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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4명 숨졌는데 15년형, 판사도 지적한 전세사기 형량

입력
2024.02.09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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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억 원대 전세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건축왕'에게 사기죄의 법정최고형이 선고된 7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가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전세사기범에게 법정 최고형을 잇따라 선고하면서 현행법상 더 강한 처벌을 내릴 수 없는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건 귀 기울일 만하다. 오기두 인천지법 형사1단독 판사는 7일 150억 원에 가까운 전세사기로 구속 기소된 ‘건축왕’ 남모(62)씨에게 징역 15년형을 결정한 뒤 “사기죄 처벌 한도가 징역 15년에 그쳐 악질적인 전세사기 범죄를 예방하는 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박주영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판사도 보증금 160여억 원을 돌려주지 않은 50대 집주인 최모씨에게 검찰 구형보다 많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지금 전세사기는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있다. 피해자가 여럿인 경우도 50%까지만 가중 처벌된다. 결국 아무리 피해 규모가 크고 죄질이 나빠도 징역 15년이 넘는 형량은 불가능한 구조다. 주택 2,708채를 가진 남씨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4명이나 숨을 거뒀지만 더 엄한 판결은 나올 수 없었다. 남씨가 국가에서 해결할 문제라며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범행 동기나 수법, 태도도 불량했던 점을 감안하면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게 사회적인 공감대다.

전세사기는 ‘경제적 살인’이다. 단순히 전세보증금만 빼앗는 게 아니라 사회 초년생과 청년들의 삶과 미래까지 송두리째 박탈하고 있다. 이들에게 보증금은 전 재산이자 모든 것이었다. 오 판사가 밝힌 대로 전세사기는 ‘인간 생존의 기본 조건인 주거 안정을 파괴하고 사회 공동체의 신뢰를 처참하게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다. 고의성이 짙고 반성하거나 용서조차 구하지 않는 전세사기 주범과 공범은 범죄단체조직 혐의도 적용할 만하다. 세입자 눈물에 비례하는 엄중한 처벌로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국회 논의와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게 시급하다. 박 판사의 제언처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더 이상 자신을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않도록 ‘개인의 탐욕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만들어 추가 피해를 막는 게 우리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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