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꼬박 일해도 쥐꼬리 소득, '리어카노인' 지원법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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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꼬박 일해도 쥐꼬리 소득, '리어카노인' 지원법이 필요해요

입력
2022.08.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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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철
소준철사회학박사

편집자주

매일 버리는 쓰레기지만 누군가는 그 쓰레기를 통해 살아간다. 쓰레기는 폐기물 그 이상, 사회의 거울이고 그림자다. 도시빈곤문제를 연구해온 사회학자 소준철 박사가 쓰레기 안에 담긴 우리의 삶, 공간, 역사를 추적한다.


<6>재활용품 수집이라는 일

서울 종로구 거리에서 한 노인이 폐지를 가득 실은 수레를 끌고 이동하고 있다. 최흥수 기자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사람들

지난 7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개최한 '폐지수집 노인과 자원순환'이란 이름의 집담회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는 노인들을 직접 고용한 사회적기업가와 그 노인들이 조합원으로 참여 중인 협동조합의 운영자, 환경운동가, 연구자, 법률가 등이 모였다. 참여자들은 '재활용품 수집 노인'이 증가하는 현상에 ‘가난한 노인'이 ‘비공식적이며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 재활용품 수집 일을 한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했다.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의 사례는 흥미로웠다. 이들은 일할 때의 위험을 줄이고, 소득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러블리페이퍼는 노인들이 수집한 폐지를 비싸게 사들여 폐지를 켜켜이 쌓아 캔버스를 제작한다. 여기서 얻은 수익으로 세 명의 노인을 고용했고, 최근에는 기업에서 배출된 종이 쌀포대를 파우치로 재활용하고 있다.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로 이루어진 협동조합인 실버자원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주운 재활용품을 조합에서 대신 판매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조합원이 나눠 가진다.

러블리페이퍼는 재활용품 수집인들에게 박스를 시장가보다 높게 매입해 캔버스, 파우치 등을 생산하는 실험을 하고 있으며, 수집 노인 일부를 정직원으로 채용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러블리페이퍼와 실버자원협동조합은 노인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일자리를 넓히고 일한 만큼의 보상을 제공하려면 재활용품 수집 노인을 위한 지원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노인들의 지역 사회에서의 역할과 기여도를 파악해서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했다. 그들이 도시의 위생을 위해 이름 없는 활동가로서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인들은 얼마를 어떻게 버는가

재활용품 수집 노인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차상위계층 노인들에게는 기초노령연금이 무척 중요한 수입원이다. 또 다른 수입원은 노인인구 894만 명 가운데 약 9%인 84만 명이 참여하는 공공일자리 사업에서 지급된다. 대개는 공공근로에 가까운 공익형(약 91%, 11개월 기준 월평균 약 27만 원) 사업이며, 시장형(약 3%, 11개월 기준 월평균 약 41만 원), 사회서비스형(약 5%, 11개월 기준 월평균 약 24만 원) 등으로 나뉜다. 노인들 가운데서도 기초노령연금액 30만 원 내외와 공공 일자리에서의 월 20만 원 내외의 돈을 받는 이들은 사정이 좋은 편이다.

남성 노인이 개조한 오토바이로 수집한 박스. 여성 노인에 비해 수집 속도와 양이 월등하다. 촬영 소준철

재활용품 수집은 많은 경우 기초노령연금과 노인일자리 수급액만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들이 진입한다.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노인이 하루에 100㎏의 폐지를 줍는다고 가정할 때, 20일 8만 원(1㎏당 40원 기준)에서 매달 32만 원(1㎏당 200원 기준 30일) 사이의 수입을 올린다. 노동량에 비해서는 현저히 적은 수입이다. 그렇기에 러블리페이퍼는 노인들에게 재활용품을 시장가격보다 높은, 일정 금액으로 구매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1㎏당 500원에 구매하는데, 이는 고물상에 비해 적게는 2.5배, 많게는 12.5배 가격이 높다. 러블리페이퍼는 폐지를 업사이클링(재활용품의 가치를 높임)해 새로운 상품을 생산해 얻은 이익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경제의 흥미로운 모델이다.

사회보장제도의 한계

사회적 경제 영역의 시도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노인들이 안전망을 충분히 제공받으며 일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러블리페이퍼와 같은 사회적 기업이 고용한 노인들도 4대 사회보험을 보장받지 못한다. 이건 사회적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노인이 일하는 사회를 준비하지 못한 정책의 한계다. 이제까지 국민연금에 가입한 적 없던 노인이 일을 시작하며 국민연금에 가입하겠다고 마음 먹더라도 가입할 수 없다. 가입 상한 연령이 만 59세로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연령대를 늦추거나 미국과 같이 없앨 필요가 있다.

