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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제주 2공항, 복잡한 속내 주민 여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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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제주 2공항, 복잡한 속내 주민 여론은?

입력
2023.03.19 16:00
수정
2023.03.1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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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갈등 이어지면서 도민 여론도 찬반 팽팽
"지역경제 살릴 것" vs "입지 선정에 문제"
반대 도민 여론 설득이 관건

제주국제공항 내 계류장 전경. 제주=김영헌 기자

제주국제공항 내 계류장 전경. 제주=김영헌 기자

지난 10일 제주국제공항 1층 도착 대합실. 카트에 골프가방과 짐을 한가득 싣고 나오는 골프 관광객부터 아이를 태우고 나오는 가족 단위 관광객, 등산복 차림의 단체 관광객 등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하루 제주를 찾은 관광객 수는 3만6,090명. 휴일인 12일까지 3일간 10만 명 넘는 관광객이 찾은 제주공항은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공항에서 만난 관광객 김혜정(34)씨는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제주공항이 북새통이라 잠시 앉아서 쉴 공간도 찾기 힘들다"라며 "하루빨리 추가로 공항이 건설돼 관광으로 먹고 사는 제주에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용 능력 넘어선 제주공항

환경부가 지난 6일 국토교통부가 요청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동의’ 의견을 내면서 사업 추진에 ‘청신호’가 켜졌다. 김씨처럼 제주를 찾는 외지 관광객들은 대체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8년간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싸고 찬반 갈등을 겪어 온 제주도민들 속내는 여전히 복잡하다.


제주국제공항 운항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제주국제공항 운항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2015년 11월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로 서귀포시 성산읍이 발표되기 전까지 제주 신공항 건설은 제주도민 모두가 원했던 숙원사업이었다. 급증하는 관광객 수용 능력을 초과해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가 관광산업 육성이 핵심과제인 도 입장에서도 기존 제주공항만으로 이런 요구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주공항은 국내 공항 중 가장 혼잡한 공항으로 꼽힌다. 지난해 제주공항 이용객은 2,983만 명으로, 일평균 8만1,726명이 제주공항을 통해 제주를 방문하거나 빠져나갔다. 일평균 이용객 수는 김해공항(2만7,471명)에 비해 3배 가까이 많고, 수도권인 김포공항(6만7,699명)을 능가한다. 항공기 운항실적도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지난해 제주공항 항공기 운항실적은 17만2,401편으로 활주로 수용 능력인 17만2,000편을 초과했다. 주말이나 연휴 때는 1분 30초당 1대가 뜨고 내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예정 부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예정 부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2공항 사업 관건은 반대 도민 설득

2015년 입지 선정 결과 발표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았던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8년 넘게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도민들 간 갈등만 증폭시키는 양상이다. 비공개로 이뤄진 입지 선정 과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공항 예정지 발표 전까지 성산읍 주민들도 발표 사실을 전혀 몰랐을 정도다. 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었지만, 주민들은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공항으로 변한다는 소식에 적잖이 당황했다. 환경 훼손을 우려한 시민단체까지 가세하면서 반대 여론이 거세졌다.

관광객 급증으로 쓰레기 문제와 교통대란 등 제주 전체의 수용 능력이 한계에 이르면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실제 KBS제주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월 18일부터 19일까지 만 18세 이상 제주도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에서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한다’는 응답(48.8%)과 ‘찬성한다’는 답변(45.7%)은 오차범위 이내로 나타났다.

제2공항 건설 반대 측은 “도민들이 원하지 않는 제2공항 건설 계획은 폐기해야 한다”며 “입지 선정에 문제가 드러난 제2공항만 고집할 게 아니라 기존 공항 확충 등 다른 대안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찬성 측은 “제주공항은 이미 포화된 상태로, 제주도민은 물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6조 원 규모의 제2공항 건설사업은 제주관광은 물론 지역경제를 살리는 시설이 될 것”이라며 조속한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이 때문에 사업 추진의 향배는 반대 측 도민 여론 설득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제주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제주 제2공항은 정부의 밀실 입지 선정으로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면서 8년째 찬반 갈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제 결론을 내야 할 때”라며 “제주도 입장에서는 지역경제와 안전 문제 등도 무시할 수 없어 곤혹스러운 상황이지만, 도민의 뜻과 제주의 미래 가치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제주도의회 역시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서 반대 측 도민들의 영향력이 내부적으로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제주=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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