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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권한 없애고 사모펀드팀도 해체… '깜깜이 시장' 자초한 정부

입력
2020.07.10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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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관리까지 팽개친 금융당국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 주최로 열린 옵티머스 사모펀드 상환 불능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 주최로 열린 옵티머스 사모펀드 상환 불능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편집자주

한때 선진 금융기법으로 칭송 받던 사모펀드에서 연일 사고가 터지고 있다. 지난해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부터 올해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옵티머스 사태까지. 돌연 환매중단이라는 얼개는 비슷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죄질은 갈수록 나빠진다. DLF 사태는 은행의 불완전판매가, 라임 사태는 운용ㆍ판매사 사기에 가까운 행태가 문제였다면, 옵티머스 사태에선 운용사가 아예 사기를 쳐버렸다. 이는 일부 개인과 회사의 일탈이라기보다, 근본적으로 '누더기'가 된 한국 사모펀드 시장의 제도적 결함 때문이다. 옵티머스 사기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 시장과 금융당국은 어떤 실책을 저질렀는지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옵티머스 사태가 연달아 터지는 과정에서 흔한  금융당국의 ‘사전 경고’는 한번도 볼 수 없었다. 그나마 옵티머스 펀드의 부실 조짐을 올해 초 당국이 감지했다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사모펀드 사고를 계기로 진행한 전수조사 과정에 '얻어 걸린' 꼴이었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감독을 안한걸까, 못한걸까.

시장 감시할 ‘더듬이’조차 없었다

결론은 ‘할 수 없었다’에 가깝다. 금융위원회가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대책’을 내놨을 때 이미 금융감독원의 사모펀드 감독 기능을 없앤 거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아무리 사모펀드라 해도 2015년 대책 전까지는 금융당국에 정기적으로 ‘운용 정보’를 보고해야 했다. 수많은 펀드에서 행여 금융 시스템으로 옮겨 붙을 위험이 있는지 금융당국이 사전에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다.

그래서 국내 모든 사모펀드는 금감원에 3개월(분기) 마다 △운용전략 및 투자대상 자산의 종류 △투자위험 관리 관련 사항 △채무보증 또는 담보제공 현황 △금전차입 및 파생상품 매매 현황을 보고해야 했다.

하지만 2015년 이후부터는 보고 주기가 ‘6개월’로, 보고 항목도 2가지가 빠졌다. 사모펀드들은 △운용전략 및 투자대상 자산의 종류 △투자위험 관리 관련 사항을 금감원에 알릴 필요가 없어졌다. 사모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사실 이 2가지가 사모펀드의 핵심”이라며 “저걸 모르면 사모펀드 운용에 대해 알 수 있는 게 없다”고 꼬집었다.

금감원 내에서조차 이런 상황에 대해 “사모펀드의 문제를 감지할 '더듬이'가 없어진 게 가장 뼈 아픈 부분”이라는 자조가 나온다. 지금은 사모펀드 운용 실태를 파악할 기초 정보를 얻을 공식 경로까지 차단돼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런 탓에 2015년 이후부터는 시장의 ‘신호’에 따라 사후적으로 ‘검사’를 나가야 여러 문제점을 뒤늦게 알게 되는 구조가 이어져 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감독당국에게 주어진 시장 감독 의무를 하기에는 제공되는 정보가 너무 부족해 그간 감독이 쉽지 않았던 상황인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사모펀드 1만개 시대에 도리어 전담팀 없애

규제 완화로  운용사와 사모펀드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감독 난맥상’을 부추겼다. 사모펀드의 기초 운용 정보조차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챙겨야 할 대상까지 걷잡을 수 없이 많아지자 아예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2015년 전까지 사모펀드 운용사는 공모펀드 운용사와 동일한 수준의 진입 요건을 적용 받았다. △전문인력 △대주주  △재무 요건 등을 점검 받아 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 후에는 앞선 요건들의 기준이 낮아지고 ‘등록’만 하면 사모펀드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에 2014년 86곳이었던 사모펀드 운용사는 2015년 이후 급증하기 시작해 지난해 292곳까지 늘어났다. 이들이 운용하는 사모펀드 수도 7,000~9,000개 수준에서 규제 완화 이후 ‘1만개 시대’를 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당시 금감원 내에 있던 ‘사모펀드 전담팀’ 마저 해체된다.  2017년까지 존속된 사모펀드팀은 2018년부터 자취를 감췄다. 사모펀드팀에서 담당하던 펀드 심사 업무는 공모펀드  담당 팀으로 넘어갔고, 사모펀드 시장 감독 업무는 영업감독팀으로 이관됐다. 사모펀드팀이 해체된 2018년은 한창 사모펀드 수가 늘어나 1만688개에 이르던 시기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모펀드 전담 팀이 없어진다고  감독 기능이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감독 업무의 집중도가 떨어진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감원의 사모펀드팀이 해체된 건 당시 얼마나  규제 완화 드라이브가 강했는지 알 수 있는 상징적인 조직 변화”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도 금감원에는 사모펀드 전담 조직은 없는 상태다.

“5년 감독 공백 안타까워”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사모펀드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우선 ‘보고 의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정보 보고 주기가 다시 3개월로 짧아지고, 보고 범위도 늘리기로 했다. 특히 보고 의무에서 빠졌던 투자대상 자산현황이 다시 포함됐다. 이런 내용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입법예고 등을 거쳐 오는 8월말이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실 감독 권한 부분만 놓고 보면 딱 2015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사실 감독은 규제라기 보다 ‘기본’에 가까운 것인데, 지난 5년간의 감독 공백 상황을 금융당국 스스로 만든 꼴이라 안타까운 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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