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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만원짜리 '샤인머스켓 선물세트', 5만원에 산다...'명절테크' 붐

2023.09.24 07:00
#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 A씨는 최근 식용유와 통조림 등이 들어있는 10만 원짜리 명절 선물세트를 받았다. 평소 요리를 하지 않는 A씨는 중고거래 사이트에 5만 원에 선물세트 판매글을 올렸다. 해당 선물세트는 금세 판매됐다. # 사회초년생인 20대 B씨는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고향에 가기로 했다. 친척에게 줄 선물세트를 사기 위해 마트를 찾았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선물세트 가격이 최소 10만 원 이상이어서 부담이 큰 데다, 선물세트 포장이 요란해 들고 가기도 불편했다. B씨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시중 가격의 반값에 선물세트를 샀다. 추석을 앞두고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명절 선물세트가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추석 선물' '명절 선물세트' 등을 검색하면 시중에 10만 원 내외로 판매되는 새 상품을 5만 원 내외에 판다는 게시물이 다수 등장한다. 1인 가구 등 추석을 지내지 않는 이들이 받은 선물세트를 팔고, 고물가에 선물세트 구입을 망설였던 이들은 저렴한 가격에 선물세트를 살 수 있다는 이점이 크다.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명절테크(명절과 재테크의 합성어)'라고 불리기도 한다. 선물세트 중고거래가 활발해진 데는 고물가 영향이 크다. 특히 추석 특수를 노려 선물세트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매해 명절마다 선물세트를 구매해온 주부 유모(52)씨는 "올해 웬만한 과일 세트가 20만 원대가 훌쩍 넘는 걸 보고 동네 과일가게 가격과 차이가 커 깜짝 놀랐다"며 "물가가 가뜩이나 높은데다, 추석을 앞두고 가격이 더 오르면서 선물세트 구입이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구입처별 선물세트 가격 차이도 크다. 최근 백화점 식품관의 과일 선물세트 가격이 농협 직매장이나 대형마트 판매가보다 훨씬 높아 가격 거품 논란이 일었다. 한 백화점 식품관 온라인 사이트에선 샤인머스켓 3kg 선물세트 가격이 11만 원이다. 경기도농수산진흥원 직매장에서 할인 전 6만 원, 할인 후 4만3,200원에 판매하는 것에 비하면 2, 3배 더 비싸다. 배 9개입 세트 역시 이마트에서 나주 특산품 구성으로 6만5,000원인 반면,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배 세트 가격은 15만 원으로 2배가 넘었다. 가격 논란에 한 백화점 관계자는 "최상급 산지와 단독으로 직거래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일반 마트에서 판매하는 것과 다르다"라며 "일반 직판장에 나오는 과일에 비해 상품 균일성, 맛, 향 모두 수준이 더 높아 매입 단가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눈속임 선물세트도 문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10~20일 기준 주요 대형마트 4개사의 온라인 예약페이지를 통해 판매된 선물세트 가격을 조사한 결과 낮은 등급의 한우 세트가 높은 등급 제품보다 비싼 경우가 적발됐다. 또 수량을 확정하지 않고 크기를 표시하지 않은 과일세트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선물세트 구성품을 직접 보고 사거나, 고르기가 어렵기 때문에 구성 관련 정보를 꼼꼼히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며 "등급, 가격, 수량 등 여러 요소를 비교해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물세트 과대포장도 중고거래를 늘렸다. 환경 의식이 높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소비자 중심으로는 선물세트 과대포장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진 영향이다. 선물세트는 대개 비닐망으로 개별 포장된 상품을 일회용 완충재와 함께 플라스틱 상자에 담고, 상자를 부직포 가방에 한 번 더 담는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 명절 선물세트를 받은 황모(26)씨는 "상품보다 포장재가 훨씬 많이 나와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보답으로 비슷한 선물세트를 사주려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상품권을 구매해 선물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29)씨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과일과 참치 통조림 선물세트를 저렴하게 구매했다. 김씨는 "오히려 중고시장에서는 포장재가 없어서 싼값에 팔린다"며 "환경도 생각하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1석2조인 셈"이라고 추천했다. 과거와 달리 실용적인 소비를 중시하면서 명절 선물세트 중고거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절이면 선물세트를 주고받는 게 당연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명절 관습이 전반적으로 간소화했다"며 "특히 젊은 세대들이 실용적이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호하는 만큼 마트가 아닌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기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이영승 교사가 생전 학부모에게 돈을 건넨 정황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해당 학부모가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24일 경기도교육청과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교사에게 생전 치료비로 400만 원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진 학부모 A씨는 “고인에게 치료비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교사가 A씨에게 치료비 명목으로 돈을 건넨 건 경기교육청의 진상조사 결과에서 확인됐다. 이 교사는 부임 첫해인 2016년 담임을 맡은 6학년 학급의 A씨 자녀가 수업 시간에 페트병을 자르다가 손을 칼에 베이는 사고가 발생한 뒤, A씨로부터 지속적으로 민원을 받았다. A씨는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두 차례 치료비를 보상받았는데도 휴직하고 입대한 이 교사에게 다시 ‘2차 수술예정’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연락해 2019년 4월부터 11월까지 8번에 걸쳐 400만 원을 받았다. 도 교육청으로부터 “교권침해 등 업무방해 혐의를 수사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경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 교육청 조사 결과를 분석 중인 경찰은 관련 혐의가 확인되면 해당 학부모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도 교육청 조사에서 치료비 명목으로 돈이 건네진 것이 확인돼 공갈 혐의 적용 여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 외에 이 교사에게 또 다른 교권침해 행위로 수사 의뢰된 학부모 2명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수백만 원의 돈을 받아낸 A씨의 신상정보가 노출돼 그가 근무하는 서울 소재 B농협 홈페이지에는 “직원을 파면하라”는 등 비난 글도 쇄도했다. 그러자 해당 농협은 22일 A씨를 대기 발령 조치한 데 이어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