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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금지'와 보편적 윤리

입력
2023.06.02 16: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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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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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야당이 만든 ‘악마 프레임’에 걸렸다는 분석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사전에 유포한 부정적 이미지를 토대로 그의 모든 행동을 나쁜 이미지로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여사 여러 행보 중에서도 문제 삼지 못하는 게 있다. 바로 동물보호인데, 특히 ‘개 식용금지’에선 김 여사와 야당은 완전한 의견 일치를 이룬다.

□문화 인식방법은 ‘인류의 그릇’이 커지는 것에 맞춰 발전했다. 문화절대주의 → 문화상대주의 → 보편윤리가 그 방향이다. ‘백인 문화가 흑인의 그것보다 우월하다’는 절대주의가 ‘열등한 문화는 없다’로 바뀌더니, 21세기에는 이슬람의 명예살인, 힌두교의 사티를 보편윤리 차원에서 비판하고 있다. 사티란 남편이 죽고 나서 화장할 때 아내를 산 채로 함께 화장하는 힌두교 옛 풍습이다.

□개 식용에 대한 우리 사회 흐름도 비슷하다. 20~30년 전만 해도 옹호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컸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브리짓 바르도가 문제 삼았을 때 온 국민이 수치심을 느끼며 들끓었다. 개 식용을 하지 않던 이들조차 ‘韓민족의 고유문화와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서양 여성의 경솔한 행동’이라는 문화상대주의적 반응이 다수를 이뤘다. 그러나 우리가 ‘글로벌 플레이어’ 반열에 오르고 반려동물과 생명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바뀐 뒤부터는, 인류공동체가 모두 지켜야 할 보편적 윤리라는 관점에서 개 식용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이런 관점에서 부딪히는 현안 중에 북한 인권문제가 있다. 전 정부는 북한 주민에 대한 탄압에 눈감고 김정은 정권의 특수성을 인정해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는데, 보편적 입장에선 퇴행적 접근이었다. 2년 반째 미국 유럽연합(EU)이 승인하지 않고 있는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도 비슷한 구도다. 한 고위 공무원은 당시 이런 부정적 우려가 제기됐으나 청와대가 '우리 내부 일을 누가 상관하느냐’며 무시했다고 한다. 선택의 순간, 우리는 늘 보편성과 특수성 사이에서 고민한다. 나의 특별한 사정과 특별한 이익이 먼저 다가오지만, 성공적 의사결정의 핵심은 보편적 지지와 성원을 받는 것이어야 한다. 때로는 변칙도 필요하지만, 그 역시 인류보편의 가치에 역행해서는 안 된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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