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서 패혈증·알츠하이머 죽음 증가세
고령화 시대 '逆세대교체'... 사망자 역대 최다
여전히 OECD 자살률 1위... 10·20대 또 높아져
알츠하이머병과 패혈증. 10여 년 전 한국인 사망 원인 상위권에서 볼 수 없던 질병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각각 7, 9위다. 5위권 밖이던 폐렴은 3대 사인에 포함됐다. 모두 노인성 병이다. 죽는 사람 절반이 80세 이상인 고령화시대의 ‘거꾸로 세대교체’인 셈이다.
27일 통계청이 공개한 ‘2021년 사망원인통계 결과’를 보면, 차례로 암, 심장 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 자살, 당뇨병, 알츠하이머병, 간 질환, 패혈증, 고혈압성 질환이 지난해 상위 10개 사망 원인이었다. 이들의 비율은 전체 사인의 66.0%였고, 상위 3가지가 43.1%를 차지했다.
2020년 순위와 대동소이한데, 하나가 달라졌다. 재작년 10위권에 처음 진입한 패혈증이 고혈압성 질환을 밀어내고 9위로 올라갔다. 패혈증은 미생물에 감염돼 전신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상태인데, 고령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잘 발생하는 병이라고 한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알츠하이머병과 폐렴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패혈증이 5계단, 알츠하이머병이 4계단, 폐렴이 3계단 각각 상승했다.
이런 순위 변동의 핵심 배경은 고령화라는 것이 통계청의 분석이다. 실제 2020년 30만 명 선을 처음 넘어섰던 연간 사망자 수는 지난해 다시 4.2%가 늘어, 해당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3년 이래 최다인 31만7,680명을 기록했고, 이 중 딱 절반이 80세 이상 사망자였다. 80세 이상 사망자 비중은 10년 전보다 15.2%포인트 높아졌고, 사망자 중 80세 이상이 절반에 도달한 것은 처음이라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초고령자 집단 비중이 커지는 만큼 사망자 수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주요 사인 변화도 마찬가지다. 치매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히는 알츠하이머병은 폐렴과 함께 고령층에 흔한 질환으로 분류된다. 상위 5대 사인 안에 폐렴이 포함된 연령대는 70대(4위)와 80세 이상(3위) 둘 뿐이고,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80세 이상이 유일하다(5위). 패혈증(242.0%), 알츠하이머병(224.2%), 폐렴(158.8%)은 10년 전보다 사망률(10만 명당 사망자 수)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한 질병이기도 하다. 노형준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 집단의 확대가 이들 질환의 부상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한 것도 있다. 자살은 10~30대 사망자 사인 중 부동의 1위였다. 지난해 짧은 생을 마감한 10대의 43.7%, 20대의 56.8%, 30대의 40.6%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더욱이 이들의 자살 사망률(10만 명당 자살자 수) 증가세도 그대로다. 전년보다 10대는 10.1%, 20대는 8.5%, 30대는 0.7% 늘었다. 증가폭은 10대의 경우 남성(12.2%)이 여성(7.8%)보다 다소 컸지만 성별 상관없이 가팔랐고, 20대는 남성(13.9%), 30대는 여성(7.0%)이 각각 자살률 증가를 견인한 형국이다.
지난해 전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352명으로 전년보다 1.2% 늘었고,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 수는 36.6명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자살률 순위 1위를 유지했다. OECD 국가 간 연령 표준화 자살률(국가 간 연령 구조 차이를 제거한 표준화 사망률) 기준 23.6명으로 OECD 38개 국 평균 11.1명의 2배가 훌쩍 넘었다. 자살률이 20명대인 나라는 한국을 빼면 리투아니아(20.3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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