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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헌재 심판대 오른 사형제, 폐지 고민할 때 됐다

입력
2022.07.15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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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오른쪽)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형법 41조 1호와 250조 2항 중 '사형'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 변론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남석(오른쪽)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형법 41조 1호와 250조 2항 중 '사형'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 변론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형제가 세 번째 위헌법률심판에 올랐다. 헌법재판소는 14일 존속살해로 기소돼 1심에서 사형이 구형되자 위헌소원을 낸 윤모씨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사형은 범죄자의 생명을 박탈해 사회에서 영구 격리하는 법정 최고 형벌이다. 사회적 다수의 찬성 문제가 남아 있긴 하나 우리 사회도 이제 사형제 폐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무엇보다 사형제의 명분인 그 효과와 근거가 흔들린다. 그동안 사형은 범죄 예방을 위한 필요악이자 흉악범에 대한 합당한 단죄의 수단으로 여겨졌다. 이날 변론에서 서울대 고학수 교수는 사형 집행 전후 상세한 범죄 현황을 보여주는 시계열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생명을 빼앗는 범죄응보의 부적절성 등 사형제 폐지 논거들에 힘이 실리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 헌법은 사실 사형제를 명시하진 않고 있다. 형법과 군형법은 비상계엄하의 사형을 언급한 헌법110조를 간접 근거로 삼아 사형을 규정했다. 이마저 1997년 12월 23명을 마지막으로 25년째 집행하지 않아 한국은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사형이 제도로 남아 있긴 하나 감형 없는 종신형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두 번의 위헌심판에서 헌재는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위헌 의견은 점차 늘어났다. 1996년 7대 2에서, 2010년에는 5대 4 의견으로 간신히 합헌을 결정했다. 비록 법무부는 사형제 존치 의견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동안 정부의 움직임은 폐지 준비에 가까웠다. 2020년에는 과거 7차례 기권했던 유엔의 사형집행 모라토리엄(일시유예) 결의안에 처음 찬성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작년 8월 사형제 폐지 국제규약 가입을 정부에 권고했다. 현재 미국 일본 등 84개국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유럽을 중심으로 한 106개국은 폐지했다.

국민 법 감정은 아직 사형제 존치를 더 지지해 폐지가 여론상 시기상조일 수는 있다. 하지만 사형제 문제는 이성적 판단으로 다뤄야 하는 사안이다. 사형 존치의 명분은 좁아지는데도 법리보다 법 감정을 앞세우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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