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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왜 미국 반도체법 세부 지침에 긴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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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왜 미국 반도체법 세부 지침에 긴장할까

입력
2023.02.22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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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부, 이르면 이달 중 반도체법 세부지침 발표
미국 투자기업 혜택 주며 "10년 동안 중국 투자 불가" 조건
예외 규정·지원자격 불확실성 속 업계·정부 주목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혜택을 주는 '반도체과학법'의 세부 지침 발표를 앞두고 한국의 주요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법에서 지정하는 혜택을 얻기 위해 중국 등 몇몇 국가에 10년 동안 투자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고 미국에 투자했거나 투자 계획이 있는 두 기업으로서는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추가 투자 시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혜택 반납" 규정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견제 목적 정책. 그래픽=김대훈 기자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견제 목적 정책. 그래픽=김대훈 기자


2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이르면 이달 중 반도체법에 대한 세부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된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관련 제조업 투자에 대해 재정 지원과 최대 25%의 세액 공제를 보장한다.

다만 이 혜택을 받으려면 '가드레일 조항'이라 불리는 조건에 동의해야 한다. 이 조항은 중국을 비롯해 미국이 지정하는 '우려 대상 국가'에 10년 동안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추가 투자를 할 수 없게 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상무부 판단에 따라 최악의 경우 혜택을 모두 되돌려줘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미국에 신규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혜택을 받으려다 중국 공장에는 추가 설비 투자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의 낸드플래시 공장에서 회사 전체 낸드플래시 공급량의 40%가량을 만든다. SK하이닉스는 우시공장에서 D램 생산량의 절반을, 다롄공장에선 낸드플래시의 20~30%가량을 생산한다.



세부지침 관건은 ①예외조항 ②미국 지원 대상 해당 여부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중 투자 및 계획. 그래픽=김대훈 기자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중 투자 및 계획. 그래픽=김대훈 기자



물론 기업 부담을 고려한 예외 조항도 있다. 반도체법에는 중국 등 우려 대상 국가라 해도 구형(레거시) 반도체를 제조하는 기존 시설이나 주로 외국 시장을 대상으로 제조 능력을 물질적으로 확장하는 투자 등은 계속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구형 반도체란 ①28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이전 세대의 로직 반도체와 ②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메모리·아날로그·반도체 패키징(후공정) 기술 등으로 ③상무부가 지정한 것을 말한다.

업계에선 법안 통과 때부터 예외 조항이 지정한 '구형 반도체' '물질적으로 확장' 등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세부 지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봤다. 물론 예외라 해도 중국 투자를 앞두고 미국 상무부의 판단을 얻어야 하는데 이 자체만으로도 기업으로서는 부담이다.

한국 기업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자체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는 조건 등도 세부 지침으로 결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단 두 회사는 미국 반도체 제조 공장에 투자했거나 투자 계획이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기존에 운영 중인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인근의 테일러에 파운드리(위탁 제조) 공장을 짓고 있다. 지난해 말로 승인 유효 기간이 끝난 텍사스주 자체 인센티브를 따기 위해 공장을 더 늘릴 계획을 미리 공개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도 미국 내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세울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시점이나 부지를 정하진 않았다.



올 10월 장비수출 규제 유예 지속 여부도 걱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5일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코트 대강당에서 진행된 비대면 회의에서 반도체법의 의미를 강조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5일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코트 대강당에서 진행된 비대면 회의에서 반도체법의 의미를 강조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은 반도체법 말고도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칩4'로 불리는 주요 반도체산업 국가 간 협의체 등을 통해 중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 상승을 견제할 의도를 드러냈다. 이 중 칩4는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고, 장비 수출 규제는 지난해 10월 발표와 동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년 유예 조치를 받았기 때문에 일단 한숨을 돌린 상태다. 하지만 올 10월 이후로도 효과가 지속될지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낙관할 수도 없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입장에서 미국 투자도 중요하지만 중국 내 투자를 확 줄일 수 없다"며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당장은 최대한 예외를 인정받는 방향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국 정부 역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우리 기업들이 미국 정부와 협약을 맺을 때 불리한 조건에 따르지 않도록 계속해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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