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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주지훈이 샤워 장면에 신경 쓴 이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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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주지훈이 샤워 장면에 신경 쓴 이유 [인터뷰]

입력
2023.01.01 11:44
수정
2023.01.0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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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이 '젠틀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콘텐츠웨이브 제공

주지훈이 '젠틀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콘텐츠웨이브 제공

배우 주지훈은 크리스마스에 '나 홀로 집에'를 보며 행복을 느낀다. 귤 하나를 잘 까서 따뜻한 차에 곁들이면 만족감은 더욱 커진다. '나 홀로 집에'를 언급하던 그는 장르의 매력이 적절하게 담겨 있는 대본을 보면 출연하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젠틀맨'은 예산은 적어도 세련된 맛이 있는, 주지훈이 생각하는 '가치 있는 작품'이다.

주지훈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젠틀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젠틀맨은 성공률 100% 흥신소 사장 지현수가 실종된 의뢰인을 찾기 위해 검사 행세를 하며 불법, 합법 따지지 않고 나쁜 놈들을 쫓는 모습을 담은 범죄 오락 영화다. 주지훈은 지현수를 연기했다.

주지훈이 신경 쓴 샤워 장면

주지훈이 '젠틀맨'을 촬영하던 때를 떠올렸다. 콘텐츠웨이브 제공

주지훈이 '젠틀맨'을 촬영하던 때를 떠올렸다. 콘텐츠웨이브 제공

주지훈은 지현수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합적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악과 맞선 인물이니 정의롭게 볼 수도 있지만 불법인지 합법인지 따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냥 옳은 캐릭터는 아니라고 했다. 주지훈은 지현수에 대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촌, 옆집 아저씨, 아는 오빠 같은 생생함이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감독님도,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사람 감정이 항상 복합적이다. 눈이 오면 기분 좋고 어딘가 시큰해지지만 '출근하려면 죽었다'는 생각도 든다. 짜증과 기쁨이 섞여오지 않으냐"고도 했다. 지현수는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담고 있었기에 더욱 입체적이었다.

주지훈은 '젠틀맨' 속 지현수의 샤워 장면에 특히 신경 썼다. "흥신소 사장이지만 깔끔해 보이는 면이 있어야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운동을 많이 한 듯 보이지만 근육이 과하진 않은 모습에서 지현수의 전사가 드러나리란 생각을 했단다. 주지훈은 "지현수가 고객을 접대하고 때로는 삼겹살과 소주도 먹지 않았겠느냐. 달리기 등 육체를 써야 하는 일도 했을 거다. 그 정도 몸을 갖고 있길 원했다"고 밝혔다. 거대한 힘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다소 판타지적인 작품에 주지훈은 그렇게 현실성을 더해나갔다.

등장 자체로 압도한 박성웅

주지훈이 박성웅을 향한 신뢰를 내비쳤다. 콘텐츠웨이브 제공

주지훈이 박성웅을 향한 신뢰를 내비쳤다. 콘텐츠웨이브 제공

'젠틀맨'의 예산은 많지 않았다. 주지훈은 "전쟁 영화처럼 악역이 도시를 때려 부수거나 하지 않는다. 그래서 등장 자체로 압도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가 대본으로 악한 본성을 지닌 대형 로펌 대표 권도훈 캐릭터를 접했을 때 바로 박성웅을 떠올린 이유다. 주지훈은 "한 배우가 나오자마자 관객에게 극의 분위기를 확 전달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박성웅 형이 최고급 스펙을 갖고 있다고 믿었다"고 전했다. 주지훈의 기대에 부응하듯 박성웅은 권도훈 역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주지훈은 '젠틀맨'을 선택한 이유를 '개인적 취향'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장르를 가리지 않는 배우라고 말했다. 영화, 드라마를 보며 배우로서 공부도 하지만 이 작품들이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걸 느끼기도 한단다. 크리스마스에 보는 '나 홀로 집에'는 그에게 행복을 안긴다. 주지훈은 "영화마다 장르의 매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매력이 잘 느껴지게 대본이 쓰여 있다면 출연하고 싶어진다. 잘 쓰인 글이 제게 용기를 준다. 장르에 맞게, 어느 수준 이상으로 잘 쓰여 있으면 참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똑똑한 김경원 감독

주지훈이 김경원 감독을 칭찬했다. 콘텐츠웨이브 제공

주지훈이 김경원 감독을 칭찬했다. 콘텐츠웨이브 제공

주지훈이 바라본 김경원 감독은 똑똑한 사람이었다. 예산 규모 내에서 알차게 이야기를 그려냈기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목표했던 정서와 이미지를 '젠틀맨'에 그대로 담아냈다. 주지훈은 "감독님께서 엄청 고되게, 그리고 집착적으로 후반 작업을 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관객들의 김 감독의 연출에 묻어나는 세련된 색깔을 봐주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젠틀맨'에는 빠졌다가 김 감독과의 논의를 통해 다시 생긴 장면이 있다. 지현수가 실외기에 매달려 있는 신이다. 주지훈은 "'배우의 안전을 위해 뺀 건가' 싶었다. 아주 핵심적인 장면이 아니긴 했다. 감독님께서 일부러 빼셨을 수도 있으니 '전 괜찮아요. 다시 넣으세요'라고 하기 어려웠다고"고 밝혔다. 주지훈은 김 감독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했고 이 장면이 다시 생겼다. "모텔 안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관객들이 '현수가 어디 갔을까'라는 생각을 가질 때 말로 설명하기보다 캐릭터가 외부에 나와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잠깐 매달려 있는 건 크게 위험하지도 않을 듯했다"는 게 주지훈의 설명이다.

주지훈의 열린 마음

주지훈이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한 가치관을 드러냈다. 콘텐츠웨이브 제공

주지훈이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한 가치관을 드러냈다. 콘텐츠웨이브 제공

'젠틀맨' 속 주지훈은 다양한 인물들과의 케미스트리를 자랑했다. 강아지 윙까지도 그의 좋은 동료였다. 주지훈은 각 장면마다 주인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두가 그를 살려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자신이 많이 보이고 칭찬받으면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잠깐은 맛있게 느껴져도 결국은 뒤가 안 좋은 정크푸드 같은 거다. 영화가 살아야 배우도 오래 간다"고 말했다. 주지훈의 가치관이 담긴 말은 그가 롱런하고 있는 비결을 짐작게 했다.

주지훈은 작품 선택과 관련해 점점 다른 이들의 의견을 많이 듣게 됐다고 밝혔다. 인간 한 명의 지식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훌륭한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에 관심 없을 거라는 예를 들었다. 젊은 관객들의 감성을 파악하기 위해 20대 초반 사회 초년생의 의견을 묻기도 한단다. 주지훈의 가장 큰 무기는 열린 마음이 아닐까.

'젠틀맨'은 오는 28일 개봉한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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