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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곯는 아이들, 가난 낙인찍기'... 미국 무상급식 중단 후 학교 대혼란

입력
2023.03.12 15: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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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 후 도입됐던 무상급식
지난해 6월 종료 후 식량 부족 가정 급증
미 의회 무상급식법 발의됐지만 무관심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던 2020년 4월 6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스쿨버스를 이용해 무료 급식을 나눠주고 있다. 댈러스=AP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던 2020년 4월 6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스쿨버스를 이용해 무료 급식을 나눠주고 있다. 댈러스=AP 연합뉴스


“배가 고프면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어요. 음식은 내가 배우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미국 애리조나주(州) 피닉스의 초등학교 4학년생 파비앙 아귀레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지만 점심 전 수업 시간이면 배가 고프다. 특히 집에서 아침식사를 하지 못하고 나온 날은 학교에서 급식을 제공받아도 포만감을 유지하기 힘들다. 아귀레의 경우, 학교 자체가 급식비 지원을 받기 때문에 식사에 돈을 내지 않는데도 항상 배고픔에 시달린다. 미국에는 아귀레의 학교와 달리, 급식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11일(현지시간) 미 AP통신, 온라인 매체 복스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도입됐던 학교 무상급식이 중단된 뒤 각 학교마다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무상급식 지원 대상이었던 학생 중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은 배가 곯아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학교마다 급식비 지원 대상을 선정하기 위한 불필요한 서류 작업도 부담이다. 또 무상급식 지원을 받는 일부 학생은 ‘가난’ 낙인찍기에 시달리기도 한다.

2020년 3월 코로나19로 미국에서 학교 대면수업이 중단되면서 미국 전체 학교에는 무상급식이 적용됐다. 코로나19 경제난으로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는 가정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1년 뒤 등교 수업이 재개됐지만 학교에서 급식을 공짜로 먹는 것은 물론 일부 학교에서는 일주일치 급식용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부터 연방정부의 무상급식 예산 지원은 중단됐다.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메인주와 뉴욕 시카고 등 일부 대도시에서만 무상급식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AP는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900만 명의 어린이를 비롯해 3,400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의 식량 사정이 불안정하다”며 “이는 가족 모두가 건강하기에 충분한 음식에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특히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가정의 아이들은 학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학년 진급을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AP는 덧붙였다.

미국은 1946년에 통과된 ‘전국학교급식법’에 따라 급식 지원 대상을 3단계로 나눈다. 가계소득이 연방 빈곤선의 130%(3만3,475달러) 이하인 저소득층의 경우 무료급식 대상이다. 또 가족이 빈곤선은 넘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급식비 보조를 받을 수 있다. 이 두 가지에 해당되지 않으면 도시락을 싸든지, 돈을 주고 급식을 사 먹어야 한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4~2015학년도 조사 기준 미국 학교 점심식사 한 끼 평균은 2.42달러였다. 실제로 버지니아주 패어팩스카운티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간단한 샌드위치나 햄버거 같은 점심식사를 학교에서 사 먹을 경우 한 끼에 3달러 이상이 든다. 한 달에 70달러 안팎의 추가 비용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이마저 부담스러워하는 저소득층이 많다는 게 미국의 현실이다.

2019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이 상ㆍ하원에서 각각 무상급식법을 발의했지만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학교영양협회 다이앤 프랫-헤브너는 복스에 “아이들이 (무상으로) 급식을 먹도록 하는 것은 그들이 배울 교과서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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