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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노동시장에 구조적 차별 가져올 수 있다"... 해외 석학들의 경고

입력
2024.02.21 04:30
수정
2024.02.22 14: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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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인간을 능가하는 AI 개발할 것"
노동자들에게 이득 가져다줄지 불분명
데이터라벨러 등 새 일자리도 대체 위험
고소득·저소득 국가 격차 벌어질 우려도
"정부가 취약 노동자 보호 정책 펼쳐야"

편집자주

인공지능(AI)은 인간 노동자를 돕게 될까요, 아니면 대체하게 될까요. AI로 인해 새로운 직업이 생기기도 했고, AI와 인간의 경쟁이 촉발되기도 했습니다. 이미 시작된 노동시장의 '지각변동'을 심층취재했습니다.

"오픈AI의 임무는 가장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작업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고도로 자율적인 시스템'을 의미하는 인공일반지능(AGI)이 모든 인류에게 이익이 되도록 보장하는 것입니다."

'오픈AI 헌장'

미국의 인공지능(AI) 연구소이자 기업인 오픈AI는 2018년 4월 9일 사명을 담은 헌장을 발표하면서 AI 기술을 개발하는 목적이 '인류 공영'을 위한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AI가 인류에게 해를 끼치거나, 부당하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오픈AI가 AI를 '인간을 능가하는 고도로 자율적인 시스템'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도 지난해 2월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의 임무는 인공일반지능(AGI), 즉 '일반적으로 인간보다 똑똑한' AI 시스템이 모든 인류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픈AI의 약속처럼 인간을 능가하는 AI가 과연 사람 노동자도 이롭게 할 수 있을까.

오픈AI와 챗GPT의 로고. 오픈AI는 지난해 8월 기업용 AI챗봇인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선보였다. 로이터=연합뉴스

오픈AI와 챗GPT의 로고. 오픈AI는 지난해 8월 기업용 AI챗봇인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선보였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일보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해외 석학들에게 AI가 노동의 미래에 끼칠 영향을 묻는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파베우 기미렉 국제노동기구(ILO) 선임연구원, 맥스 테그마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과 교수, 토비 월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본보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기미렉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8월 생성형 AI가 노동시장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연구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테그마크 교수는 미국 비영리단체 '삶의 미래 연구소(FLI)' 공동 창립자다. 이 단체는 지난해 3월 '오픈AI의 GPT-4보다 강력한 AI를 훈련시키는 것을 6개월간 중단해야 한다'는 서명운동을 벌여 주목을 받았다. 월시 교수는 'AI의 미래, 생각하는 기계', '2062-호모 사피엔스의 멸종,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등을 쓴 AI 학계 권위자다.

"기업들, 인간만큼 능력 발휘하는 AI 설계 경쟁"

맥스 테그마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과 교수. 삶의 미래 연구소(FLI) 제공

맥스 테그마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과 교수. 삶의 미래 연구소(FLI) 제공

테그마크 교수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AI가 사람 노동자를 대체하는 것을 명시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AI 기업들은 AGI가 최소한 모든 작업에서 인간만큼 능력을 발휘하도록 설계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면서 "오픈AI나 메타 같은 기업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테그마크 교수는 "AI 활용 능력이 향상되면 단기적으로 일부 사람들의 고용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겠지만, AI 역량의 급속한 발전은 결국 이러한 노동자들도 대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월시 교수 역시 AI 산업 발전으로 새롭게 태동한 직업들마저도 곧 기술에 의해 대체되거나, 질 낮은 일자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월시 교수는 "거대언어모델(LLM)은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에는) LLM에 지시를 내리기 위한 프롬프트(명령 입력)도 필요치 않을 것이다"라면서 "프롬프트 엔지니어1도 수명이 가장 짧은 직업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5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데이터 라벨러2에 대해서도 월시 교수는 "점점 급여가 낮아지고, 외주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비 월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월시 교수 제공

토비 월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월시 교수 제공


"AI에 의한 부정적 영향 노출될 확률, 여성이 2배"

기미렉 연구원은 생성형 AI가 즉각적인 고용 대란을 촉발하기보다는 업무 구조와 직업의 역할을 변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AI 기술이 사람의 업무를 지원하거나 아예 자동화돼 노동자를 대체할 수도 있지만, 이에 따른 영향은 국가나 소득 계층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자동화 위험이 더 높은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비중이 높다. 이에 따라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잠재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생성형 AI가 산업 영역에 광범위하게 채택될 경우 국가 간 생산성 차이도 크게 벌어질 수 있다고 기미렉 연구원은 경고했다. 그는 "고소득과 중간 소득 국가는 AI 기술에 의한 자동화 효과에 더 많이 노출돼 있지만, 한편으론 디지털 인프라와 숙련된 인력은 상호보완적인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저소득 국가는 신뢰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해 AI를 적용하는 데 제약이 따르고, 이 때문에 (산업 발전에서)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도 했다.

파베우 기미렉 국제노동기구(ILO) 선임연구원. 기미렉 연구원 제공

파베우 기미렉 국제노동기구(ILO) 선임연구원. 기미렉 연구원 제공

기미렉 연구원은 이 같은 구조적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국가 차원의 노동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기술이 품질이 낮고 불안정한 일자리의 공급망을 남기고 이미 좋은 위치에 있는 최종 사용자 중 일부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면서 "정부가 적절한 정책을 설계해 부정적인 영향에 취약한 노동자를 보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AI 도구를 학습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 프롬프트 엔지니어
AI가 최적의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적합한 지시어를 설계하는 엔지니어
2 데이터 라벨러
AI를 학습시키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가공하는 일을 하는 사람.
이현주 기자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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