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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은 어떻게 오도되나… 잔 다르크가 된 성녀 조앤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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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은 어떻게 오도되나… 잔 다르크가 된 성녀 조앤의 비극

입력
2022.09.29 15: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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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버나드 쇼 희곡 '세인트 조앤' 5일 무대에
김광보 예술감독 3년 만의 연출작

연극 '세인트 조앤'의 조앤 역을 맡은 배우 백은혜. 국립극단 제공

연극 '세인트 조앤'의 조앤 역을 맡은 배우 백은혜. 국립극단 제공

"프랑스 시골 마을의 평범한 소녀 조앤은 어떻게 백년전쟁에 짓밟힌 마녀 잔 다르크가 됐나."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1856~1950)가 품었던 이 의문이 3년간 연출 작업을 미뤄 뒀던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다시 무대로 불러들였다. 다음 달 5일부터 3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세인트 조앤'은 중세 영국과 프랑스 간 백년전쟁을 승리로 이끈 프랑스의 국민 영웅 잔 다르크의 이야기다. 버나드 쇼가 1925년 노벨문학상을 받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 작품이 1963년 국립극단 공연 이후 59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다. 극단의 예술감독으로서 문화 행정 업무에 집중하느라 3년 만에 본업인 연출가의 자리로 돌아온 김 연출은 오래 전부터 매료된 이 작품을 꺼내들었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버나드 쇼의 희곡 '세인트 조앤'은 잔 다르크가 갖고 있던 신념과 가치관이 어떻게 무너지고 오도되는가를 추적하는 점에서 동시대성을 지녔다"고 이번 공연의 연출 의도를 밝혔다.

연극은 정치와 종교가 타락한 시대를 살던 여인 조앤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죽음까지 불사하는 모습을 담는다. 당시 사회의 금기를 깨고 남성 복장을 해 별난 사람 취급을 받은 조앤은 누구도 이길 수 없었던 오를레앙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하지만 이권에 눈이 먼 교회와 영주들은 조앤을 모함하고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재판대에 선 조앤은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택한다. 김 연출은 "한 개인의 신념이 사회 구조나 타인에 의해 배제되고 짓밟히면서 가치가 전도되는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연극 '세인트 조앤'의 샤를 7세 역을 맡은 배우 이승주(왼쪽부터), 백은혜와 연출을 맡은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 국립극단 제공

연극 '세인트 조앤'의 샤를 7세 역을 맡은 배우 이승주(왼쪽부터), 백은혜와 연출을 맡은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 국립극단 제공

작품의 주역인 조앤과 샤를 7세에는 백은혜와 이승주가 캐스팅됐다. 역사적 실존 인물을 연기하게 된 두 배우는 사료에 의존하는 대신 버나드 쇼가 풀어낸 조앤과 샤를 7세에 집중하고 있다. 백은혜는 "영웅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잔 다르크가 가진 힘과 믿음에 주안점을 두고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이승주는 "역사적 사실에 너무 접근하면 오히려 갇히는 부분이 생겨 버나드 쇼가 그린 샤를 7세를 선명하게 객석에 전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김 연출은 "'세인트 조앤'은 언젠가 주머니 속에서 꺼내고 싶었던 '숨겨진 카드'"라며 "우리 사회가 여전히 비범한 인물을 두려워하고 맞아들일 준비가 덜 돼 있는 것은 아닌지 연극을 통해 질문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극 '세인트 조앤'의 조앤 역을 맡은 배우 백은혜. 국립극단 제공

연극 '세인트 조앤'의 조앤 역을 맡은 배우 백은혜. 국립극단 제공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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