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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기업 배상 또 인정 안 돼… "손해배상 청구 가능 기한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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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기업 배상 또 인정 안 돼… "손해배상 청구 가능 기한 지나"

입력
2023.02.14 17:17
수정
2023.02.14 17:5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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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기업 니시마츠건설 상대 손배 소송
배상 책임 인정한 대법원 판결 있지만
법원 "배상 청구 소멸시효 지나" 기각
"대법, 소멸시효 인정 않는 판결해야"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된 조선인이 선 채로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제공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된 조선인이 선 채로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제공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위자료 소송에서 패소한 판결이 또 나왔다.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별개로, 피해자의 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본 것이다. 피해자 측은 "대법원이 소멸시효 도과(경과)를 인정하지 않는 법리를 속히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전범기업 배상" 선례에도 "소멸시효 경과"로 패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 이기선)는 14일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배모씨 등 5명이 일본의 니시마츠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유족들은 2019년 6월 니시마츠건설을 상대로 7,300여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 김모씨는 1944년 5월 함경북도 부령군에 있던 니시마츠건설의 군수사업체에서 일하다가 사망했다. "김씨가 강제동원 노역으로 숨졌기 때문에 위자료를 받아야 한다"는 게 유족 주장이다.

소송 제기 시점에는 유족의 승소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2년 5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손해배상 청구권과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파기환송심은 2013년 "일본제철이 원고 1명당 1억 원을 배상하라"고 밝혔고, 이 판결은 2018년 10월 전원합의체에서 확정됐다.

그러나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재판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니시마츠건설 측은 "손해배상 청구권이 인정되더라도 소송이 첫 전원합의체 판결 시점인 2012년 5월을 기준으로 소멸시효 3년이 경과한 뒤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족 측은 "2018년 10월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2019년 6월에 제기한 위자료 소송은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하급심 결론 갈려... "대법원이 정리해야"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모습. 뉴스1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모습. 뉴스1

이날 법원은 니시마츠건설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파기환송 판결의 기속력은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까지 미친다"며 "대법원이 2012년 '개인청구권이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한 이상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권리행사를 가로막는 장애 사유가 해소됐다"고 판단했다. 기업 측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다른 하급심 판례의 논리를 따른 것이다.

유족은 강하게 반발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피해자 손을 들어준 광주고법 판결 등을 거론하며 "청구권 소멸 여부가 최종적으로 판단된 2018년 10월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하는 게 맞다"며 "대법원이 2013년 파기환송심 판결 이후 결론을 하염없이 늦췄는데 피해자들이 어떻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겠느냐"고 비판했다.

임 변호사는 그러면서 대법원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소멸시효 계산에 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아 적지 않은 추가 소송들이 멈춰 있다"며 "대법원이 소멸시효 경과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법리를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2015년 5월 이후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4년 넘게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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