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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도 저항했던 세금, 피할 수 없지만 영원한 논쟁의 대상

입력
2023.09.19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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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끝> 비틀스에서 북한까지... 세금 이야기
영국, 1960년대 고소득층에 최고세율 95%
주택 폭에 과세, 네덜란드·교토 집 폭 좁아져
동서고금 막론, 세금은 일상·행동양식에 영향
북한, 세금 없다지만 주민들에 더 큰 부담 전가
죽음과 함께 피할 수 없는 것이 세금이라지만
세금을 얼마만큼 거둬야 하는지는 의견 엇갈려
세율, 적을 처벌하거나 친구 도와주는 도구 아냐
조세의 수직적·수평적 공평성에 신뢰를 얻어내야

편집자주

주로 수치로 묘사되는 경제학은 추상적인 사회과학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삶으로 결국 구현되는 것은 경제 현상이라고 다르지 않겠죠. 경제 분야 대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원들이 지난해부터 연재한 ‘인문학 속 경제’는 이번을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세금징수원(Taxman)'이라는 곡이 수록돼 있는 비틀스의 1966년 리볼버(Revolver) 앨범 표지.

'세금징수원(Taxman)'이라는 곡이 수록돼 있는 비틀스의 1966년 리볼버(Revolver) 앨범 표지.



네가 차를 몰면 길에 세금을(If you drive a car, I’ll tax the street),
네가 앉으면 자리에 세금을(If you try to sit, I’ll tax your seat),
네가 추우면 난로에 세금을(If you get too cold, I’ll tax the heat),
네가 걸으면 발에 세금을(If you take a walk, I’ll tax your feet)



비틀스 리볼버(Revolver) 앨범에 수록된 세금징수원(Taxman)이라는 노래 가사의 일부다. 벼락 스타가 되었던 비틀스는 고소득자에게 부과되는 높은 세율로 괴로워했다고 한다. 당시 영국 정부가 고소득자들에게 최고 95%까지 과세를 가능하게 했다고 하니 세금징수원을 비꼬는 노래를 만든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된다. 해리슨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조국인 영국에서 가장 바꾸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당당히 세금이라 답했으며, 여왕으로부터 훈장(Member of the Order of the British Empire)을 받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단지 세금 때문”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어디 비틀스뿐이랴. 세금이 얼마나 사람들을 괴롭혔는지, 이에 대한 이야기는 문학작품이나 예술 속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성경에서 사람들에게 미움받던 세금징수원 ‘삭개오’,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에 나오는 세금으로 피폐해진 마을, 세금징수원을 혐오스럽게 묘사했던 마리누스 반 레이메르스바엘의 작품인 ‘두 세금징수원(Two Tax-Gatherers)’ 등 셀 수 없이 많이 존재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얼마나 세금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미워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마리누스 반 레이메르스바엘의 작품인 '두 세금징수원'. 영국 내셔널갤러리

마리누스 반 레이메르스바엘의 작품인 '두 세금징수원'. 영국 내셔널갤러리


이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은 세금에 영민하게 반응했다. 집의 폭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 16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좁은 폭의 집들이 생겨났고, 일본 교토에서도 비슷한 과세가 도입되자 집 구조가 세로로 길쭉해졌다. 선박의 면적을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면 배의 모양이 달라지기도 했다. 17세기에 도입된 영국의 창문세는 창문이 벽돌로 막히는 기형적 건축 양식을 창조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후 창문 10개부터 과세를 하자 창문이 9개인 건물이 급격하게 증가하기도 했다. 이렇듯 전 세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은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변화시키고 일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세금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 때문에 차라리 세율을 낮춰주는 것이 조세수입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믿는 경제학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공급 측면을 중시하는 이들이다(supply-side economist). 세율을 인하해주면 근로자들이 일할 의욕이 생겨서 더 많이 일해 더 많은 소득을 벌게 되고, 결과적으로 세금을 더 납부하게 된다는 논리다. 또한 낮아진 세율은 탈세 유인도 떨어트려 세수를 추가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고 봤다. 이와 같은 입장은 미국의 아더 래퍼(Arthur B. Laffer) 교수의 이름을 딴 래퍼 곡선에도 잘 나타나 있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1984년 재선 홍보 영상 캡처. 레이거노믹스는 '증세'만 주장했던 월터 먼데일 민주당 후보의 먼데일노믹스와 큰 대비를 이뤘다. 미국 동영상박물관 캡처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1984년 재선 홍보 영상 캡처. 레이거노믹스는 '증세'만 주장했던 월터 먼데일 민주당 후보의 먼데일노믹스와 큰 대비를 이뤘다. 미국 동영상박물관 캡처


이를 바탕으로 1980년대 미국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와 영국 마거릿 대처 내각은 감세를 내걸고 선거에 임했다. 특히 레이건은 1984년 재선에 도전하면서 레이거노믹스와 먼데일노믹스를 비교하는 선거 영상을 선보였는데, 양측을 비교하는 구도가 재미있다. 증세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대방의 정책과 자신의 정책을 비교해 보여준 것이다. 실제로 먼데일은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재정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세금을 올리겠다고 공언했고, 이는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레이건의 선거 전략은 당시 시대적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면서 재선에 성공했고 홍보 영상에서와 같이 미국의 아침을 다시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It’s Morning again in America”).

