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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세계 이해? 중국색 희석?… 싱가포르 출신 틱톡 CEO에 쏠리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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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세계 이해? 중국색 희석?… 싱가포르 출신 틱톡 CEO에 쏠리는 시선

입력
2023.03.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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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서 출생해 자란 화교 출신
미국서 사회생활 시작한 뒤 중국행

23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한 추 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가 틱톡에 대한 '중국 정부 스파이' 의혹을 해명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23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한 추 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가 틱톡에 대한 '중국 정부 스파이' 의혹을 해명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나는 싱가포르인이고, 아내는 미국에서 태어난 대만계 미국인이다.”

추 쇼우즈(40) 틱톡 최고경영자(CEO)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다소 뜬금없이 자신의 ‘뿌리 고백’을 한 것이다. 미국 의회에서 CEO가 출신지까지 털어놓아야 할 만큼, ‘짧은 동영상 전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돼 있다는 방증이다.

페이스북 인턴 출신 '엘리트' CEO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 등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추 쇼우즈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틱톡 퇴출’ 방어에 나서면서 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1983년 싱가포르에서 태어난 화교인 추 쇼우즈는 중국 혈통이긴 하지만, 성장 과정이나 학력 등은 중국과 큰 관계가 없다. 대학교 입학 전까지는 줄곧 싱가포르에서 자랐고 2년간 싱가포르군에서 복무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에서 경제학 학사,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각각 받았다.

젊은 시절 경력도 주로 서구 글로벌 기업에서 쌓았다. 2010년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졸업 후, 당시만 해도 신생기업(스타트업)이었던 페이스북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며 SNS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2년), 러시아계 벤처캐피털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DST·5년)에서 투자 전문가로 각각 활동했다.

중국과의 실질적인 첫 인연은 2015년에 맺었다. DST 근무 당시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 샤오미 투자 업무에 참여했던 걸 계기로, 샤오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게 된 것이다. 그리고 2021년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 CFO를 거쳐 같은 해 틱톡 CEO 자리에 앉게 됐다. 결국 틱톡이 인종과 나라, 언어, 문화를 초월해 전 세계 젊은이들을 하나로 묶는 SNS인 것처럼, 추 쇼우즈도 동서양 문화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커리어를 쌓은 '초국경 CEO'인 셈이다.

23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한 추 쇼우즈(앞줄 마이크 앞) 틱톡 최고경영자가 틱톡에 대한 '중국 정부 스파이' 의혹을 해명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23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한 추 쇼우즈(앞줄 마이크 앞) 틱톡 최고경영자가 틱톡에 대한 '중국 정부 스파이' 의혹을 해명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의심 물타기 위한 ‘얼굴마담?’

물론, 추 쇼우즈가 틱톡 CEO를 맡게 된 건 ‘중국의 술책’이라는 의심도 적지 않다. 미 정보당국은 2019년부터 중국이 틱톡을 이용해 미국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감시한다고 지적해 왔다. 의회는 미국 내에서 틱톡 사용을 아예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중국색을 희석시키고, 미국 내 사업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싱가포르 출신인 추 쇼우즈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우며 ‘물타기’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앞서 바이트댄스는 2020년 6월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월트디즈니 임원 출신인 미국인 케빈 매이어를 수장에 앉혔다. 그러나 ‘미국인 CEO’는 미국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그를 겨냥해 “미국인이면서 중국을 위해 일한다”고 비난하며 틱톡의 미국 사업체를 모두 매각하라는 행정 명령을 내린 탓이다. 매이어는 취임 2개월여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러한 전례에 비춰, 바이트댄스 입장에선 미국과의 직접적 연관성이 없으면서도 서구의 의심을 피할 수 있는 추 쇼우즈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 합리적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 전략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23일 청문회에서 추 쇼우즈가 “바이트댄스는 중국이나 다른 어떤 나라의 기관이 아니다”라고 항변하며 미국에서의 근무 경험 등을 수차례 강조했음에도, 미 의원들은 “틱톡은 중국 공산당의 무기”라며 맹폭을 이어가기만 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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