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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 외워서 뭐 하나...학습은 번뜩임이다" 40년 외길 전문가의 결론

입력
2024.03.22 12: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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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히로아키 '학습의 비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학습에는 의식보다 무의식적 메커니즘이 훨씬 강하게 작동한다"고 주장하는 책 '학습의 비밀'을 쓴 스즈키 히로아키는 40년 동안 지식과 학습의 작동원리를 연구한 인지과학 전문가다. 이 책은 지난해 사망한 그의 유작이다.

수십 년 동안 한 우물을 판 저자가 터득한 학습의 비밀은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창발(創發)'된다"는 것. 학습은 '중추의 명령에 의하지 않는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이 쌓여 형성된 창발 시스템'이라는 게 핵심 내용이다. 컴퓨터 키보드를 한 글자씩 느릿느릿 치던 사람이 어느새 의식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치게 되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어떻게 그게 됐느냐"고 물으면 "열심히 노력했다" 정도 외엔 명확하게 내놓을 수 있는 대답이 없다. 문제가 풀리지 않아 몇 시간 악전고투하는 중에 어느 순간 답이 번쩍하고 떠오르는 경우도 마찬가지. 책은 여러 실험을 통해 학습이란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감각의 협응에 따라 그때그때 만들어지는 '번뜩임'이란 걸 보여준다.

책은 오늘날 공부법에 대한 경종으로 읽힌다. 저자는 한국 교육부에 해당하는 일본 문부성의 주입식 교육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는데, 남의 얘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학생들은 초·중·고교 12년 동안 암기 위주의 단답형 학습, 어른들이 만든 입시지옥의 여정을 따라가느라 여전히 혹사당한다. 인공지능(AI) 시대 인재를 기르는 미래 교육이란 누군가 깔아놓은 레일 위를 나아가는 모방형 교육이 아닌데도 말이다. "교육 현장에서 끊임없는 상호작용과 다양한 시도를 통해 학생 스스로 목표를 만들고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책의 일침 앞에 거듭 반성하게 된다.


학습의 비밀·스즈키 히로아키 지음·주동진 옮김·여문책 발행·212쪽·1만8,000원

학습의 비밀·스즈키 히로아키 지음·주동진 옮김·여문책 발행·212쪽·1만8,000원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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