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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개 식용 종식' 발언에 반발한 육견단체 집회.. 법원이 제동 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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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개 식용 종식' 발언에 반발한 육견단체 집회.. 법원이 제동 건 이유는?

입력
2023.05.18 09:00
수정
2023.05.1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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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개 식용 종식’ 발언에 반발하는 육견단체의 집회가 취소됐습니다. 개를 집회에 동원하는 행동을 금지한 법원 판단이 집회 취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5일 서울행정법원은 대한육견협회가 제기한 옥외집회금지처분취소 가처분 신청에 대해 “동물을 대동하지 않은 집회는 가능하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육견협회는 17일로 예고한 집회를 경찰에 신고하며 “대통령실에 식용견을 반납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이 나온 뒤 이들은 경찰에 17일 집회 신고를 거둬들였습니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튀르키예 대지진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소방 구조견을 쓰다듬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튀르키예 대지진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소방 구조견을 쓰다듬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사건의 발단은 김건희 여사의 발언이었습니다. 김 여사는 지난달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동물보호단체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개 식용’과 관련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도 “개 식용을 금지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여당에서도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개·고양이를 도살해 식용으로 사용·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김 여사의 발언에 이어 여야 정치권도 ‘개 식용 종식’을 언급하자 육견단체는 극렬히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여사가 ‘임기 내 개 식용 종식’을 공언하며 대통령을 사칭했다”며 김 여사를 명예훼손 및 공무원 사칭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지난달 25일, 대한육견협회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건희 여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대한육견협회 제공

지난달 25일, 대한육견협회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건희 여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대한육견협회 제공

또한 이들은 “발언을 공개 철회하고 재발 방지하겠다는 약속이 없으면 육견협회 전 회원이 사육하는 식육견을 대통령실에 반납하겠다”며 17일 추가 집회를 예고했습니다. 실제로 육견협회가 경찰에 제출한 집회신고서를 보면, 육견협회는 ‘조직범죄집단 동물보호단체의 꼭두각시 김건희 규탄대회’로 명명하고, 개 30마리를 대통령실에 반납할 ‘준비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달 27일, 이 집회를 허용할 수 없다고 육견협회에 통보했습니다. ‘시민 안전의 위험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경찰은 30마리의 개를 한꺼번에 풀어두거나, 개들이 사육장을 탈출할 경우 통제가 곤란할 것을 우려했습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5조는 ‘공공의 안녕 및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를 금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대한육견협회가 개식용 합법화를 주장하는 집회에 사육 중인 개들을 동원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17년, 대한육견협회가 개식용 합법화를 주장하는 집회에 사육 중인 개들을 동원하는 모습. 연합뉴스

육견협회는 이에 대해 옥외집회 금지통고처분 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하고,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함께 접수했습니다. 이번 법원 판단은 바로 이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이었습니다.

결정문에 따르면 법원은 “집회를 전면 허용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므로 일정 제한을 두고 허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법원은 지난달 25일 집회 과정에서 육견협회 관계자가 “김건희 여사가 사죄하지 않으면 전국에서 사육하는 개를 대통령 집무실에 풀어놓겠다”고 발언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법원은 “사회통념에 비춰봤을 때 일반인이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며 “공공의 안전질서에 위험이 초래될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동물을 집회에 동원할 때 발생할 동물학대 가능성도 거론했습니다. 동물보호법 2조 9호는 동물학대를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점을 거론하며 ‘동물을 집회에 동원하면 동물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는 농림축산식품부 의견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집회에 개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사진이나 모형 등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정 취지를 전했습니다.

그동안 집회 및 시위에 사육농가 등에서 동물을 동원하는 행위가 종종 있어왔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이같은 행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동물단체들은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2013년 사육곰 농가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동원된 반달곰. 연합뉴스

그동안 집회 및 시위에 사육농가 등에서 동물을 동원하는 행위가 종종 있어왔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이같은 행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동물단체들은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2013년 사육곰 농가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동원된 반달곰. 연합뉴스

동물권행동 ‘카라’의 최민경 정책변화팀장은 이에 대해 “그동안 개 이외에도 돼지 등 다른 동물들이 집회 및 시위에 동원됐는데, 이번 법원 판단을 계기로 동물을 시위의 도구로 이용하는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듯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육견협회는 가처분 신청 결정이 나온 하루 만인 16일, 경찰을 상대로 제기한 본안 행정소송도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최 팀장은 “육견단체에서 언제 다시 집회를 재개할 지 모르는 만큼 지속적으로 집회 현황을 모니터링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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