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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럽 수출입 관문' 춘탄항… 세계 물류 대동맥 야심 키운다

입력
2014.10.2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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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동남·서남亞 벨트 함께 묶는 시진핑 '이다이이루' 구상 출발점

철도·공항 연계 사통팔달 무역항 포화상태 이르자 궈위안항 추가 건설

“삐삐 철컹 쿵 슈웅 탕.”

지난 13일 중국 유일의 내륙항 충칭(重慶)시 장베이(江北)구 춘탄(寸灘)국제컨테이너항 부두. H자 모양의 육중한 기중기는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부두에 정박된 배에서 끌어 올린 컨테이너를 화물차에 옮겨 싣고 있었다. 총 1.3㎞ 길이의 부두에는 모두 7개의 기중기가 거인처럼 서 있었다. 류양(劉揚) 충칭보세항구개발관리공사 경리는 “창장(長江)의 수운을 이용하면 2,239㎞ 떨어진 상하이(上海)까지 5일이면 닿고 비용도 육로를 이용할 때의 6분의1에 불과,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1~8월 춘탄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64만여개로,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다. 이날 창장에는 부두에 정박된 5척의 선박 이외에도 대기 중인 화물선이 10여척이나 떠 있었다. 그런데도 야적장엔 컨테이너들이 빼곡, 빈 공간을 찾기 힘들었다. 한쪽 끝엔 촘촘히 주차된 승용차도 선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충칭의 자랑인 창안(長安)자동차는 이곳에서 배를 통해 중국 다른 지방과 세계 각국으로 운송된다.

춘탄항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충칭시는 동쪽으로 20여㎞ 떨어진 곳에 새로 궈위안(果園)항을 중국 최대 내륙항으로 건설하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인 궈위안항엔 춘탄항의 2배인 총 100억위안(약 1조7,500억원)이 투입된다. 부두 길이가 2.8㎞에 달해 5,000톤급 선박 16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고 처리 능력도 연간 총 3,000만톤에 달한다. 승용차도 100만대 이상 하역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충칭시의 내륙항이 주목 받는 것은 철도 및 공항과 연계, 유럽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춘탄항은 탕자타 화물열차역과 붙어 있고 장베이(江北)국제공항과는 10㎞ 거리 밖에 안 된다. 궈위안항 부두까진 10㎞의 전용 철로도 깔고 있다. 충칭과 독일의 뒤스부르크를 잇는 직통 정기 화물 열차 노선인 ‘위신어우(?新歐)’철도와 연결, 대 유럽 수출입 관문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일종의 화물열차 터미널인 조차장(操車場ㆍ열차의 편성과 조성, 입환 등을 처리하기 위해 만든 정거장)도 세계 최대 규모로 짓고 있다.

그러나 이 곳의 더 큰 의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이다이이루(一帶一路) 뉴실크로드 구상’의 출발점이라는 데 있다. ‘이다이이루’란 시 주석이 지난해 9월 카자흐스탄에서 중앙아시아를 겨냥해 제안한 ‘실크로드경제벨트’(一帶) 구상과 그 다음달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 동남아시아 및 서남아시아 국가들을 향해 내 놓은 ‘21세기해양실크로드’(一路) 구상을 묶어서 이르는 말이다. 옛 실크로드처럼 서로 길을 연결하고 교역을 확대해 함께 번영하는 운명공동체가 되자는 게 중국측의 공식적인 설명이다.

이다이이루는 결국 세계 최대강국으로 군림했던 당나라(육상)와 명나라(해상)의 무역로와 옛 영광을 재현해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겠다는 얘기이다. 특히 중국으로서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뉴실크로드는 중국산 제품을 수출하기 위한 길 보다는 오히려 자원을 들여오기 위한 통로에 더 큰 방점이 찍혀 있다.

중국은 나아가 이다이이루를 통해 미국의 봉쇄도 뚫겠다는 복안을 품고 있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맞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도 결국은 아시아 각국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 들여 미국의 봉쇄를 무력화시키려는 데에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이 이미 2011년 중앙아시아를 향해 뉴실크로드 건설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실크로드를 둘러싼 미중 외교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양대 열강의 이런 힘겨루기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중요한 과제다. 중국은 한국의 AIIB 참여를 요청하고 있지만 미국은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베이징(北京)지원장은 “중국의 뉴실크로드 전략은 앞으로 10년간 야심차게 추진될 것”이라며 “우리 입장에서 중국의 뉴실크로드 전략과 우리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을 접목시켜 우리의 시장 확대와 자원 확보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충칭=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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