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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맨 캔트 점프

입력
2023.02.20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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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국프로농구(NBA)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맥 맥클렁이 18일(현지시간)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비빈트 아레나에서 열린 NBA 올스타전 전야제 덩크 콘테스트 결선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프로농구(NBA)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맥 맥클렁이 18일(현지시간)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비빈트 아레나에서 열린 NBA 올스타전 전야제 덩크 콘테스트 결선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가 첫 번째 스리핏(1991~93시즌 3연패) 역사를 쓰고 있던 1992년. 그해 3월 개봉한 미국 코미디 영화 'White Men Can't Jump'(국내 개봉 제목 '덩크슛')는 길거리 내기 농구로 의기투합한 2인조, 흑인 시드니와 백인 빌리의 얘기다. 빌리는 시드니의 도발에 말려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는 덩크를 해내겠다며 가진 돈을 전부 건다. 단짝이라도 언제든 털어먹을 준비가 된 시드니가 빌리를 자극하려 던지는 말이 바로 영화 제목이다. "백인은 점프를 할 수 없어!"

□ 흑인 선수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NBA 덩크왕' 타이틀을 27년 만에 백인이, 그것도 188㎝ 단신의 무명 신인 맥 맥클렁(24)이 거머쥐었다. 맥클렁은 18일(현지시간) NBA 올스타전 전야제 '덩크 콘테스트'에 출전, 목말 탄 사람을 가뿐히 뛰어넘는 점프력으로 2m대 흑인 경쟁자 3명을 압도했다. 예·결선 총 4차례 기회를 '540도 공중회전 덩크' '더블클러치(이중 동작) 백덩크' 등 고난도 레퍼토리로 채웠고, 심사를 맡은 5명의 레전드는 기립박수와 함께 세 차례 만점을 줬다.

□ 1946년 NBA 출범 이래 덩크는 꽤 오랫동안 일부 '꺽다리'들이 전통적 슈팅과 정확한 패스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한마디로 농구의 묘미를 망치는 행위로 괄시받았다. 자국에서 NBA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는 미국 대학농구에선 10년 가까이 덩크를 금지하기도 했다. 1970년대 이후 줄리어스 어빙(73), 조던(60), 빈스 카터(46) 등 '적당한' 몸집의 슈퍼스타들이 림을 향해 호쾌하게 날아오르면서 NBA의 덩크 대접도 달라졌다. 1976년 덩크 콘테스트가 시작됐고 80년대 초반엔 덩크를 견딜 특수 림이 설치됐다.

□ G리그(NBA 2부리그) 출신 첫 덩크왕은 맥클렁이 세운 또 다른 기록이다. 재작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 나왔지만 지명받지 못한 채 여러 NBA구단 산하 팀을 전전하다가, 그의 운동능력을 눈여겨본 NBA 사무국의 출전 요청으로 올스타전 전야제의 주인공이 될 기회를 잡았다. 최근 조건부로나마 NBA 입성 계약도 맺었다고 하니 '백인 덩크왕'의 행보를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이훈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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