하지만 감세 정책은 몇 가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공급 측면 조치들의 기본전제는 감세로 인해 세수가 늘어나고 재정적자가 감소되면서 국민저축과 투자를 증가시킨다는 것인데, 정작 세수는 늘어나지 않았고 재정지출 감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적자가 심해졌다. 또한 감세로 인해 노동자의 근로 유인이 더 생길 것으로 기대했으나, 여가 소비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소득효과까지 발생했다. 결국 레이거노믹스의 감세 정책은 부자들에게만 혜택을 줬다는 비판까지 받았고, 오늘날에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북한은 1974년 세금을 없앴다고 대내외적으로 천명했다. 하지만 우리의 부가가치세와 법인세에 해당하는 세금이 버젓이 존재하며, 북한 주민들은 노동총동원 등 사회적 과제, 혁명자금 등을 부담해야 한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은 1974년 세금을 없앴다고 대내외적으로 천명했다. 하지만 우리의 부가가치세와 법인세에 해당하는 세금이 버젓이 존재하며, 북한 주민들은 노동총동원 등 사회적 과제, 혁명자금 등을 부담해야 한다. 노동신문, 뉴스1


감세에 그치지 않고 세금을 아예 없앴다고 주장하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1974년 세금을 폐지하면서 “근로자들을 낡은 사회 유물에서 벗어나게 하는 혁명”이라고 자랑했다. 그렇다면 북한에 진짜 세금이 없을까? 모두가 예상하듯이 답은 그렇지가 않다. 북한은 매년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예산을 공개하는데, 공식적으로 세금이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우리가 말하는 세입과 세출이 없을 뿐, 예산수입과 예산지출이 버젓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항목들에는 거래수입금과 국가기업리득금 등이 있는데, 이는 우리의 부가가치세와 법인세에 해당한다.

문제는 북한의 이러한 재정 시스템은 주민들에게 더 큰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예산 납부금뿐 아니라 사회적 과제, 혁명자금 등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적 과제는 국토총동원, 노동총동원, 군중외화벌이, 충성외화벌이, 분초과제, 헌혈과제, 건설지원, 교육지원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는데, 이는 모두 주민들의 몫이다. 사회적 과제는 그 규모와 시기 등에 대해 사전에 알 수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더해진다. 또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시장(비공식 부문)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에 초과부담(excessive burden)도 발생하는 셈이다. 이러한 고통은 국제사회의 제재, 코로나19 봉쇄 등으로 국가예산 수입에 어려움을 겪는 요즘 같은 시기에 더 심해질 것이다. 경제주체들에게 이만큼 더 큰 조세부담(shifting)의 전가는 없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단 피할 수 없다는 사실만 제외하고 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단 피할 수 없다는 사실만 제외하고 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렇듯 비틀스에서 북한까지 언제, 어디서나 세금에 대한 논쟁은 항상 이슈가 돼 왔고, 이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벤저민 프랭클린이 “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고 했을까? 하지만 얼마만큼의 세금을 거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증세론자와 감세론자들의 주장이 극명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율에 대한 논쟁에 몰입하다 보면 우리가 간과하게 되는 것이 있다. 세금은 단순히 사람들로부터 돈을 얼마나 받아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수직적 공평성(vertical equity)과 수평적 공평성(horizontal equity)의 균형으로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문제라는 점이다. 전자는 소득과 자산 등 능력 있는 사람이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이고, 후자는 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상황이 비슷한 사람들이 세금을 비슷하게 내야 한다는 원칙이다.

증세론자들의 경우 수직적 공평성을 강조한 나머지 특정 계층만을 타깃으로 과세를 하다가 실패한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부자 증세를 위해 비싼 물품에 세율을 높였는데, 이들의 수요는 정작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이 제품을 만들던 영세한 생산자가 애꿎게 타격을 입는 경우가 그러하다. 지출을 늘리다가 재정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반면 감세론자들의 경우 수평적 공평성을 중시한 나머지 특별공제 조항 등 일부 계층을 위한 혜택을 무리하게 주다가 문제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 이러한 방식의 감세가 보편적으로 이뤄진다면 역시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원천징수제가 도입돼 과세의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해도, 경제학 이론이 아무리 정교해진다고 해도, 과학기술이 발전해 각종 탈세를 막을 수 있다고 해도, 결국 조세의 수직적⸱수평적 공평성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세금 정책은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금에 대한 이슈가 많은 요즘, 세율은 적들을 처벌하거나 친구들을 유리하게 만들어주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종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영부원장

이종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영부원장


이종규 KDI 경영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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