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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장 바뀌고 불거진 '돌봄' 책임 문제...학부모 등만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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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장 바뀌고 불거진 '돌봄' 책임 문제...학부모 등만 터진다

입력
2022.09.26 20: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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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돌봄 서비스 민간 위탁 검토에
학부모들 "직영 서비스 보고 이사왔는데" 분통

26일 서울 중구청 앞에서 중구 직영 어린이집, 돌봄 서비스 등 민간위탁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홍인택 기자

26일 서울 중구청 앞에서 중구 직영 어린이집, 돌봄 서비스 등 민간위탁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홍인택 기자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은 다 망했다고 생각했다. 중구에 이사와서야 아이를 안전한 곳에 맡길 수 있게 됐는데…." (서울 중구에서 초등 1학년 아이를 키우는 김모씨)

서울 중구가 초등돌봄 사업의 서울시교육청 이관과 민간 위탁을 검토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전국 최초의 지자체 직영 돌봄 서비스로 만족도가 높았는데, 주민들은 민간 위탁이 될 경우 서비스가 부실해질 거라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오후 8시까지 초등돌봄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예산과 책임을 두고 지자체와 교육청이 '핑퐁게임'을 벌이고 있어 학부모들만 돌봄 공백에 따른 피해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부모 "민영화하면 서비스 질 떨어질 것" 반발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중구형 초등돌봄 사업은 서울에서 주민등록 인구가 가장 적은 자치구인 중구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며 2019년부터 추진했다. 학교의 유휴 부지를 활용해 구청 직영으로 9개 학교에 총 28개 교실(정원 700명)을 운영하고 있다. 돌봄 시간도 오후 5시에서 8시까지로 연장하고, '1교실 2교사제'를 도입했으며 급식과 간식을 제공해 돌봄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구는 이밖에도 경로당, 사회복지관 등 학교 밖 시설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키움센터도 7개(13개 교실·총 248명)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이 바뀌면서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학교 내 돌봄교실은 서울시교육청으로 이관하고, 학교 밖 키움센터나 직영 어린이집은 민간에 위탁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구청 직영 돌봄 서비스를 이용해 온 학부모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구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625명 중 '만족한다'는 비율이 99.4%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날 중구청 앞에서 열린 민간위탁 반대 집회에서 손주들을 중구 초등돌봄센터에 맡기고 있다고 밝힌 A씨는 "아이 키우기 좋은 중구로 만든다고 할 땐 언제고 당선되고 나니 싹 바뀌냐"며 울분을 토했다. 경계성 지능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학부모 B씨는 "선생님이 2명이라는 장점을 가진 직영 서비스를 왜 폐지하는지 이해 못 하겠다. 민영화를 하면 명맥만 유지할 뿐 질 높은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구-교육청 예산 핑퐁..."국가가 로드맵 마련해야"

중구의 서비스 이관 추진 배경엔 예산 문제가 있다. 중구에 따르면, 2019년부터 초등돌봄사업에 소요된 예산은 약 236억 원으로, 중구는 이 중 77%를 부담했다. 시비는 17%, 국비는 5%에 불과했다. 교육청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으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중구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는 초등 돌봄에 대해 교육청 예산을 받을 수 있는데 우리 구는 직영을 한 이후 돈을 못 받고 있다. 교육청은 돈을 줄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재정 부담을 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나 원만한 협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교육청 중 어느 한쪽에만 책임을 지우는 대신 국가적 차원의 협력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미래교육연구팀장은 "돌봄 등 방과후 과정에 대해선 책임 주체, 프로그램 전반에 대해 중앙정부가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도 "국가는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지자체에서 정책 엇박자가 나는 모습"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이 문제를 의제로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인택 기자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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