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가 가족을 위한 생존이라면, 제 소설은 나라를 위한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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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가 가족을 위한 생존이라면, 제 소설은 나라를 위한 투쟁"

입력
2022.09.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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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 김주혜 작가 온라인 간담회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 한국어판 출간
미국 내 호평받고 12개국 이상 판권 수출
"K 스토리텔링, 인간적 인물들의 매력 있어"

김주혜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삼국유사와 설화 등 한국 역사와 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이유 중 하나도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산북스 제공

"'파친코'와의 비교는 큰 영광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 '파친코'는 가족을 위한 생존(을 다룬) 소설이라면, 제 소설은 나라를 위한 투쟁의 소설입니다."

미국에서 '제2의 파친코'로 불린 소설이 국내에 출간됐다. 지난해 전미 34개 매체 추천 도서에 올랐고 12개국 이상에 판권을 수출하는 성과를 낸 김주혜(35) 작가의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이다. 2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저의 영혼은 한국어"라며 "그것을 통해 이 책이 다시 태어난 것을 보는 게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와 비교하는 평에 대해서는 감사함을 표현하면서도 본인 작품의 색깔을 힘주어 말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1917~1964년 제국주의와 전쟁, 이념갈등이 휩쓸고 간 한반도에서 삶을 살아낸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다. 영물로 여겼던 호랑이와 대한제국의 군인이었던 사냥꾼 이야기에서 출발해, 독립 투사는 물론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었던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한국 역사와 설화·민화 등을 좋아한 작가의 영향으로 풍경 묘사와 스토리 전개 곳곳에 한국적 분위기가 녹아 있다.

이 소설은 작가의 시작점과도 연결된다. 아홉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하고 안정적 급여를 받는 '월급쟁이'를 꿈꾸며 2011년 출판사에 취직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황인종이라서, 여성이라서 차별받았고 직속 상사에게 '너는 하인'이라는 얘기까지 들었어요. 여기 더 있다가는 완전히 짓밟히겠다고 생각해 그만 두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던 어느 날 산책을 하다 사냥꾼과 호랑이의 환영이 보였고 그 길로 돌아와서 쓴 글이 '작은 땅의 야수들' 서문이 됐다. 작가는 "영감이 번개처럼 온 것도 있지만, 어머니에게 예전부터 들었던 독립운동가 외할아버지 이야기 등이 사냥꾼과 호랑이를 떠오르게 한 것 같다"고 했다. 소설 완성까지는 그로부터 6년이 걸렸다. 99센트(약 1,400원) 콩 깡통과 오트밀로 버텨야 할 정도로 생활고가 심각했던 때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 이 소설을 낸 그는 "인종차별에도 나는 '나의 자아가 자랑스럽다'고 생각한 게 결국 제가 한국 이야기를 쓰도록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작은 땅의 야수들·김주혜 지음·박소현 옮김·다산책방 발행·612쪽·1만8,000원

서사는 한국적이지만 반응은 세계적이었다. 이날 아침에도 부탄에서 독자 이메일을 받았다. '파친코' 'H마트에서 울다' 등 최근 한국계 작가들의 인기 요인을 묻자 그는 한국식 스토리텔링(영화·드라마 포함)에는 단편적이지 않은, 인간적인 등장인물이 나온다는 점을 꼽았다. 그의 소설도 이런 '공식'을 따랐다. 현대인과 다르지 않은 당대 사람들의 사랑과 삶에 대한 고민 등을 다각도에서 보여 줄 여러 인물이 나온다. 주요 인물인 '옥희'는 당시 여성으로는 드물게 경제적 독립성을 이룬 기생으로 설정됐고, 같은 일본 군인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다른 일본인 '야마다'와 '이토'의 이야기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계 독자들에게 가장 격려 받고 싶었다는 김주혜 작가는 "독자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예술가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분발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차기작은 벌써 진행 중이다. 러시아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발레리나 이야기다. 작가는 "평소 무용을 좋아해요. 예술가와 그의 예술에 관한 러브 스토리를 쓸 겁니다"라고 귀띔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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