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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선언한 암스테르담… “여행객과 집 공유하며 삶도 활력”

입력
2016.06.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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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규 만들어 지원ㆍ규제 명확히

가정서 음식 판매 ‘에어디앤디’

이웃 차량 렌트 ‘스냅카’ 등

새로운 공유기업이 급성장

런던ㆍ밀라노 등 다른 도시도 활발

EU 차원서 가이드라인 만들어

네덜란드 할렘의 에어비앤비 호스트 아냐 브룩하우전이 타월을 개며 새 게스트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네덜란드 할렘의 에어비앤비 호스트 아냐 브룩하우전이 타월을 개며 새 게스트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 서쪽으로 약 2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시 할렘에서 시청 공무원으로 일하는 아냐 브룩하우전(63)은 오후 4시에 퇴근하면 가장 먼저 게스트룸(손님방)이 있는 2층으로 향한다. 손님이 쓰는 욕실과 화장실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브룩하우전은 2013년 4월부터 숙박 공유사이트 에어비앤비의 회원으로, 여행객에게 방을 빌려주는 단기 임대업을 하고 있다.

2005년 이혼하고 최근 몇 년 새 두 자녀마저 독립시킨 브룩하우전에게 1982년에 전 남편과 함께 장만한 3층짜리 넓은 집은 쓸쓸한 기분만 더하게 하는 공간이다. 그는 조카의 권유로 에어비앤비에 가입하고 세계 각국 여행객과 집을 공유하면서부터 인생이 달라졌다고 한다. 암스테르담시가 에어비앤비를 합법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근교 도시 할렘에서도 관광특별세 등 세금을 납부하는 것을 전제로 에어비앤비 사업을 정당하게 할 수 있게 됐다. 브룩하우전은 “세금을 내기 때문에 금전적 수입이 생각만큼 많지는 않지만 싱글맘으로 힘들게 지내던 내게 에어비앤비는 새로운 인생의 활력을 안겨 줬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공유도시 간 라운드테이블(Sharing City2City Round Table)’에 세계 11개 도시 부시장과 공유경제 전문가들이 모였다. 주최 도시 암스테르담에서는 카이사 올롱그렌 부시장(앞줄 왼쪽 다섯 번째)이 참석했고 서울시에서도 하승창(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 정무부시장이 참석했다. ShareNL 제공
지난달 2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공유도시 간 라운드테이블(Sharing City2City Round Table)’에 세계 11개 도시 부시장과 공유경제 전문가들이 모였다. 주최 도시 암스테르담에서는 카이사 올롱그렌 부시장(앞줄 왼쪽 다섯 번째)이 참석했고 서울시에서도 하승창(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 정무부시장이 참석했다. ShareNL 제공

공유경제로 혁신 추구하는 암스테르담

지난해 2월 ‘공유도시’를 선언한 암스테르담은 유럽에서 앞장서서 공유경제를 수용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에어비앤비와 차량공유업체 우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의 등장으로 세계 곳곳이 안전과 공정거래 위반 문제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암스테르담은 일찌감치 법규 정비를 서두르며 지원과 규제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 연간 60일 이하, 세금 납부 조건으로 에어비앤비를 합법화했고 택시기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으로 대상을 국한해 우버블랙과 우버엑스를 승인했다. 따라서 공유경제는 이미 암스테르담 시민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있다.

현지에서 만난 우버 기사 레힙 알카파지(49)는 작은 빵집을 운영하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폐업하고 한 달 전 택시기사로 변신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오랜 불황으로 가격 대비 체감 가치가 높은 것만 찾다 보니 새로 문을 연 대형 빵집에 당해낼 수 없었다”며 “그래도 우버가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 자가용과 승객을 연결해 주는 우버팝이 불법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우버를 창업 초기 콘셉트대로 차량 공유 서비스라고 해도 좋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다만 비용 문제로 택시 이용자가 많지 않았던 이 도시에서 호기심으로 우버 택시를 타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다른 대중교통수단과 우버 간에 고객을 공유하는 차원으로 봐야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암스테르담은 특히 기술혁신 진흥 차원에서 공유경제를 활용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은 2014년 7월부터 시 정부 내에 최고기술책임자(CTOㆍChief Technology Officer) 직책을 두고 있다. CTO국의 중요한 과업 중 하나가 공유경제다. 암스테르담을 포함해 네덜란드 전반에서 공유경제 관련 창업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웃의 차량 중 원하는 차를 렌트할 수 있는 P2P(Peer to Peer) 차량 렌트 서비스 스냅카(Snappcar), 일반 가정에서 레스토랑처럼 음식을 판매하는 에어디앤디(AirDnDㆍDrink and Dine), 경제적 이득 추구보다 기부 또는 개인적인 목적으로 이웃과 가정식을 나누는 따우스아프허할드(ThuisafgehaaldㆍHome Picked) 등이 최근 급성장한 공유경제 창업기업이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지난달 27일 카이사 올롱그렌 암스테르담 부시장 주도로 서울, 뉴욕, 파리, 아테네 등 11개 도시의 부시장 또는 공유경제 전문가가 참석한 ‘공유도시 간 라운드테이블(Sharing City2City Round Table)’이 열리기도 했다. 공유도시를 지향하는 도시끼리 공유도시의 기회와 도전에 대해 함께 의논한 자리였다.

스마트폰 차량 호출 서비스 우버의 응용소프트웨어(앱)와 택시 표시등(www.taxielectric.nl)
스마트폰 차량 호출 서비스 우버의 응용소프트웨어(앱)와 택시 표시등(www.taxielectric.nl)

가이드라인 만들고 공유경제에 빗장 여는 유럽

유럽에서 암스테르담만 공유경제에 문을 연 것은 아니다. 영국 런던은 1년 이상 지속된 택시기사들의 시위에도 불구, 지난해 가을 우버를 합법화했다. 내년부터는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세금 감면 혜턕도 적용된다. 이탈리아 밀라노는 공유박람회(sharexpo) 같은 다양한 행사를 열어 유럽의 공유경제에 대한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도시로 꼽힌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3월 공유경제 법률안이 발의돼 공유경제 산업을 보장하는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공유경제 법률안은 디지털 플랫폼 운영의 규정 준수와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법률안으로 총 12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기준 이탈리아의 공유경제 플랫폼은 118개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무엇보다 2일(현지시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공유경제 보급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암스테르담, 런던 등이 공유경제를 장려하는 것과 달리 독일 베를린 등은 전통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 성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번 EC의 가이드라인 제정은 28개 국가에서 각각 다르게 적용되는 공유경제 기업 관련 규제를 통일하고 공유기업 지원과 규제의 한계를 명확히 해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 시대를 열겠다는 의미다. 특히 EC의 가이드라인이 유럽의 공유경제 창업기업이 여타 대륙으로 글로벌화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유경제 기업 문화에 익숙해지는 시민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유럽 각국과 각 도시 정부가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공유경제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소유에만 익숙했던 유럽 각 도시 시민들이 공유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런던에서 만난 에어비앤비 호스트인 사이마 칸(44)은 단기 임대업을 꾸준히 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비결로 “손님과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꼽았다. 2013년 2월부터 이 일을 하고 있는 그는 “손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단 한 번도 내 방에 자물쇠를 채워본 적이 없다”며 “공간은 물론 냉장고의 음식까지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다는 생각 없이 경제적 이익만 추구한다면 에어비앤비는 쉽지 않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암스테르담ㆍ할렘(네덜란드)=글ㆍ사진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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