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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밀당' 나선 북한…"일본 약한 고리 삼아 한미일 분열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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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밀당' 나선 북한…"일본 약한 고리 삼아 한미일 분열 노려"

입력
2024.03.25 20: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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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납치 문제 안 돼. 정치적 결단해야"
기시다 "담화 보도 알지 못해"...일단 부인
전문가들 "회담 가능성 낮지만 양측 모두 대화 간절"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평양 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평양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이 정상회담을 제안한 일본을 상대로 '밀당'에 나섰다. 물밑 접촉 사실을 굳이 공개하며 '회담 가능성'을 띄우면서도, 자신들 약한 고리를 건드리면 '회담은 없다'는 식의 압박을 가한 것이다. 한미일 밀착에 위협을 느끼는 북한 못지않게 일본 역시 납북자 문제 등 해결을 위해 정상회담은 필요한 상황. 북한이 이를 이용해 몸값을 키우고, 회담 의제 설정의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5일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최근에도 기시다 (후미오) 수상은 또 다른 경로를 통해 가능한 빠른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우리에게 전해왔다"고 밝혔다. 일본 측 정상회담 제안은 물론, '최근에도' '또 다른 경로'라는 말로 물밑 접촉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제안에) 순순히 응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정치적 결단이 중요하다"며 "주권적 권리 행사에 간섭하려 들고, 납치 문제에 골몰한다면 (기시다의) 구상은 인기 끌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핵·미사일 문제나 납북자 문제가 논의되는 회담은 안된다는 데 명확한 선을 그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일 정상회담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공개 압박이라고 분석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비밀 접촉과 공개 압박이라는 이중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불발된 이후에도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한 적이 있다. 미국을 연일 비난하는 담화를 쏟아내다 갑자기 '실무회담' 의사를 밝히는가 하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호'를 쏘아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협상력 강화에 나섰다.

한국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일본과의 물밑 접촉을 슬쩍 흘리면서 '한미일 동맹'의 균열을 가하려고 한다는 분석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한국과 쿠바 수교에 대한 충격 회복 차원에서 일종의 '블러핑 효과'"라고 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북한연구학회 회장) 역시 "북일관계 개선을 징검다리 삼아 북미관계 개선으로 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남측을 배제하면서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도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상회담 성사 여부를 두고는 여전히 부정적 전망이 강하다. 북한이 조건 중 하나로 던진 납북자 문제만 해도 양측이 쉽게 양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역시 이날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김 부부장 담화) 보도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서도 "일본과 북한 관계, 납치 문제 등 여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상회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에 있어 정상회담의 핵심은 여전히 납북자 문제 해결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물론 '깜짝쇼'를 배제할 수는 없다. 일본 외교소식통은 "내부적으로도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조건이 성립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지만, 대화의 끈 자체는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했다. 물밑 접촉을 통해 합의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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