. ‘삶=일’이다. 평생고용은 돈의 논리를 넘어 사람의 삶으로 확장된다. 기대되는 선순환도 크다. 아쉽지만 인구배당금은 미래변제액으로 변질됐다. 갭을 메우자면 평생근로뿐이다. 일은 쟁탈이 아닌 창출일 때 진영논리에 매몰된 소모적인 찬반양론도 끊긴다. 초고령화의 혁신기회로 숙년파워의 완전연소를 위한 제도수정은 시대의제다. 주연(근로소득)이 웃어야 조연(이전소득)도 빛난다. ‘노해(老害)→노익(老益)’으로의 전환은 사회전체의 후생증진을 뜻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