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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태극기 옆 ‘인니 국기’ 새겼지만…8000억대 연체금은 ‘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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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태극기 옆 ‘인니 국기’ 새겼지만…8000억대 연체금은 ‘무소식’

입력
2022.07.24 14:30
수정
2022.07.24 15:44
0 0

올 1분기 하려던 비용계약서 수정 '아직'
분담금 30% 대신 납부할 '현물' 결정 못해
尹, 인니 대통령 정상회담서 담판 지을까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이 19일 오후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에서 첫 비행을 하고 있다. 방사청 제공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이 19일 오후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에서 첫 비행을 하고 있다. 방사청 제공

최초의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별칭 보라매)이 지난 19일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지만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의 ‘8,000억 원대 분담금’ 미납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방위사업청과 인도네시아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가 KF-21 총 개발비의 20%를 2026년까지 부담’하는 기존 계약을 유지하되, 분담금의 30%는 현물로 내는 협상안에 도장을 찍으며 3년을 끌어온 미납금 문제 해결에 물꼬를 텄다. 하지만 후속 절차로 올해 1분기에 마무리하려던 계약서 수정은 시한을 넘겼고 현재까지 진전이 없다.

24일 방사청에 따르면 당시 합의에 따라 KF-21 사업 주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인도네시아 국방부는 올해 1분기에 ‘비용분담 계약서’를 수정, 미납액과 향후 납부액을 포함한 연도별 분담금 납부액을 최신화할 예정이었다. 미납금과 연체이자 문제뿐만 아니라 부가세 면제(2017년 방산물자 지정)로 총 개발비가 줄어들면서 분담금도 재조정(1조7,000억 원→1조6,000억 원)해야 하는 상황을 반영할 필요가 있어서다. 인도네시아가 분담금 30%를 대신 납부하기로 한 현물을 무엇으로 할지 결정하는 문제도 이와 맞물려 있다.

19일 오후 경남 사천공항 활주로를 이륙한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이 시험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귀환하고 있다. KF-21 동체에는 태극기와 함께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 국기가 새겨져 있다. 뉴시스

19일 오후 경남 사천공항 활주로를 이륙한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이 시험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귀환하고 있다. KF-21 동체에는 태극기와 함께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 국기가 새겨져 있다. 뉴시스

하지만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계약서 수정과 관련해 실무선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인도네시아의 내년도 예산이 가을에 결정되는 사정을 감안해 늦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계약서 수정 시점을 연말로 예상하고 있다.

계약서 수정이 늦어지면 인도네시아가 대납할 현물 결정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합의 당시, 유력한 현물 후보군으로 식용유 원료인 팜유가 부상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팜유 가격이 급등하자 인도네시아는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팜유 재고 급증에 수출 규제 철폐를 저울질하고 있다.

초도비행 성공에도 불구하고 분담금 문제가 명확히 매듭지어지지 않으면서 KF-21 공동개발 사업을 바라보는 국내 여론은 곱지 않다. 인도네시아가 분담금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공동개발자의 지위는 누리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19일 ‘33분간 초도비행’에 성공한 KF-21 동체에는 태극기와 함께 인도네시아 국기가 새겨졌다. KAI 사천 공장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기술진 30여 명도 현장에서 시험비행을 지켜봤다. 반면 KAI는 계약서 수정이 늦어지면서 올해 상반기 분담금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계약에서 인도네시아는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분담금을 내기로 했다.

2016년부터 10년간 전투기를 공동개발하기로 한 인도네시아는 2017년 하반기부터 분담금을 연체했고 2019년 1월 일부 금액만 보내왔다. 이에 지난해 기준 연체액(8,000억 원)은 지금까지 납부한 금액(2,290억 원)의 4배에 달한다.

조코 위도도(왼쪽ㆍ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 나서며 악수하고 있다. 올해 주요 20개국(G20) 의장인 조코위 대통령은 30일에는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중재에 나선다. 키이우 AFP=연합뉴스

조코 위도도(왼쪽ㆍ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 나서며 악수하고 있다. 올해 주요 20개국(G20) 의장인 조코위 대통령은 30일에는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중재에 나선다. 키이우 AFP=연합뉴스

군 당국은 오는 27일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어떻게든 분담금 문제가 결론이 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반대로 조코위 대통령이 추가 요구를 해올 가능성도 있다. 2019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경제 사정을 이유로 ‘분담금 5% 인하’를 요청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KF-21 시제기 제공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26년까지 개발비의 20%를 분담한 인도네시아가 시제기 1대와 함께 기술을 넘겨 받아 현지에서 48대를 생산하는 것이 공동 개발사업 내용의 골자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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