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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前연인 보복살인… 숱한 '전조'가 무시당하고 있다

2024.04.27 04:30
대학생 김레아(26)는 평소 여자친구를 이런 말로 협박하며 붙잡으려고 했다. 여자친구에게 강한 집착 증세를 보이며, 말로 협박을 일삼거나 자주 폭력을 행사했다. 말다툼을 하던 중 휴대폰을 던져버리거나 주먹으로 때리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던 중, 지난달 25일 김레아가 결국 사고를 치고 만다. 그는 경기 화성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했고, 딸에게 행사한 폭력행위를 항의하려고 온 여자친구 어머니에게까지 칼을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 김레아 사건이 끝은 아니다. 최근 연인이나 전 연인을 상대로 한 보복 살인이 잇따른다. 이달 1일 경남 거제시에선 남성 A(20)씨가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아가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터졌다. 두 건 모두 평소에 잦은 데이트 폭력 사건이 있었고, 살해 이전에 여러 전조증상들이 보였음에도, 경찰 등이 김레아나 A씨의 범행을 선제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었다. 특히 A씨의 경우 2022년부터 이 사건까지 이미 총 12건의 데이트 폭력 관련 신고(쌍방폭행 포함)가 있었음에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 단순 폭력사건으로 간주되는 데이트 폭력 범죄는 스토킹 범죄나 가정 폭력과 달리 피해자 보호를 위한 별도 가이드라인이 없는데, 이 때문에 경찰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2019년 5만581건에서 지난해 7만7,150건으로 4년 만에 52.5% 급증했다. 증가 배경에 대해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코로나 이후 인적 네트워크가 축소되며 인간관계를 의존적·폭력적으로 쌓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강박과 집착 성향을 드러내는 이들이 데이트 폭력 범죄를 모방해 더욱 확산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심하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경찰 대응은 미온적이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도 "둘이서 원만히 해결하라"며 사건을 현장에서 종결시키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한국여성의전화에 접수된 관련 상담은 1,797건이었는데 이중 경찰에 의한 2차피해가 413건으로 23.0%에 달했다. 경찰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착수하지 않았음을 토로하는 내용이 많았다. 김수정 여성인권상담소장은 "신고해봤자 소용없다며 합의를 종용하는 경찰관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어쩔 수 없이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거제 사건에서도 경찰의 사전 조치는 미흡했다. 사건 이전에 있었던 11건의 신고를 분석해 보니, 경찰은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사건을 현장에서 종결했다. 지난해 7월쯤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한차례 지급했으나 이 역시 피해자 반납으로 한 달 뒤 회수됐다. 결국 A씨는 헤어진 여자친구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원룸을 무단 침입해 얼굴과 머리 등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렸고, 피해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상태가 악화돼 10일 숨졌다. 가정폭력·스토킹 범죄와 달리, 경찰이 데이트 폭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은 분명히 있다. 스토킹처벌법의 경우 피해자 보호를 규정하고 있어 경찰 직권으로 접근금지 조치가 가능하고 지난해 7월 반의사불벌죄도 폐지됐지만, 데이트 폭력 범죄엔 이와 같은 별도 규정이 없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의 특성상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히기 쉽지 않다는 점이 간과된 것이다. 피해자가 심리적 지배를 받거나 보복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 탓에 처벌 불원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은데, 경찰 입장에선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범죄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상황을 처리하는 경찰의 초동 조치가 좀 더 세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찰이) 초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면 피해자가 계속 폭력을 수용하게 되어 결국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며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현행법을 바꾸지 않는 상황에선 결국 경찰이 적극적으로 따져서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성인 페스티벌'(2024 KXF The Fashion)에 출연 예정이었던 일본 성인물(AV) 배우들이 행사 참가를 목적으로 취업비자를 발급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관광 비자로 들어와 영리활동을 하면 위법이다. 26일 주일한국대사관 측에 따르면, 이날까지 영사부로부터 성인 페스티벌 참가 목적을 밝히고 단기취업비자(C-4)를 발급받은 AV 배우는 없었다. 90일 이하 체류기간 동안 한국에서 수익을 목적으로 공연 또는 연예 활동 등을 하려는 사람은 C-4 비자를 받아야 한다. 영사부는 AV 배우들의 소속사들이 위치한 도쿄 등을 관할하고 있다. 행사 관련 논란을 인지하고 있던 대사관 측은 일본 AV협회에 직접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지난 15일 발송된 공문에는 "최근 일부 외국 연예인이 합법적인 비자를 취득하지 않고 한국에서 팬미팅 등 영리활동을 하고 있다"며 "합법적인 비자 없이 영리활동을 하다 적발될 경우 추후 한국에서의 연예 활동은 물론 입국 자체가 거부될 우려가 있으므로, 협회가 소속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지도해 달라"고 적혔다. AV 배우들이 비자를 신청할 때 '성인 페스티벌 참가'가 아닌 단순 '팬미팅'이라고 기재해 허가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돈을 받는 대가로 신체 접촉·노출 등의 행위를 하는 행사 참가를 신청 사유에서 일부러 누락했다면 출입국관리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사관 측 해석이다. 어떤 영리활동인지 정확히 밝히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취업 비자 대신 관광 비자를 받고 영리활동을 했어도 위법이다. 출입국관리법 제18조는 외국인이 국내 취업활동을 할 때 적절한 체류자격을 받을 것을, 같은 법 제26조는 허가 신청과 관련해 위조·변조된 문서 등을 입증 자료로 제출하거나 거짓 사실이 적힌 신청서를 제출하지 말 것을 규정한다. 이를 어길 땐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행사 주최 측인 플레이조커는 행사 무산 이유에 대해 '한국 내 반발 여론으로 AV 여배우들의 신변 위협을 우려해 취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필요 비자를 발급받지 못한 게 주된 취소 이유라고 일본 AV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본보에 "기획사들이 (C-4) 비자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다가 (대사관) 공문을 받고 나서야 '이게 뭐냐' 난리가 났다"며 "지금도 발각되면 배우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필요 비자를 받기 전까진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반면 플레이조커 관계자는 "AV 배우들은 개인 프로모션을 목적으로 행사에 참가할 예정이었지, 영리활동 의도가 아니었다"며 "배우 소속사들도 이 내용을 알고 있고 협의 중이었다"고 전했다. 주최 측은 성 상품화 논란 등으로 행사장 예약이 잇따라 무산되자 6월 행사를 다시 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