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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가 눈물 닦아준 '프듀' 소년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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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가 눈물 닦아준 '프듀' 소년의 성장

입력
2022.12.08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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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슈룹'서 성소수자 계성대군 연기한 유선호
"처음부터 끌려... '힘이 됐다'는 메시지에 울컥"
'1박2일' 새 멤버 합류... "독도 가고 싶어"

드라마 '슈룹'에서 중전인 화령(김혜수·오른쪽)에 비녀를 선물 받은 계성대군(유선호)이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다. tvN 방송 캡처

드라마 '슈룹'에서 중전인 화령(김혜수·오른쪽)에 비녀를 선물 받은 계성대군(유선호)이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다. tvN 방송 캡처


드라마 '슈룹'에서 남몰래 화장을 하고 있는 계성대군(유선호) 모습. tvN 제공

드라마 '슈룹'에서 남몰래 화장을 하고 있는 계성대군(유선호) 모습. tvN 제공

"딸이 생기면 주려 했던 것인데 너에게 주마." 4일 종방한 tvN 드라마 '슈룹'에서 중전 화령(김혜수)은 계성대군(유선호)에게 비녀를 내준다. 궁 폐전각에 숨어 화장하는 대군을 본 어머니가 아들에게 준 선물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밤, 어머니에게서 비녀를 물려받은 아들의 두 눈엔 눈물이 주룩 흘렀다. 이 장면을 찍기 위해 유선호(20)는 꼬박 나흘을 지인의 연락도 피하고 집에만 머물렀다. 다른 성(性)을 마음에 품고 사는 것을 갑자기 들킨 허망함, 앞서 대군이 여장하던 밀실을 태워버린 어머니에 대한 원망, 그리고 오해를 푼 뒤 밀려오는 감격. 그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이 격변의 감정을 최대한 벼려 촬영장에서 제대로 꺼내놓고 싶은 배우의 욕심이었다.

종방 직전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만난 유선호는 "어머니가 비녀를 건네주기 전 아들을 화방으로 데려가 여장을 한 대군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대본을 읽으며 많이 울었다"며 "촬영 때 김혜수 선배가 내 눈물을 닦아주며 '네가 지금 했던 게 진짜 연기야'라고 격려해 줬다"고 뒷얘기를 들려줬다.

드라마 '슈룹' 촬영을 끝낸 유선호는 단편 영화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번에도 남다른 캐릭터"라고 귀띔했다. 김영원 인턴기자

드라마 '슈룹' 촬영을 끝낸 유선호는 단편 영화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번에도 남다른 캐릭터"라고 귀띔했다. 김영원 인턴기자

유선호가 연기한 계성대군은 드라마 속 다양성의 기둥이었다. 마지막 회에서 계성대군은 중전을 찾아가 "진짜 나답게 살고 싶다"고 인사를 한 뒤 궁을 떠난다. 사극에서 왕족 신분을 내려놓고 출궁하는 성소수자 대군이라니. 이 파격적인 인물에 유선호는 처음부터 끌렸다.

오디션 하루 전날 20여 쪽 분량의 대본을 받은 그는 계성대군 준비에 '올인'했다. 유선호는 "유독 그 배역에 마음이 가더라"라며 "한 시간도 채 못 자고 오디션을 보러 갔고 여러 대군을 연기하고 난 뒤 '계성대군 역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결국 이 역을 맡게 됐다"고 했다. 배역이 정해진 뒤 그는 영화 '신비한 동물~' 시리즈로 유명한 에디 레드메인이 성소수자로 나온 '대니쉬 걸'(2006)을 다섯 번 돌려봤다. "최대한 다가가고 싶어" 성소수자 관련 책과 다큐멘터리도 여럿 찾아봤다.

도전의 버팀목은 예상치 못한 시청자의 격려였다. 유선호는 "SNS로 계성대군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삶에 힘이 됐다'는 글을 보며 울컥했다"며 "그렇게 캐릭터를 같이 느껴 주는 이들이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즌2 출연 당시 유선호의 모습. Mnet 영상 캡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즌2 출연 당시 유선호의 모습. Mnet 영상 캡처

유선호가 요즘 밖에서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어른 다 됐다" "언제 이렇게 컸냐"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즌2(2017)에서 말간 얼굴을 한 순박한 연습생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탓이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15세. K팝 기획사에 들어간 지 채 1년이 안 된 소년은 오디션에서 최하점수인 'F'를 받았다. 연습할수록 노래 실력은 늘었지만 그는 데뷔조(워너원)에 들지 못했다. 무대에서 쓴맛을 본 그는 방향을 틀어 연기 활동에 집중했고 '복수가 돌아왔다'(2018) '언더커버'(2021) '닥터 로이어'(2022) 등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조금씩 주목받고 있다. '미운오리새끼' 같았던 소년의 성장이다.

그는 최근 KBS 간판 주말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의 새 멤버 자리도 꿰찼다. 유선호는 "나인우 형과는 2년 정도 함께 숙소 생활을 한 인연도 있다"며 "지난달 첫 촬영을 즐겁게 하고 왔고 독도와 울릉도에도 가보고 싶다"며 웃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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