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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전부터 계획… 강남 납치·살해 청부살인 가능성도

2023.04.01 18:05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이 피해자 재산을 뺏기 위해 준비된 계획 범죄였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피의자들이 범행 2,3개월 전부터 피해자를 미행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정확한 사실 관계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1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언론 브리핑을 열고 강남 주택가 납치·살해 사건에 대한 수사 경과를 밝혔다. 해당 사건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쯤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30대 남성들이 부동산 개발 금융 관련 회사에서 일하는 40대 중반 여성을 차량으로 납치한 뒤, 대전 인근에서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사건이다. 경찰은 사건 이틀 만인 지난달 31일 실제 납치·살해에 가담한 피의자 A(30·무직)씨와 B(36·주류회사 직원)씨를 체포했고, 공범 C(35·법률사무소 직원)씨를 추가로 붙잡았다. 범행 동기와 관련해 경찰은 금전을 갈취할 목적으로 이뤄진 범행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된 피의자 중 한 명이 피해자 소유 가상화폐를 빼앗으려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해 진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범행은 미리 준비된 계획 범죄였다. A씨가 경찰에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최초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지목한 인물은 C씨라고 한다. 범행 2,3개월 전 C씨가 대학 동창인 B씨에게 범행을 제안했고, B씨는 과거 배달대행 일을 하며 알게 된 A씨에게 "3,600만 원 상당의 빚을 대신 갚아주겠다"며 끌여들였다. 범행 계획 단계부터 살해를 염두에 뒀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사체 매장 장소도 사전에 논의했다는 진술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실제 납치 과정에 가담했고, 공범인 C씨는 이들에게 범행 도구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에 사용된 A씨 소유 차량에선 둔기와 목베개, 청테이프, 케이블타이, 주사기 등 범행 도구와 핏자국이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범행 하루 전 서울로 올라온 뒤 범행 당일 오후 4시쯤 피해자 사무실 인근에서 대기했다. 이후 오후 7시쯤부터 퇴근하는 피해자를 미행해 주거지 인근에서 납치했다. 이후 서울 톨게이트, 마성IC, 경기 용인, 대전 유성IC 등을 거쳐 대전 대덕구까지 이동했다.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용인까진 고속도로를 이용한 뒤, 대전에 갈 땐 국도를 이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후 이튿날인 30일 오전 6시쯤 대전 대청댐 인근에 시신을 암매장하고, 대전 대덕구에서 B씨 명의로 렌터카를 빌려 청주로 갔다. 이후 각각 택시를 타고 경기 성남으로 되돌아왔다. A씨와 B씨는 이 과정에서 택시를 수차례 갈아타고 옷을 구매해 갈아입기도 했다.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만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 TV 등을 바탕으로 이들의 신원을 특정해 31일 오전 10시 45분과 오후 1시 15분 A씨와 B씨를 성남시 수정구에서 각각 체포했다. 또 이들로부터 공범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해 같은 날 오후 5시 40분쯤 강남구 논현동에서 C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1차 검시에서 밝혀지지 않은 사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구두 소견에 따르면, 사인에 이를만한 외상은 보이지 않고 질식사가 의심된다"며 "향후 약독물 검출 등을 분석해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 재산을 노린 청부 살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B씨가 채무를 갚아준다고 해서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청부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살해에 가담한 A씨와 B씨는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다. 다만, 범행을 최초 계획하고 공범을 끌어들인 것으로 보이는 C씨는 피해자와의 관계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중 체포된 피의자 3명에 대해 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며, 이들 외에도 추가 공범이 있는지 조사 중이다.
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 압수수색으로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가운데, 박 전 특검에게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를 적용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은행 이사회 의장이었던 박 전 특검의 신분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고강도 수사에 대한 검찰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죄는 금융기관 임직원이 알선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거나 약속받았을 때 적용되는 혐의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4년 11월 대장동 일당이 사업 공모를 준비할 때 우리은행 간부와 대장동 사업자들을 연결해주면서 대장동 사업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200억 원 상당의 금품 및 부동산을 받기로 약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박 전 특검은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었다. 검찰은 박 전 특검과 친분이 두터운 양재식 변호사가 "(청탁을 들어주면)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것이냐"고 대장동 일당에게 요구하고, 금품 등 제공 약속을 받은 뒤에는 박 전 특검에게 이를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변호사 역시 박 전 특검과 공범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박 전 특검 등에게 알선수재가 아닌 수재 혐의를 적용한 부분에 주목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5조에 규정된 수재죄는 금융기관 임직원 신분으로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혹은 다른 소속 임직원 직무에 속하는 사항을 알선하고 금품 수수를 요구, 약속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알선수재죄(7조)는 '금융기관 임직원 직무에 대한 알선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으로, 임직원 신분으로 대상자를 한정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임직원(이사회 의장)이라는 신분으로 행한 알선 행위를 (박 전 특검의) 기본 혐의로 본 것"이라며 "이를 중심으로 수사를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재죄는 최대 무기징역형까지 가능한 중범죄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5년 이하 징역과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 가능한데, 금품 수수액이 1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1억 원 이상' 수재죄의 공소시효는 15년으로 알선수재죄(7년)보다 두 배 이상 길다. 검찰의 숨은 의도와 전략을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50억 클럽'과 관련해 국민 여론이 격앙된 상황에서 검찰도 결과를 내기 위해 수사를 세게 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며 "다만 검찰이 강도 높은 수사를 하고 있다는 외관만 갖추려는 것은 아닌지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박 전 특검의 대장동 사업 컨소시엄 구성 도움 행위를 이사회 의장의 직무 범위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검찰과 박 전 특검 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박 전 특검은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