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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으로 푸는, 블랙홀 품은 아기 은하의 비밀

입력
2024.05.15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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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균
이명균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편집자주

오늘날 우주는 경외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감상의 대상이다. 우주는 인간이 창조한 예술작품과 자연이 보여주는 놀라운 모습보다 더욱 아름답고 신기한 천체들로 가득하다. 여러분을 다양한 우주로 안내할 예정이다.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제임스웹, 갓 4억 살 은하 발견
수소와 헬륨만 있는 항성무리
관측으로 채워가는 우주역사

북위 66도 얼음왕국 아이슬란드에서 특별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지난달 29일부터 일주일간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모여 은하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열띤 토론을 했다. <위 그림>은 이 학술대회 포스터에 실린 그림이다. 아이슬란드와 같이 특별한 장소에 모인 이유는 학술대회의 주제가 특별한 은하였기 때문이다. 필자도 해파리처럼 보이는 특별한 은하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은하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즐긴 셈이다. 그러고 보니 천문학자들도 참 특별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학술대회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특별한 은하 연구를 통하여 빅뱅 이후 은하가 최초로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을 밝히는 것이었다. 우주에서 은하가 최초로 태어나는 과정을 알아내는 것은 지구에서 인간이 최초로 출현하는 과정을 밝히는 것과 함께 인류의 오랜 소망이었다.

빅뱅 이후에 은하가 최초로 태어나는 과정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가장 어린 은하를 찾아서 연구해야 한다. 가까운 우주에서는 늙은 은하만 보인다. 그런데 가장 어린 은하는 멀리 있으므로 매우 어두워서 찾기가 어렵다. 그런 은하를 찾아도 은하의 특성을 조사하기 어렵다. 그러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있어서 이 어려운 문제를 풀게 되었다. 이 망원경은 우리 돈으로 13조 원이나 되는 비용이 들었지만, 그 값을 충분히 하고도 남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위 사진>은 북쪽 하늘의 매우 좁은 영역을 제임스웹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으로서 깊은 우주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사진에서 보이는 천체의 대부분은 은하이며, 별은 소수에 불과하다. 우주는 은하로 가득하다. 이 은하들의 거리는 매우 다양하다. 이 중에 가장 멀리 있는 은하(GN-z11)의 모습이 <위 사진> 우측 상단에 있다. 우측 상단 사진에서 붉게 보이는 작은 점이 가장 멀리 있는 은하이다. 이렇게 작고 어둡게 보이는 은하의 정체를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제임스웹 망원경이 나오기 전까지는 불가능했다.

제임스웹 망원경 관측 자료를 분석하여 이 은하에 대하여 놀라운 비밀을 여러 가지 알게 되었다. 이 은하의 거리는 134억 광년으로서 알려진 은하 중에서 가장 먼 은하 중의 하나이다. 사진에 보이는 모습은 이 은하에서 134억 년 전에 출발한 빛을 오늘날 제임스웹 망원경 카메라로 담은 것이다. 즉 138억 년 전 빅뱅이 시작되고 4억 년이 지났을 때 은하의 모습이므로 은하의 나이가 4억 년보다 적다. 우리 은하는 나이가 130억 년보다 많은 늙은 은하이므로, 이 은하는 가장 어린 아기 은하 중의 하나이다.

이 아기 은하의 질량은 무려 태양의 8억 배이다. 사진에서 매우 작은 점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8억 개의 별로 이루어진 거대한 은하이다. 놀랍게도 이 아기 은하의 중심부에는 이미 매우 무거운 블랙홀이 있으며, 질량은 태양의 200만 배나 된다. 이는 이렇게 무거운 블랙홀이 우주 초기에 이미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아기 은하의 주위에 있는 별의 성분은 수소와 헬륨이 대부분이며 이보다 무거운 원소는 거의 없다. 이런 별은 제3형 항성종족이라고 하는데 아직까지 발견된 바 없었다.

태양 같은 별에는 수소와 헬륨 외에도 산소, 탄소, 질소 등 매우 다양한 원소들이 있다. 수소와 헬륨은 빅뱅 때 만들어졌으며, 이보다 무거운 원소는 별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이 은하에 있는 별들이 우주에서 최초로 태어난 별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에 이 은하보다 더 멀리 있고 더 어린 은하도 발견되고 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의 한계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빅뱅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우주의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상상과 추측으로 기술하였다. 오늘날 우주의 역사는 망원경으로 본 대로 쓴다. 인류의 역사 연구는 유적과 고문헌에 의존하고 있지만 우주의 역사 연구는 천체에서 나오는 빛(전자기파와 중력파)에 의존하고 있다. 천체의 빛을 볼 수 있는 망원경과 관측기술이 발전하면서 우주 역사의 빈 부분이 계속 채워지고 있다. 어둡고 작게 보이는 은하에서 나오는 빛을 분석하여 우주의 역사를 밝혀내는 것을 어찌 마법이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명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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