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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44경기 '각방' 방송하는 부부 BJ..."편파중계도 정확하고 깊이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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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44경기 '각방' 방송하는 부부 BJ..."편파중계도 정확하고 깊이 있어야죠"

입력
2023.03.30 04:30
수정
2023.03.30 08: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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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TV 프로야구 기아·한화 편파중계
BJ 소대수캐스터·장아나 부부
"즉문즉답, 응원팀 원하는 정보 바로 전달"

아프리카TV에서 각각 한국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편파중계'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BJ 소대수캐스터(왼쪽)와 장아나는 부부다. 성남=서재훈 기자

아프리카TV에서 각각 한국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편파중계'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BJ 소대수캐스터(왼쪽)와 장아나는 부부다. 성남=서재훈 기자


인터넷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는 특별한 프로야구 중계가 있다. 특정 팀의 팬을 자처하는 BJ(인터넷방송 진행자)와 시청자들이 함께 경기를 보면서 대화하고, 이길 땐 기뻐하고 질 땐 서로를 위로한다. 선수 타석에 맞춰 BJ가 등장 음악과 응원가도 틀어주며 '직관 같은 집관(집에서 관람)'을 한다.

아프리카TV에서 기아 타이거즈 응원 '편파중계'를 진행하는 소대수캐스터(본명 소대수·38)한화 이글스를 응원하는 장아나(본명 장나래·30)는 아프리카TV에서 2009년부터 뜨기 시작한 프로야구 '편파중계'의 대표 BJ들이다. 더 특이한 점은, 두 BJ가 서로 응원팀은 다르지만 한지붕 아래 서로 다른 방에서 중계 방송을 하는 부부라는 사실이다.

27일 경기 성남시 판교 아프리카TV 본사에서 만난 두 BJ는 아프리카TV 편파중계 장점을 '다양성'으로 꼽았다. BJ 스타일에 따라 방송 분위기, 채팅방 공기가 다채로워진다. 장아나는 "좋아하는 방송 스타일에 따라 시청자가 BJ를 고르고 성향이 맞는 시청자들과 함께 경기를 즐길 수 있다"면서 "같은 프로야구 경기여도 중계방 분위기에 따라 확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편파중계'라도 정확해야

아프리카TV BJ 장아나(왼쪽)와 소대수캐스터가 경기 성남시 아프리카TV 대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남=서재훈 기자

아프리카TV BJ 장아나(왼쪽)와 소대수캐스터가 경기 성남시 아프리카TV 대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남=서재훈 기자


본래 프리랜서 아나운서 출신인 두 BJ의 강점은 '정확하고 깊이 있는 방송'이다. 과거 아프리카TV의 편파중계가 응원팀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요즘은 중립적 입장에서 중계하되 응원팀의 잘하는 플레이를 함께 응원하고 기쁨을 나누는 방식이 주류다. 소대수캐스터는 "시청자들은 팀도 좋아하지만 야구 자체를 즐긴다"면서 "상대 선수도 잘했다고 인정하면서 중계 자체는 중립적으로 하되 관심이 응원팀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응원팀 특화 방송'인 만큼 두 사람은 시청자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응원팀의 주요 멤버뿐 아니라 퓨처스(2부) 리그, 부상 선수 정보까지 다 챙긴다. 각 팀을 전담하는 스포츠 기자들을 초대해 선수와 구단 관련 뒷얘기까지 나눈다. 소대수캐스터는 "BJ 중계의 특징은 즉문즉답"이라면서 "시범경기 기간에는 지난 시즌과 팀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새로 보는 선수, 팀 전력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장아나는 "시청자 입장에서 저희는 기아, 한화라는 구단의 정보를 얻는 창구이자 '나'를 대신하는 빅 팬인 셈"이라고 말했다.

추구하는 방송의 분위기는 부드러운 편. 못하는 선수들에 대한 비난도 자제한다. 소대수캐스터는 "공격적으로 비판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도 있는데 저희 방에선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결할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장아나는 "응원팀인 한화가 그동안 쉽지 않은 팀이라 서로가 서로를 위로해 주는 방송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함께한 시청자들

BJ 장아나(큰 화면)와 소대수캐스터는 평소 경기 때마다 따로 방송을 진행하지만 경기 전후에는 함께 기획한 콘텐츠를 방송한다. 14일 기아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가 시범 경기에서 맞붙었을 때 방송 모습. 아프리카TV 화면 캡처

