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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제거제, 냉각 스프레이... 마약 대용품 '신종 환각물질' 찾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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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제거제, 냉각 스프레이... 마약 대용품 '신종 환각물질' 찾는 청년들

입력
2023.09.14 00:10
수정
2023.09.1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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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단속 강화하자, 환각물질 눈 돌려
LPG 성분 스프레이, 값싸고 효과도 좋아
심각한 뇌손상 우려... 최소한 규제 필요

13일 서울의 한 대형문구점에서 먼지 제거 스프레이가 판매되고 있다. 박시몬 기자

13일 서울의 한 대형문구점에서 먼지 제거 스프레이가 판매되고 있다. 박시몬 기자

먼지 제거제, 근육 스프레이, 데오드란트.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생활용품이 ‘마약 대용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면 믿길까. 마약에 중독된 20대 남성 A씨는 올해 마약류 투약 혐의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이후 A씨는 매달 보호관찰소의 소변검사를 받아야 했고, 마약의 유혹을 떨치기 어려웠던 그는 근육 냉각 스프레이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소변검사에선 ‘환각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점을 노린 건데, 이 제품에는 바로 부탄가스에 쓰이는 LPG(액화석유가스) 성분이 들어 있었다.

최근 급속한 마약류 범람과 함께 정부가 대대적 수사망을 가동하자, 마약 대체제로 환각물질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본드, 부탄가스 일변도였던 과거와 달리 환각 성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마구잡이로 흡입하는 식이다. 반면 규제는 특정 물질이 사회 문제가 될 때마다 대처하는 ‘땜질식 처방’에 급급한 탓에 오·남용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싸고 구매 간편"... 범람하는 신종 환각물질

1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된 환각물질은 스프레이류다. 펜타닐 등 마약류 처방이 점점 어려워지자 젊은 마약 중독자들 사이에서 스프레이 제품도 비슷한 환각 효과를 낸다는 입소문이 퍼진 것이다. 마약중독 치유·재활시설인 인천 다르크(DARC)의 최진문 센터장은 “마약류에 중독된 20대 환자들에게서 마약 대신 값싼 스프레이 형태의 환각물질 흡입이 유행한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스프레이에는 대부분 LPG 성분이 함유돼 있다. LPG를 빨아들이면 뇌에 산소공급이 차단돼 일시적인 질식 상태에 빠질 수 있고, 중추신경을 손상시켜 정신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자칫 일반 마약류보다 신체에 더 큰 손상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마약 중독 질환 전문가인 박승현 대동병원 부원장은 “쉽게 말해 환각물질을 흡입하면 뇌가 녹는다고 보면 된다. 심할 경우 지능도 지적장애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치명적 부작용에도 중독자들이 스프레이로 눈을 돌린 건 값싸고 획득이 용이한 데다, 흡입도 간편해서다. 최근 국내 대형마트 등은 먼지 제거 스프레이가 환각물질로 오용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판매중단을 발표했지만, 대형문구점 등에선 여전히 먼지 제거제를 쉽게 살 수 있다. 온라인에서도 2,000~5,000원만 내면 구매가 가능하다.

대처는 문제 될 때마다 땜질식

2017년 6월 한 20대 여성이 서울 서대문구 주점에서 해피벌룬 속 아산화질소를 마시고 있다. 마시면 웃음이 나고 환각효과를 일으키는 아산화질소는 같은 해 8월 환각물질로 지정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7년 6월 한 20대 여성이 서울 서대문구 주점에서 해피벌룬 속 아산화질소를 마시고 있다. 마시면 웃음이 나고 환각효과를 일으키는 아산화질소는 같은 해 8월 환각물질로 지정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관련 법은 진화를 거듭하는 환각물질 확산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행 화학물질관리법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환각물질을 섭취하거나 흡입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문제는 포괄적 규정이 없다 보니 잡음이 일면 그때마다 보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1991년 이 법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부탄가스는 환각물질이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 청소년들의 부탄가스 오·남용이 지탄받자 1995년에야 부탄가스를 환각물질에 포함시켰다. 2000년대 본드풍선, 2017년 아산화질소가 들어간 ‘해피벌룬’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원칙적으로 대부분의 스프레이 제품 역시 부탄가스 성분이 들어 있어 흡입 시 처벌이 가능하나, 수사당국도 인지하지 못한 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규제 공백이 계속 생기고 있는 것이다. 박 부원장은 “현실적으로 스프레이 제품 판매를 전면 금지할 수 없는 만큼 일부 성분을 바꾼다든지, 미성년자 구입을 막는 등 전반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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