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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픽사 감독 피터 손 “애니 하기까지 부모님과 많이 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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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픽사 감독 피터 손 “애니 하기까지 부모님과 많이 싸워”

입력
2023.05.30 14:58
수정
2023.05.30 15:1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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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멘탈' 개봉 앞두고 내한 기자간담회
"부모님과의 사연에서 시작된 이야기

피터 손 감독이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진기자들을 향해 얼굴에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피터 손 감독이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진기자들을 향해 얼굴에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광화문 근처 사람들, 한복 입고 있어 너무 예뻤어요. 어제는 평양물냉면 너무 맛있어요. 처음 먹어봤는데 미국에는 없거든요.”

어눌한 한국어 발음이 정겨웠다.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개봉(6월 14일)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피터 손 감독은 질문에 응할 때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그는 재미동포2세로 픽사에서 유일한 한국계 감독이다. 손 감독은 재미동포 이채연 애니메이터와 함께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엘리멘탈’에 대한 이야기를 펼쳤다.

‘엘리멘탈’은 ‘굿다이노’(2016)에 이은 손 감독의 2번째 장편애니메이션이다. 원소들이 사는 상상의 도시 ‘엘리멘트’를 배경으로 불인 앰버와 물인 웨이드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정체성이 전혀 다른 이들끼리 만나 소통하고 융화하는 모습이 미국 이민사회를 반영한다. 지난 27일 제76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됐다.

'엘리멘탈'은 불인 앰버와 물인 웨이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엘리멘탈'은 불인 앰버와 물인 웨이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엘리멘탈’은 손 감독의 사연에서 비롯됐다. 손 감독은 ‘굿다이노’ 개봉 당시 한 행사장에 가족을 초대했다. 그는 “무대에서 (객석을) 보니 부모님과 동생이 앉아 있는데 순간 감정이 북받쳐 울었다”며 “그저 희생해 주셔서 감사하다, 너무 고생 많으셨다고 말한 기억만 난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회사 동료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바로 그걸로 영화를 만들면 된다고 말해줬고, ‘엘리멘탈’의 시작이었다”고 덧붙였다. 원소들 의인화는 “어린 시절 화학시간에 배운 주기율표”가 영감이 됐다. 손 감독은 “주기율표 한 칸 한 칸이 가족이 모여 사는 아파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앰버는 이민2세다. 부모는 재해로 살길이 막막해진 고향을 떠나 엘리멘트에 정착한다. 기존 거주자들의 경계와 박대 속에 근면과 성실로 가게를 일군다. 손 감독은 “부모님이 식료품 가게를 하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했다”며 “영어를 잘 못하시던 아버지가 신기하게 공감능력으로 모든 이들을 도와줬는데 이 점을 영화에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앰버의 아버지는 딸이 가업을 잇길 원한다. 앰버는 자기만의 꿈이 있기는 하나 아버지의 뜻을 쉬 거스르지 못한다. 이민자 가정, 특히 재미동포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손 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손 감독은 “부모님이 장남인 제가 가게를 이어받기를 원하셨다”며 “부모님과 많이 싸웠다”고 돌아봤다. 그는 “아버지는 어느 날 가게에 온 애니메이터에게 수입을 물어보고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허락하셨으나 어머니는 오래도록 반대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 영화를 만드는 동안 부모님께서는 돌아가셨어요. 모든 사랑을 저에게 보여주셨고, 덕분에 그 사랑을 영화에 담아낼 수 있어 정말 남다른 느낌이고 기쁩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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