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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서 나가고 동중국해 얼씬 마”… 중국 제압하려 미·일·필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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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서 나가고 동중국해 얼씬 마”… 중국 제압하려 미·일·필 뭉쳤다

입력
2024.04.12 17:30
수정
2024.04.12 18:2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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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정상회의… 한미일 이어 또 3각
더 촘촘해진 격자형 대중국 포위망
필리핀 인프라 투자로 중국에 맞불
중국, 주중 일본 공사 초치 강력 항의

미국·일본·필리핀 3국 정상이 11일 미국 수도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의를 하기에 앞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워싱턴=AP 뉴시스

미국·일본·필리핀 3국 정상이 11일 미국 수도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의를 하기에 앞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워싱턴=AP 뉴시스

미국이 동맹들을 규합해 인도·태평양에 펼치고 있는 격자형 대(對)중국 포위망이 더 촘촘해졌다. 기존 한국·미국·일본 3각 협력 틀에 미국·일본·필리핀 파트너십이 추가되면서다.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안보·경제 동맹망 확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백악관에서 첫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한 뒤 ‘공동 비전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의 핵심은 남중국해 안보 협력이다. 세 정상은 성명에서 “우리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보이는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보급 차단과 필리핀 선박 항행 방해를 구체적인 불안 조장 행위로 지목했다.

중국은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 소송에서 지고도 줄곧 남중국해 90%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필리핀을 압박하고 있다. 필리핀 함정에 중국 해경선이 물대포를 쏘기도 한다. 이에 지난 7일 미국·일본·필리핀·호주 4개국은 함정과 군용기를 동원, 남중국해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연합 훈련을 벌였다.

세 정상은 성명에서 앞으로도 이런 형태의 3국 방위 협력을 진전시키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마침 3국 정상회의 전날인 10일 미국 상원에서 필리핀 국방 강화를 위해 25억 달러(약 3조4,000억 원)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초당적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일본과 중국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중국해 정세도 성명에서 우려 대상으로 거론됐다. 세 정상은 “일본이 장기간 평화롭게 관리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의 현상을 무력을 통해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중국의 어떤 시도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 좌초된 필리핀 폐군함 시에라 마드레. 10여 명의 필리핀 병사가 주둔 중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 좌초된 필리핀 폐군함 시에라 마드레. 10여 명의 필리핀 병사가 주둔 중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울러 정상들은 성명에 중국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경제적 강압에 긴밀히 공조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철도를 놓고 항만을 현대화하며 반도체 공급망을 조성하는 게 목표인 프로젝트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PGI) 루손 회랑’의 출범이 대표적 대책이다.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가 기반 시설 투자를 구실로 개발도상국에 과도한 채무 부담을 지운다고 보고, 대안으로 PGI를 제시한 상태다. 루손 회랑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들어서는 첫 PGI 회랑이다.

유럽 나토와는 다른 접근

미국·일본·필리핀 3자 협의 틀 신설은 중복되는 소(小)다자 협의체들로 중국을 에워싼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동맹 안보 네트워크 구상이 배경이다. 미국·영국·호주가 회원인 ‘오커스(AUKUS)’와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쿼드’가 이미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8월 미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3각 협력 플랫폼이 생겼고, 이번에 새로운 3자 협의체가 추가된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라는 단일 기구가 결성된 유럽과는 다른 접근이다.

공통적으로 해양 민주주의 국가인 세 나라는 전략적 목표와 이해관계가 비슷하다는 게 미국 측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재진에 “우리가 하나로 뭉칠 때 더 나은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질서를 유지·강화하려면 유사 입장국 간 다층적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3국은 민주주의, 좋은 통치, 법치를 향한 존중으로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 주중 일본 공사 초치 강력 반발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류진쑹 외교부 아주사장(국장)은 12일 주중 일본대사관의 요코치 아키라 수석공사를 초치했다. 이 자리에서 류 아주사장은 “일본이 워싱턴에서 미일 정상회담과 미·일·필리핀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에 부정적인 움직임(동향)을 보인 데 대해 엄정한 교섭을 제기('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를 의미)했다”고 밝혔다. 양경찰 함정을 동원해 일본과 영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 열도 인근 해상 순찰도 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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