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중국 헤드헌터, 삼성·SK하이닉스 사옥 앞으로 출근"... 한국 인력 빼가려 '호시탐탐'

알림

"중국 헤드헌터, 삼성·SK하이닉스 사옥 앞으로 출근"... 한국 인력 빼가려 '호시탐탐'

입력
2023.05.17 18:20
수정
2023.05.17 20:49
2면
0 0

FT "중국, '한국 반도체 인력 영입' 노력 강화"
3~4배 연봉 제시하고 '페이퍼컴퍼니'도 동원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공장의 전경. 이천=연합뉴스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공장의 전경. 이천=연합뉴스

중국의 한 반도체 기업 간부인 A씨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의 공장이나 사옥 주변을 자주 서성인다. 반도체 개발 분야의 고급 인력 스카우트를 위해 '현장'에서 직접 접촉하려는 것이다. A씨는 "그들의 퇴근 시간은 대체로 일정한 편"이라며 "(한국이나 대만의) 엔지니어들을 만나 (기존 연봉 이상의) 웃돈을 제시한 뒤 우리 쪽 생산 라인에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이 같은 풍경을 전하면서 "반도체와 전기자동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첨단 기술 영역에서 한국의 전문 지식을 축적하려는 중국의 조직적 활동이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한국의 대응 강도도 거세지고 있다는 게 신문의 진단이다.

미국 인력 충원 힘들어지자 '한국 인력'에 주목

FT에 따르면, 과거 중국의 해외 인력 영입 방식은 주로 미국 기업에서 근무하는 중국계 또는 중국인을 포섭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또는 미국 등에 헤드헌팅 회사를 설립, 조건이 맞는 인력을 정식 채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거듭된 대(對)중국 제재로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의 한 헤드헌터는 FT에 "미국의 새로운 제재로 미국에서 교육받았거나 취업한 인력을 채용하는 게 매우 까다로워졌다"며 "한국과 일본, 유럽이 '인재 풀'의 대체 공간이 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발효 등을 비롯해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서 '미국 인력 영입'이 힘들어지자, 중국 기업들이 한국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중국의 움직임은 꽤 적극적이다. 한국 반도체 기업 공장이나 사옥 앞에서 이른바 ‘뻗치기’를 하다가 퇴근 중인 직원들에게 접근해 이직 제안을 하는 건 기본이다. 기존 연봉의 3~4배에 달하는 파격적 급여를 제시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완공돼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2014년 완공돼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기술 유출범" 시선에 가짜 명함까지 만들어 줘

심지어 페이퍼컴퍼니까지 동원한다.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퇴직 후 일정 기간 동종 업계의 다른 회사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재취업 제한' 내규를 두고 있다. 이를 우회하기 위해 반도체와 무관한 명칭의 페이퍼컴퍼니에 한국 엔지니어를 취업시킨 후 '기간 제한'이 풀리면 정식 채용하는 일도 있다고 FT는 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으로 이직한 엔지니어 입장에선 '잠재적인 첨단 기술 유출범'이라는 주변 시선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생리를 잘 아는 중국 기업들이 가짜 명함을 만들어 주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한국의 대응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 기업의 반도체 엔지니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이직 및 출입국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신규 조사 기관 설립 등 대책도 추진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 같은 조치로 인해 지난해 1년간 총 24건이었던 해외 기술 유출 적발 건수는 올해 1분기에만 10건을 기록했다. 다만 우려의 시선도 크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FT 인터뷰에서 "기술 유출은 늘어나고 있는데 처벌은 여전히 약하고 예방책도 미흡하다"며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