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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대 아름이'는 어떻게 대나무 천장을 뚫었을까

2024.04.27 04:30
'공대 아름이'는 여학생들이 대학 공학계열에 진학하는 비율이 유난히 낮은 사회적 현상이 함축적으로 담긴 말이다. 2008년 TV 광고에서 과내 '홍일점' 역할로 등장한 아름이가 별명의 주인이었다. 그 뒤로 여학생들의 공대 진학은 소폭이나마 늘었다. 2013년 18.2%였던 여성 공학계열 재학생 비중은 10년 새 23.3%(2022년 기준)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여전히 과학기술연구개발기관에서 여성이 승진을 하거나(17.6%), 관리자로서 보직을 맡거나(12.5%), 대형 연구를 책임지는 비율(8.3%)은 20%를 밑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6월 미국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새뮤얼리 공대 학장에 한인 여성인 박아형(51) 전 컬럼비아대 교수가 선임됐다는 낭보였다. 한인 여성이 UCLA 공대뿐 아니라, 미국 주요 공대 학장에 오른 것은 박 교수가 최초다. 국내에서 고교 시절을 보내며 화학 교사를 꿈꿨던 소녀는 어떻게 공고한 미국의 '대나무 천장'(아시아계 고위직 상승을 막는 장벽)을 뚫고 200여 명의 교수와 6,500여 명의 학생을 이끄는 자리에 올랐을까. 24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박 학장은 자신을 '기후 변화 전문가'로 소개했다. 처음에는 화학공학을 전공했는데,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본격적으로 탄소 포집과 저장, 활용과 관련된 연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박 학장은 "2000년 시작한 박사과정에서 지도교수를 만나 에너지 분야를 접했을 때만 해도, 에너지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연구는 거의 없었다. '친환경'이나 '녹색'과 같은 용어만 간혹 등장하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그때 몇몇 논문에서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접했고, 내 연구 분야가 화학무기를 만드는 것처럼 누군가를 해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방향이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박 학장은 200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후변화 연구를 이끌었다. 교내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연구하는 렌페스트 센터장도 맡았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으로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박 학장의 연구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7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탄소 포집·활용·저장 관련 국제 워크숍에서 토론을 주도하기도 했다. 컬럼비아대에서도 그는 학과 내 유일한 여성 교수였다. 학장에 취임한 뒤 그의 목표는 한 걸음 더 확장됐다. 학내 다양성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더 다양한 사회 일원들이 고급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닦는 것이다. 박 학장은 "지난해 UCLA 공대에 입학한 여학생 비율이 처음으로 40%를 넘었다"면서 "UCLA는 여성뿐만 아니라 특히 히스패닉 학생들을 지원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구성원의 다양성을 추구하면 연구의 질이 떨어진다는 말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이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다양성 추구를 통해 연구의 질까지 높이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박 학장은 국내에서도 더 많은 여성들이 공학의 문을 두드리길 원한다고 했다. 특히 이공계 학생들이 성적순으로 의대에 진학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아마도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와 상관없이 높은 소득이나 안정성 때문에 의대 진학을 선택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건 매우 행복한 일인데, 학생들이 그런 선택을 하지 못하는 건 슬픈 일"이라고 진단했다. 박 학장은 "단순히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직업의 귀천과 노동의 가치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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