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强)달러 현상으로 촉발된 아시아 주요 통화인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가치 추락이 제2의 아시아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5일(현지시간) 경고했다. 태국 바트화 폭락 사태에서 시작된 1997년 금융위기 때처럼 해외 투자자들이 미리 겁을 먹고 줄줄이 아시아 시장에서 발을 뺄 수 있어서다. 특히 최근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과 필리핀 등이 취약하다고 지목됐다. 위안화와 엔화 가치는 최근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위안화는 26일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며 2년 만에 최저, 엔화는 지난 22일 달러당 145엔대 후반까지 떨어져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금융기관이 외환 선물환 거래를 할 때 발생하는 비용 부담인 '외환위험준비금' 비율을 0%에서 20%로 올렸고, 일본 정부는 24년 만에 직접 엔화를 매수하며 폭락을 막아 보려 했지만 하락 추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두 통화의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3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고 추가 인상까지 예고한 것과 반대로 중국·일본은 기준금리를 동결 또는 인하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 침체·코로나19 봉쇄 때문에 경기부양책이 필요하고, 일본은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국채 이자 비용 증가 때문에 섣불리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아시아 전체의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 ①먼저 중국과 일본은 아시아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중국은 13년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최대 교역국이고, 일본은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 자본과 신용을 대거 수출하고 있다. 두 통화의 가치가 흔들리면 교역량이 큰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타격도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②해외 투자자들이 겁을 먹고 아시아 시장 전체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 1997년 태국 바트화 폭락으로 공황에 빠진 투자자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채권을 대량 회수해 전역으로 금융위기가 번진 것과 같은 원리다. 비슈누 바라탄 싱가포르 미즈호은행 수석 전략가는 "위안화와 엔화는 큰 '닻'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약세는) 아시아 전체 무역·투자의 통화 흐름을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며 "우리(아시아)는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스트레스를 향해 가고 있고, 다음 단계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제2의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임계점이 무엇일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 전 수석 통화 전략가는 "'엔화 가치 달러당 150엔' 같은 특정 기준을 넘어서면 1997년 금융위기 규모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고정된 기준보다는 통화 가치 하락의 속도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아시아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한국과 필리핀, 태국 등이 특히 위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들 국가는 최근 무역수지 적자를 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투이 트랑 투자은행 맥쿼리그룹 전략가는 "달러 강세로 엔화와 위안화 가치가 폭락할 때, 아시아 신흥국 통화를 가진 투자자들은 위험회피(헤지) 욕구가 더 강하다"며 "무역수지가 적자인 한국의 원, 필리핀의 페소, 태국 바트화가 가장 취약한 통화"라고 말했다. 다만 아시아 국가들이 과거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란 의견도 적지 않다. 그간 경제 규모가 성장하고 외환보유량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탄 테크 렁 UBS자산운용사 인도·태평양국장은 미 CNBC방송에 출연해 "(오늘날) 아시아 신흥 국가들은 경제 체제가 강화됐고, 정부의 대비 수준도 높아졌으며, 중앙은행은 훨씬 유연한 환율 제도를 가졌다"며 "통화 붕괴 위기가 임박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