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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을 품고, 희다 못해 푸르고...'백자의 미'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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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을 품고, 희다 못해 푸르고...'백자의 미'에 빠지다

입력
2022.12.01 17:40
수정
2022.12.01 19:4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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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백자 시대적 변화 살피는 특별전
보물 '백자대호' 등 문화재부터 실험적 현대 작품까지

'백자: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 전시 풍경.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백자: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 전시 풍경.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사람이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體溫)을 넣었을까.'

백자 애호가인 고 김환기 화백의 에세이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책에 수록된 글 '청백자 항아리'에서 화가는 "억수로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싱싱해지고, 이슬에 젖어 그대로 무지개가 서린" 백자의 자태를 묘사하며 절절한 백자 사랑을 풀어놓았다. 희고 맑다 못해 푸른 빛이 감도는 백자를 보며 감탄 어린 탄식을 뱉었던 예술가가 어디 김 화백뿐이랴.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백자는 한국미의 표상이자, 오늘날까지도 전통 공예품으로 가장 탄탄하게 맥을 잇는 분야다.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기획전 '백자,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에서는 조선시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백자 작품을 모았다. 백자의 바탕이 되는 원료와 기법을 따라가며 한국 백자를 현미경 보듯이 하나하나 살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전시는 '재료의 발견', '백색의 가능성', '백색의 어울림' 등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전시장에는 지난 2년간 서울공예박물관이 연구개발한 이동형 백자 아카이브인 일명 '백자공예상자'가 등장한다. 백자공예상자는 책장 형태의 재료상자와 사방탁자 모양의 기법상자로 구성돼 있다. 재료상자는 태토(도자기를 만드는 흙)를 수집해 제작한 표본이, 기법상자에는 조선부터 근대기까지 대표적인 백자 장식 기법을 재현한 표본이 들어있다. 이를 통해 흔히 완성품만 봐서는 알기 어려웠던, 백자의 태토와 유약, 안료의 종류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지도로 표현된 백자 태토의 생산지, 흙의 특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백자 재료와 기법을 숙지한 다음 아름다운 백자들의 자태를 직접 느껴볼 차례다. 서울 청진동에서 출토된 '백자 항아리', 호림박물관 소장 '백태 청유호', 부산광역시립박물관 소장 '백자대호' 등 보물과 함께 김환기의 '백자와 꽃', 김덕용의 '조우', 전병현의 '블로섬', 구본창의 '기, 텅 빈 충만', 정소윤의 '누군가 널 위하여' 등 재료와 기법을 실험적으로 탐색하는 현대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전시장 입구와 출구에 전시된 이승희의 '백자대나무'는 백자를 구워 2m 높이의 대나무숲을 만든 작품으로, 압도적인 스케일로 시선을 끈다. 백자를 종이접기처럼 가볍게 만든 듯한 박성극의 리프 접시와 백자에 실을 접목해 수를 놓은 듯한 김선의 '꿰다, 엮다', 창문을 열고 날아갈 것만 같은 윤호준의 '백자청화 탈봉환문호' 등 백자에 적용된 다양한 장식기법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자연의 물질을 가공해 공예문화로 발전시킨 공예가들의 시공을 초월한 노력을 경험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흙을 조련해 빚은 백자의 다채로움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9일까지 진행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백자: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 전시 포스터.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백자: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 전시 포스터.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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