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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부부와 까치의 만남 …행복 기원하던 조상들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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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부부와 까치의 만남…행복 기원하던 조상들의 상징

입력
2022.11.26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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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조지운(1637~?년)이 그린 유하묘도. 고양이와 70세 노인을 각각 뜻하는 한자 '묘'와 '모'의 중국어 발음이 '마오'로 같다는 점에 착안해 그린 그림이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새인 까치 한 쌍까지 여기에 더했다. 부부의 장수와 해로를 기원하는 그림이다. 김민호 기자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조지운(1637~?년)이 그린 유하묘도. 고양이와 70세 노인을 각각 뜻하는 한자 '묘'와 '모'의 중국어 발음이 '마오'로 같다는 점에 착안해 그린 그림이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새인 까치 한 쌍까지 여기에 더했다. 부부의 장수와 해로를 기원하는 그림이다. 김민호 기자

고양이 부부와 새끼들이 어울리는 모습을 까치 한 쌍이 내려다본다. 눈에는 긴장감 대신 애정이 가득하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사랑스러운 조우를 화폭에 옮긴 이 작품은 조지운(1637~?년)의 ‘유하묘도’다. 그림은 필치가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따뜻한 소망을 담고 있다. 고양이의 한자인 묘(猫)와 70세 노인을 뜻하는 모(耄)의 중국어 발음이 모두 ‘마오’로 같다는 점, 여기에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까치 부부까지 함께한 점에서 부부의 장수와 해로를 염원하는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유하묘도를 비롯해 길상과 관련한 민속품을 모은 전시 ‘그 겨울의 행복’이 지난 16일부터 시작돼 내년 3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다. 좋은 일이 일어날 징조를 뜻하는 길상이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전시는 조상들이 행복을 기원하면서 제작한 그림과 가구, 장신구 등 20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품들은 장수와 부귀, 출세, 건강, 다산 등의 주제로 분류돼 저마다 따로 마련된 전시실에 놓였다. 영상과 조명을 이용해 눈이 온화하게 내리는 것처럼 꾸며진 아늑한 공간에서 관람할 수 있다.

주제별 전시실을 오가는 통로인 중앙 공간. 눈이 내리는 영상과 조명을 통해서 아늑하게 꾸몄다. 김민호 기자

주제별 전시실을 오가는 통로인 중앙 공간. 눈이 내리는 영상과 조명을 통해서 아늑하게 꾸몄다. 김민호 기자


옛 그림에서 게는 '등갑'을 가진 동물이어서 '갑등', 즉 장원급제를 의미하는 소재로 자주 사용됐다. 김민호 기자

옛 그림에서 게는 '등갑'을 가진 동물이어서 '갑등', 즉 장원급제를 의미하는 소재로 자주 사용됐다. 김민호 기자

전시품 중에선 길상과 관련한 상징물들이 돋보인다. 예컨대 이한철(1812~1893년 이후 추정)이 19세기에 그린 ‘해도’는 갈대와 게를 그린 그림이다. 게는 딱딱한 등갑을 가졌기 때문에 ‘갑등’, 즉 장원급제를 의미한다. 잉어 모양으로 만들어진 연적들에도 관직을 얻는다는 의미가 드러난다. 잉어가 중국 황허강의 급류인 용문을 뛰어오르면 용이 된다는 설화에서 연유한 민속품들이다. 김득신(1754~1822년)이 그린 자위부과도에는 고슴도치가 오이를 이고 달아나는 모습이 담겼다. 가시, 씨, 알이 많은 고슴도치와 오이, 포도 등은 대개 다산을 의미하는 소재들이다.

조상들이 새를 이용해서 치던 ‘새점’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벽면과 전시대에 영상을 투사해서 만들어낸 참여형 전시 공간이다. 관람객이 전시대에 손을 대면 벽면에서 휴식하던 새가 날아오고 점괘가 적힌 여러 쪽지들 가운데 하나를 물어 올리는 장면이 연출된다. 점괘 역시 영상으로 공개되는데 영상 속 점괘와 똑같이 제작된 실물 쪽지들이 놓여 있어 관람객이 기념품으로 가질 수도 있다. 전시품 내용부터 공간 구성까지 코로나19 유행에 지친 마음을 달래려는 의도가 드러나는 전시다.

관람객이 전시대의 돈 통을 건드리면 벽면에서 휴식하던 새가 전시대 위로 날아와 점괘를 뽑는다. 영상을 벽면과 전시대에 투사해 작동하는 참여형 전시공간이다. 김민호 기자

관람객이 전시대의 돈 통을 건드리면 벽면에서 휴식하던 새가 전시대 위로 날아와 점괘를 뽑는다. 영상을 벽면과 전시대에 투사해 작동하는 참여형 전시공간이다. 김민호 기자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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