게다가 노인들은 노인일자리 사업에 11개월 동안 참여한 후 실업급여를 받을 수도 없다. 고용보험 가입자를 연령대별로 살필 때, 가장 많이 증가한 연령대는 60대 이상이며 총 24만 명이 늘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노인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고용보험에 가입됐지만, 대다수는 실업급여를 받을 방법이 없다. 65세 생일 이후 가입한 이에게는 실업급여 지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날 서울 시내의 한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그늘 쉼터에서 폐지 줍는 노인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이외에도 정책이 대개 극빈층에 대한 기초생활보장수급과 차상위계층에 대한 ‘일자리 제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차상위계층이나 공공일자리에 참여하지 못했거나 일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이들에 대한 지원이 미약하다. 주택이 있으나 실질적인 소득이 없어 기초노령연금을 주수입원으로 살고 있는 노인들이 가지는 위기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 돌봄노동 때문에 외부에서 일할 수 없는 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빈곤선 이하 차상위계층의 기초노령연금 인상이 긴요하다.

자원순환체계에도 수리가 필요하다

상업지구에 박스가 버려져있다(왼쪽). 공식적인 재활용품 수거업체가 치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비공식적인 재활용품 수집인들이 가져가게끔 배출한 상태다. 오른쪽 사진은 한 수집인이 끌던 리어카다. 지역 고물상과 함께 운영 중인 경량 리어카로 고물상과 협업하는 구조를 만든 점에 주목할 만하다. 촬영 소준철

‘재활용품 수집 노인'의 일을 탐색하다보면 켜켜이 쌓인 문제가 드러난다. 가난한 노인들은 사회보장제도의 미비로 거리에 나섰고, 고물상과 함께 자원순환체계의 수집 단계에 있다. 일은 단순하다. 많은 경우, 인근 고물상에 방문해 리어카나 카트를 빌리고 재활용품을 쌓은 뒤 고물상에 판매한다. 고물상은 노인이 자원순환 시장에 연결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고물상은 국토계획법과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불법인 경우가 절대다수다. 도심 지역에 폐기물 관리 시설이 들어올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고물상을 ‘환경 오염’ 위험이 있는 불법시설만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별도 공간 마련이 힘든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의 고물상과 노인들은 아파트의 분리수거공간과 수거업자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고물상은 지역에 필요한 자원순환시설로 봐야 한다.

자원순환 체계에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며, 자원순환 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맞추어 책임을 나눌 필요가 있다. 노인들은 낮은 보상과 위험, 고물상은 불법과 단속이라는 위험에 처해 있다. 무엇보다 자원순환체계의 최대 수혜자는 최종재생업체다. 이들은 고물상 같은 하위 업체로부터 재활용 가능 자원을 사들이는 값을 정한다. 최종재생업체의 이윤을 고려해 결정된 값이다. 최종재생업체는 수집하는 노인들과 이를 시장으로 유통하는 고물상을 이용해 큰돈을 벌고, 몇 년 주기로 과점업체끼리 가격 담합 시도가 적발돼 처벌받는 행태를 보인다. 이들이 해야 할 일은 자신들의 이익에 집중하는 음성화된 수집 단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한 노인이 고물상에 재활용품을 판매하기 위해 무게를 측정하고 있다. 최종재생업체가 매입가를 결정하면, 중간 업체가 이윤을 뺀 가격을 고물상에 제시하고, 고물상은 여기서 자신의 이윤을 뺀 가격을 노인들에게 제시한다. 재활용품의 가격은 최종재생업체가 결정하는 셈이다. 촬영 소준철

우선 최종재생업체들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하며, 자원순환체계의 수집과정에 책임을 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에서 페트병과 알루미늄캔은 농업위원회(Jordbruksverket) 주도로 만든 민간기업 Returpack AB에서 수집부터 재생까지 책임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자원재생업체들이 해당 산업의 수집과 재생을 담당하는 공공주체를 만들고, 공공주체의 지원으로 고물상이 환경기준을 갖춘 자원순환시설을 운영하도록 지원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노인 같은 수집인들도 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나눠 갖고, 사회적 경제 영역 역시 수집 단계와 재생 단계에서 협업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난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값싼 일의 접점에 이뤄지는 ‘재활용품 수집’은 더 나은 노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준철 도시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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