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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도 포기.. god가 눈물 젖은 '잡채'로 일군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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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도 포기.. god가 눈물 젖은 '잡채'로 일군 기적

입력
2023.09.28 04:30
수정
2023.09.28 07:5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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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주목! 이 사람] god

그룹 god가 28일 방송될 KBS2 추석 특집쇼 'ㅇㅁㄷ god'에서 노래하고 있다. 쇼의 제목 'ㅇㅁㄷ'은 '국민이 만들어 준' 그룹이란 뜻에서 일부 모음과 자음을 따 김태우가 붙였다. KBS 제공

그룹 god가 28일 방송될 KBS2 추석 특집쇼 'ㅇㅁㄷ god'에서 노래하고 있다. 쇼의 제목 'ㅇㅁㄷ'은 '국민이 만들어 준' 그룹이란 뜻에서 일부 모음과 자음을 따 김태우가 붙였다. KBS 제공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지난 9일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엔 이 함성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룹 god의 2만여 팬들은 그룹의 대표곡 '어머님께'(1999)를 다섯 멤버보다 더 크게 불렀다. 관객이 주인공이 된 공연은 KBS2 추석 특집쇼 'ㅇㅁㄷ god'.

그룹 god의 데뷔 초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룹 god의 데뷔 초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 공연을 뜨겁게 달군 '어머님께'는 god 맏형 박준형의 어린 시절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노래다. 사연은 이랬다. 미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박준형에게 어머니는 어느 날 쿠킹포일에 싸인 잡채를 건넸다. 일하던 어머니가 직장 점심시간에 한국인 동료가 싸 온 잡채를 먹지 않고 따로 챙겨 아들 학교 갔다 오면 먹으라고 내준 음식이었다.

"엄마 안 먹어?" 박준형이 이렇게 묻자 그의 어머니는 "잡채 싫어해"라며 아들에게 다시 잡채를 권했다. 아들은 어렸지만 차마 그 잡채를 혼자 먹지 못했다. 박준형이 잡채를 먹지 않고 놔두자 그의 어머니는 이번엔 아들의 학교 점심 도시락에 넣어 줬다. 이 애틋한 모자의 사랑에 찬물을 끼얹은 건 철없는 아이들이었다. "이게 뭐야?" 잡채를 처음 본 미국인 학생들이 박준형을 놀리며 도시락에 침을 뱉었다. 참다못한 박준형은 그 미국인 학생과 다퉜다. 박준형의 어머니는 결국 아들 학교로 불려 왔다. 가수 박진영이 이 얘기를 박준형에게 듣고 쓴 곡이 바로 '어머님께'다. 이 곡을 듣고 울며 집으로 돌아온 가출 청소년도 여럿이었다고 한다.

그룹 god가 9일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공연을 한 뒤 2만여 관객이 모인 공연장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BS 제공

그룹 god가 9일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공연을 한 뒤 2만여 관객이 모인 공연장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BS 제공

이 쇼를 연출한 이명섭 PD는 "god는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을 법한 이야기를 노래해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었다"며 "손에 닿지 않는 아이돌 같은 느낌이 아니라 동네 형, 오빠 같은 사람들이 인기를 얻고 그 과정을 지켜본 시청자도 용기를 얻고 우리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것 같아 god를 섭외했다"고 말했다. 나훈아, 임영웅 그리고 송골매에 이어 god가 KBS 명절 특집쇼의 새 주인공이 된 배경이다. god는 이 공연에서 '프라이데이 나이트'를 비롯해 '거짓말' '관찰'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애수' 등의 히트곡을 연달아 부르며 관객과 뜨겁게 소통했다.

그룹 god는 2000년 아이 재민을 돌보는 콘셉트의 예능프로그램 'god의 육아일기'로 큰 사랑을 받았다. MBC 제공

그룹 god는 2000년 아이 재민을 돌보는 콘셉트의 예능프로그램 'god의 육아일기'로 큰 사랑을 받았다. MBC 제공

god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고생 끝에 데뷔했다. 1990년대 경기 일산의 반지하에서 숙소 생활을 하던 그들은 혈기왕성하던 때 식비가 부족해 집 주변 옥수수밭에서 옥수수를 서리해 끼니를 때웠다. 새우깡을 냄비에 물 넣고 소금 풀어서 죽을 해 먹고, 화장실에 온수가 안 나와 걸어서 한 시간 거리의 병원 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씻고 나와 데뷔를 준비하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산전수전을 겪고 데뷔한 그룹의 추석 특집쇼엔 역경을 딛고 일어선 연인도 초대됐다. 2일 결혼한 한 부부는 신혼여행까지 포기하고 이 공연에 참여했다. 대장암 판정을 받고 3년 동안 투병할 때 남자친구의 옆을 여자친구가 항상 지켜줬고, 그 덕에 올 초 완치돼 웨딩마치를 울린 부부였다. god가 손에 닿을 수 있는 곳에서 행복을 찾은 분들과 함께 이 쇼를 꾸리고 싶다고 해 사연을 접수해 이뤄진 이벤트였다.

그룹 지오디의 데뷔 초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룹 지오디의 데뷔 초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4년 멤버 윤계상이 팀을 떠나고 2005년 그룹 활동을 중단한 god는 2014년 재결합했다. 오해가 쌓여 불거진 불화, 각기 다른 소속사에 적을 둬 여러 우여곡절을 딛고 재결합 공연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윤계상이 뇌수막염으로 입원했다. 오랜만에 성사되는 공연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기력이 뚝 떨어진 탓이었다. 올해 god 다섯 멤버의 평균 나이는 만으로 45.8세. 어느덧 중년이 된 그들은 춤을 추며 150분여 동안 이뤄진 공연에서 무대를 쉼 없이 누볐다. 이 PD는 "공연 끝나고 멤버들이 모두 똑같이 한 말이 '너무 힘들다' '우리가 언제까지 춤을 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였다"고 웃으며 "어떤 분이 'god는 팬덤과 추억이 공존하는 유일한 그룹'이라고 했는데 다양한 세대가 편히 즐길 수 있는 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오후 8시 50분 방송.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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