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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 대신 고사리, 노루 대신 호두... 태풍에 '새 이름' 붙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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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 대신 고사리, 노루 대신 호두... 태풍에 '새 이름' 붙은 이유

입력
2024.05.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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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위원회 14개국이 제출한 140개 태풍명
큰 피해 준 태풍은 각국 요청 따라 '명칭 교체'
"심각한 피해 재발 않기를 바라는 염원 담겨"

지난해 8월 10일 태풍 '카눈'으로 인근 하천 제방이 유실되면서 대구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가 물에 잠긴 가운데 소방 구조대가 혹시 모를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10일 태풍 '카눈'으로 인근 하천 제방이 유실되면서 대구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가 물에 잠긴 가운데 소방 구조대가 혹시 모를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9월 남부지방을 강타해 막대한 인명 피해(사망 11명·실종 1명)와 2,440억 원 상당 재산 피해를 일으킨 태풍 힌남노. 라오스 현지어로 '돌가시나무 새싹'을 뜻하는 이 단어는 앞으로 태풍 이름으로 쓰일 수 없다. 한국 기상청이 태풍 피해자들의 상처를 감안해 지난해 '명칭 퇴출'을 국제기구에 공식 요청한 것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올해 2, 3월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제54차 태풍위원회 총회' 결과 힌남노를 비롯해 9개 태풍 이름 변경이 승인됐다고 14일 밝혔다. 태풍위원회는 태풍 재해 경감을 목적으로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와 세계기상기구가 공동 설립한 국제기구로, 한국 중국 일본 북한 태국 미국 등 14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태풍에는 다른 자연 현상과 달리 이름을 붙인다. 한 지역에 여러 개 태풍이 동시 발생하는 경우 혼동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서다. 한반도 기상관측 사상 최악의 태풍으로 꼽히는 '사라'(1959년) 등 1999년까지는 미국이 정한 이름을 썼지만, 2000년부터는 14개 회원국이 각자 고유 언어로 된 태풍 이름을 10개씩 제출해 140개 명칭을 차례 쓰고 있다. 한글 이름은 한국과 북한이 각각 제출해 총 20개다.

한국이 제출했던 태풍 이름도 이번에 변경돼 '메기'가 '고사리'로, '노루'가 '호두'로 각각 바뀌었다. '메기'와 '노루'로 피해를 입은 필리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북한이 제출한 '날개'는 '잠자리'로 변경됐고, 라오스 명칭인 '힌남노'는 사슴을 뜻하는 '옹망'으로 교체됐다. 그 외에도 △베트남 룩빈(수생식물 종류) △일본 도케이(시계자리) △미크로네시아 사르불(장마) △필리핀 아무야오(산 이름) △홍콩 칭마(유명 대교 이름)가 새 명칭으로 등록됐다.

한편 지난해 7월 중국과 필리핀에 큰 피해를 준 태풍 '독수리'는 이번 총회 결과 퇴출이 결정됐다. 기상청은 이를 대체하기 위한 신규 태풍 이름을 찾기 위해 올해 하반기 공모전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공모전에서 뽑힌 3개 후보를 태풍위원회에 제출하면, 각 이름의 발음과 의미를 검토해 내년 2월 제57차 총회에서 1개 이름을 최종 결정해 그해부터 쓰게 된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북서태평양 지역에 큰 피해를 줬던 태풍 이름을 삭제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변경한 것은 심각한 태풍 피해가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이 국제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면서 "기상청은 보다 정확한 태풍 예보와 서비스로 국민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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