BJ 장아나(큰 화면)와 소대수캐스터는 평소 경기 때마다 따로 방송을 진행하지만 경기 전후에는 함께 기획한 콘텐츠를 방송한다. 14일 기아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가 시범 경기에서 맞붙었을 때 방송 모습. 아프리카TV 화면 캡처


응원팀이 한 시즌 치르는 144경기를 빠뜨리지 않고 함께 보니 BJ와 시청자 사이는 끈끈할 수밖에 없다. 소대수캐스터는 "기아가 우승했던 2017시즌에 시청자들과 함께 연탄 봉사 활동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많은 분들이 와 주셨고 연탄도 기부해 주셨다"며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슬픈 일로 방송을 힘들어할 때 둘을 일으켜세운 것도 시청자였다. 장아나는 "반려견을 급작스럽게 떠나보내게 됐는데 팬들이 자기 일처럼 위로해 주셨다"면서 "시청자들이 잡아주지 않았다면 방송을 못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 BJ가 부부라는 점도 그 자체로 이야깃거리를 만든다. 두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각각 기아와 한화의 팬이기도 하지만, 소대수캐스터와 장아나의 팬이기도 하다. 장아나는 "기아 팬이면 한화가 상관없을 텐데 한화가 이기면 좀 더 기뻐해 주고 서로 응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두 팀이 맞대결하는 날이 신경이 쓰일 때도 있지만 그마저도 상승 작용이 있다. 소대수캐스터는 "방송이 힘들다고 느끼는 날이 있는데 (장아나가) 바로 옆방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고 흥을 올리는 모습을 보면 나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인터넷방송인, 고되지만 멋진 일


아프리카TV BJ 장아나(왼쪽)와 소대수캐스터가 경기 성남시 아프리카TV 대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남=서재훈 기자

아프리카TV BJ 장아나(왼쪽)와 소대수캐스터가 경기 성남시 아프리카TV 대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남=서재훈 기자


BJ는 겉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사실 고된 직업이다. '인터넷방송인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소대수캐스터는 익숙한 듯 "항상 하지 말라고 얘기한다"고 답했다. "강력한 의지로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장아나는 "유명 방송인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기존 방송이 프로그램만 하고 끝나는 방식이라면 BJ는 삶이 곧 방송이라 제 자신을 더 많이 보여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정신적으로도 힘들다"며 "아무리 관리를 해도 방송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드는 악성 채팅을 어쩔 수 없이 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둘은 BJ가 '좋은 직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도 시청자와 야구 시즌 내내 희로애락을 함께할 수 있어서다. 소대수캐스터는 "일에 즐거움이 바탕이 되니까 행복하고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시청자들의 응원 덕에 방송을 이어갈 수 있고 존중받으면서 일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장아나는 "우리에겐 시청자들이 사장님이자 PD님이고 가장 큰 존재"라고 힘주어 말했다.



"기아, 중위권 싸움 앞섰으면" "한화, 올해는 다르다"

아프리카TV BJ 장아나(왼쪽)와 소대수캐스터가 경기 성남시 아프리카TV 본사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성남=서재훈 기자

아프리카TV BJ 장아나(왼쪽)와 소대수캐스터가 경기 성남시 아프리카TV 본사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성남=서재훈 기자


둘은 인기 BJ로서 비교적 수입이 많은 편이지만 일정치는 않다. 야구 중계 중심 BJ인 둘은 비시즌에는 시청자 수가 확 줄기 때문에 수익도 감소한다. 이 때문에 여자배구와 농구 등 다른 종목도 중계하고 BJ들끼리 모여 겨울 콘텐츠를 구상하기도 한다.

편파중계 BJ라 팀의 성적이 그 시즌의 수입을 결정하는 측면도 있다. 응원팀이 흥하면 방송도 흥한다. 두 BJ는 2017년 말에 결혼을 했는데 마침 그해 기아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서 수입이 치솟았다. 장아나는 "시청자들도 농담처럼 기아가 우승으로 결혼시켰다고도 한다"며 "한화가 (2018년) 가을 야구에 갔을 때도 살림살이에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수입 측면이 됐든, 팬의 입장이 됐든, 응원 구단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길 간절히 바란다. 소대수캐스터는 "기아는 중위권 싸움을 할 것으로 예상하나 3위 이상을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아나는 "한화는 '올해는 다르다'고 하고 싶다"며 일단 "탈꼴찌를 원하고 5위 싸움도 오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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