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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총리의 '잠 못 이룬 밤'

입력
2023.06.23 17: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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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독일 엘마우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회의 도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다가가 대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독일 엘마우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회의 도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다가가 대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1년 9월 미국·영국·호주 3국의 안보협력체 '오커스' 결성 선언은 같은 서방 일원인 프랑스를 충격에 빠뜨렸다.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지원한다는 오커스의 핵심 구상이 2016년 프랑스가 호주와 맺은 디젤 잠수함 12척 공급 계약 파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프랑스 고위관료들 입에선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외교장관), "호주가 몹시 나쁜 소식에 직면하게 될 것"(국방장관)이란 폭언이 쏟아졌다. 미국·호주 주재 대사를 즉각 불러들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분노도 이에 못지않았다.

□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함께 오커스 협정을 맺은 스콧 모리슨 전 호주 총리는 발표 직전까지 프랑스에 철저히 함구했다. 호주 출신 언론인의 신간에 따르면 3국 정상은 이미 그해 6월 오커스 결성에 구두 합의했지만, 모리슨은 며칠 뒤 프랑스를 찾아 마크롱을 만났을 때도 사실을 감췄다. 미영이 프랑스 반발에 못 이겨 오커스를 없던 일로 할 거라 걱정해서였다.

□ 프랑스가 가장 먼저 화를 푼 상대는 미국이었다. 그해 10월 말 바이든이 G20 정상회의에서 마크롱을 만나 "일처리가 어설펐다"고 사과했다. 그 와중에도 오커스끼리는 입이 안 맞았다. 바이든은 "프랑스·호주 잠수함 계약이 진행되지 않는 줄 알았다"고 해명했는데, 모리슨은 "(계약 상황을) 바이든 정부에 꾸준히 알렸다"고 주장한 것. 마크롱은 "모리슨이 거짓말을 했다"고 단정적으로 비난했다. 미국 말이 맞다는 증거가 있었던 건지, 그저 대미 관계부터 풀어야겠다는 계산이 작용했던 건지는 알 수 없다.

□ 프랑스와 호주의 관계는 지난해 5월 정권을 잡은 호주 새 정부가 한 달 뒤 위약금을 물기로 하면서 전기를 맞았다. 마크롱은 호주에 다시 잠수함 세일즈에 나섰고, 올해 초엔 양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포탄 공동 생산 계획을 밝힐 만큼 관계가 회복됐다. 오커스 결성 발표 전날에야 마크롱에게 잠수함 계약 파기 서한을 보냈다는 모리슨도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된 모양이다. "총리직을 수행하는 동안 가장 잠을 이루지 못한 밤이었다."

이훈성 사회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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