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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국가예방접종' 늘려야

입력
2024.03.31 18: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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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헌 교수의 건강 제안]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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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세 남성이 6개월 전 오른쪽 옆구리에 아프고 따끔거리는 느낌이 3일간 이어진 뒤 붉은 발진과 물집이 생겨 2~3주 정도 지속됐다. 개인 의원을 찾아 대상포진으로 진단을 받고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한 뒤에야 피부 병변은 사라졌다.

하지만 간헐적으로 피부를 쏘는 듯한 심한 통증이 반복되고 진통제를 먹어도 듣지 않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반복되고 있다. 이 환자 진단명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며, 미리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했다면 90% 이상 막을 수 있는 질환이다.

예방접종은 감염병을 예방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고 비용 효과적인 수단이다. 예방할 수 있는 질환에 노출되지 않아 이로 인해 초래되는 불필요한 고통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예방접종(NIP)을 시행하고 있다. 국가예방접종이란 국가가 권장하는 예방접종으로 지역사회 인구 집단의 면역 수준을 높여 질병 전파를 막기 위해 일정 수준의 예방접종을 권고하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초 ‘국가예방접종 도입 우선순위 설정 및 중장기 계획 수립’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관련 전문 학회 등으로부터 도입 필요 백신에 대한 수요 조사와 전문가 검토를 걸쳐 후보 백신을 선정하고 후보 백신별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2차례 평가를 시행했다.

평가 결과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확대, 고령층 폐렴구균(PCV13) 백신 도입, 인유두종바이러스(HPV) 9가 백신 도입, 고령층 대상포진 백신 도입 등으로 우선순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7년 65세 이상 고령인을 대상으로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이 시작된 이래 현재 인플루엔자 무료 접종 지원 대상은 생후 6개월~13세 어린이, 임신부, 65세 이상 고령인이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 19~64세 만성질환자 대상 인플루엔자 4가 백신 접종이 1순위로 나와 접종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인을 대상으로 '폐렴구균 23가 다당 백신 무료 예방접종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 더 효과적인 데다 폐렴을 비롯 침습성 폐렴구균 감염증을 예방할 수 있는 13가 단백접합 백신을 65세 이상에게서 우선 접종을 권고했다.

자궁경부암·외음부암·음경암·항문암·구강암·구인두암 등을 일으키는 HPV를 예방하기 위해 HPV 9가 백신을 도입하는 권고가 3순위로 나왔다. 기존 4가 백신에서 빠진 5가지 주요 HPV 유형이 추가되며 HPV 유전형에 대한 예방 범위가 70%에서 90%로 높아진 것이 9가 백신이다.

4순위는 기존에 국가예방접종에서 빠져 있었던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고령층에 대해 실시하는 것이다. 대상포진 합병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8~19%나 발생한다. 통증이 너무 심해 잠도 못 자는 데다 우울증에 빠져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재정 여력이 있다면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돼야 할 항목이다.

국가예방접종은 지속적으로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기에 지원을 확대하려면 질병 부담·백신 특성·비용 효과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예방접종은 감염병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고, 이를 통해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에도 보편적인 예방접종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예방접종 항목이 더 확대되면 좋겠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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