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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 불법인데…일본 AV 배우 출연시키고 상 주는 한국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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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 불법인데…일본 AV 배우 출연시키고 상 주는 한국 예능

입력
2024.04.18 11:23
수정
2024.04.1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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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빠꾸 탁재훈' 출연한 오구라 유나, 예능상까지 수상
'SNL 코리아'는 시미켄 패러디
대중문화평론가 "음란물 홍보하는 효과 낼 수 있다" 우려

'노빠꾸 탁재훈'은 오구라 유나를 출연시켰다. 이 웹예능 속 오구라 유나는 아슬아슬한 입담으로 시선을 모았다. '노빠꾸 탁재훈' 캡처

'노빠꾸 탁재훈'은 오구라 유나를 출연시켰다. 이 웹예능 속 오구라 유나는 아슬아슬한 입담으로 시선을 모았다. '노빠꾸 탁재훈' 캡처

오구라 유나·시미켄 등 일본 AV(성인물) 배우들의 이름이 예능을 통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 AV가 불법인 한국에서 이들이 스타화되고 있다는 점이 꽤나 모순적이다.

웹예능 '노빠꾸 탁재훈'은 오구라 유나를 출연시켰다. '노빠꾸 탁재훈'은 이효리 제시 미미 등도 게스트로 함께한 적 있는 유명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오구라 유나는 아슬아슬한 입담으로 시선을 모았다. 자신이 출연했던 AV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야기하고 탁재훈에게 수갑을 채우며 상황극을 했다. 오구라 유나 출연분의 조회수는 1,100만을 돌파했다.

오구라 유나는 지난해 제31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시상식에서 EMN 예능상을 수상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말이 쏟아졌다. AV가 불법인 한국의 시상식이 성인물 배우에게 트로피를 수여해 활동을 독려하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낯선 일이었기 때문이다. 오구라 유나는 시상식 후 자신의 SNS에 "앞으로도 더 열심히 활동하고 여러분들께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겠다. 감사하다"는 글을 게재했다.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5에서는 시미켄을 따라 하는 코미디언 김원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연애 프로그램 출연자 시민켄으로 변신한 그는 "와타시(저의) 아랫도리가 365일 불끈불끈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가 "여기 있는 남자들은 웬만해선 (나를) 다 안다"고 하자 남성 출연자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오구라 유나는 지난해 제31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시상식에서 EMN 예능상을 수상했다. 오구라 유나 SNS

오구라 유나는 지난해 제31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시상식에서 EMN 예능상을 수상했다. 오구라 유나 SNS

일부 방송 프로그램은 AV 배우를 출연시키고, 패러디하면서 이들을 예능 스타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점은 한국에서 AV를 유포, 판매하는 것부터 불법이라는 사실이다. 단순히 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프로그램과 '노빠꾸 탁재훈' 'SNL 코리아'처럼 실존 AV 배우를 스타화하는 예능은 다르다. 후자는 국내에서 불법인 콘텐츠에 대해 호기심을 유발하고, 친숙함을 느끼게 만든다. AV 배우의 이야기가 담기는 예능이 인기 프로그램일 경우, 진행자가 유명할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진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AV 관련 사람들을 초빙, 혹은 패러디한 콘텐츠는 음란물을 홍보하는 효과를 낸다. 이러한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이 음란물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고 기존에 알았던 사람들은 더 친숙하게 느낀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뉴미디어 플랫폼 콘텐츠를 10대들을 포함한 젊은 세대들이 많이 보고 있다. 예능 콘텐츠가 음란물 홍보 기능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명 방송인이 나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자세는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미 국내에서 AV 배우들의 입지는 커지고 있다. 일본 AV 배우들이 출연하는 성인 페스티벌 개최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온라인상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성 상품화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찬성하는 목소리도 제법 크다는 점이 AV 배우들이 갖게 된 대중성을 실감하게 만든다.

'성진국'이라는 표현도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닐지 모른다. 파급력 큰 예능과 유명 연예인들이 앞장 서 AV 배우들의 스타화에 기여하는 현실이 씁쓸함을 자아낸다. 방송의 선한 영향력을 기대했던 시청자들도, 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도 한숨 짓고 있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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