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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심' 오독한 김기현, 체면도 실리도 다 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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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심' 오독한 김기현, 체면도 실리도 다 까먹었다

입력
2023.12.14 21:00
수정
2023.12.14 23:48
3면
0 0

尹 대통령 "대표 유지하고 불출마 요청"
김 대표 "대표 내려놔도 지역구 포기 못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환송하기 위해 1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환송하기 위해 1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가진 걸 놓지 않으려는 욕심이 '윤심(尹心)'을 오독했다."

내년 총선 구도에 지각 변동을 가져온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사퇴를 두고 여권 내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다. 당대표직을 내려놓은 김 전 대표가 여전히 지역구(울산 남을)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과도 대비되는 김 전 대표의 선택은 '대표직은 유지해도 불출마를 해달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표직은 포기해도 지역구는 지킨다'로 해석하고 싶었던 결과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네덜란드 출국 전날까지 희생 요구한 尹

14일 여권 관계자들 설명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 국빈 방문 출국 전날인 10일 김 전 대표를 불러 총선 불출마를 권유했다고 한다. 이에 김 전 대표는 침묵을 지켰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출국한 이튿날까지 김 전 대표에게 윤 대통령 요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저간의 사정을 아는 여권 핵심 관계자들은 혁신위 활동이 공식적으로 마무리되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린 김 전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 각오로 민생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 목소리에 답할 것"이라며 애매한 발언을 했다. 상징적 측면에서 당대표가 먼저 희생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 친윤석열계 핵심 실세인 장 의원이 '불출마 바통'을 이어받는 당초의 구상이 어그러진 것이다. 김 전 대표가 희생을 거부하자, 결국 장 의원이 불출마를 시사하는 글을 올리고 12일 공식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네덜란드 순방길에 이 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윤 대통령도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계 핵심 설득에도 의지 안 꺾은 김기현

대통령실과 핵심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김 전 대표가 총선 불출마로 '희생'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윤 대통령이 8일 김 전 대표, 인요한 혁신위원장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인 위원장의 '혁신위가 50% 성공했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혁신위가 큰 역할을 했다. 미진한 부분은 당이 잘 반영해 완성하면 100%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도 김 전 대표의 불출마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부당한 당무 개입에 대한 부담 때문에 친윤계 핵심 인사들은 간접적으로 김 전 대표에게 '당대표직은 유지하되 총선은 불출마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 전 대표의 지역구 사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실제 울산에서는 울산 남구청장이 내년 총선에 김 전 대표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번복하는 등 '김 대표가 지역구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는 얘기가 유력하게 회자됐다. 김 전 대표의 이런 선택은 내년 총선 공천권 일부로 당대표를 유지하다 선거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보다, 출마만 하면 당선이 유력한 '5선'의 길을 택한 셈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떠밀리듯이 대표직을 내려놓고도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는 김 전 대표지만 정작 공천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며 "당대표로서의 체면과 실리를 모두 놓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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