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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이 '동조자'로 돌아왔다..."베트남 소설 드라마화, 한국인인 내가 적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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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이 '동조자'로 돌아왔다..."베트남 소설 드라마화, 한국인인 내가 적임자"

입력
2024.04.18 18:25
수정
2024.04.18 23:5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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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공개 미국 HBO 드라마 ‘동조자’로 복귀
“원작의 역설과 부조리, 아이러니에 유머 담으려
로다주 4인역은 미친 사람 취급할까 언급 꺼려”

박찬욱 감독은 "사춘기 때 존 르 카레의 소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를 읽고 첩보물에 빠져들었다"며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 공작을 기획하는 첩보원은 감독을 닮았는데 첩보물이 제 진로에도 영향을 준 듯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박찬욱 감독은 "사춘기 때 존 르 카레의 소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를 읽고 첩보물에 빠져들었다"며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 공작을 기획하는 첩보원은 감독을 닮았는데 첩보물이 제 진로에도 영향을 준 듯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우리는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 남한 안의 이념 투쟁에 주변 강대국이 개입한 전쟁까지 겪었습니다. 한국인이라서 적어도 미국인보다는 (베트남 소설 원작의 드라마를 연출할) 적임자라 생각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미국 HBO 7부작 드라마 ‘동조자’로 돌아왔다. 영화 ‘헤어질 결심’(2022) 이후 2년 만의 복귀다. 드라마 연출은 영국 공영방송 BBC와 함께 한 ‘리틀 드러머 걸’(2019) 이후 두 번째다. 그는 18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동조자’ 1, 2부 언론시사회를 열고 기자들을 만났다. ‘동조자’는 국내에서 지난 15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됐다. 매주 월요일 1회씩 방송된다.

사이공 함락 미국 망명자의 시선으로 냉전체제 성찰

‘동조자’는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탄 응우엔의 동명 소설(2016년 퓰리처상 수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베트남전 당시 남베트남 정부 비밀경찰 조직에 잠입한 북베트남 간첩 ‘캡틴’(호아 쉬안테)이 사이공 함락 후 미국에 망명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혼혈인 데다 미국에서 간첩 활동을 하며 정체성 혼란을 겪는 캡틴의 사연을 통해 1970년대 냉전체제를 돌아본다. 영국 배우를 통해 냉전 시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되짚은 ‘리틀 드러머 걸’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다. 공교롭게도 드라마 2편 모두 한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박 감독은 “둘 다 원작자(‘리틀 드러머 걸’은 영국 작가 존 르카레)와의 대화를 통해 집필 의도를 알 수 있었다”며 “제 나름 객관적인 관점으로 역사 속 사람들에 대한 존중을 담아 영화적 표현을 구사해 만들면 된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원작이 지닌 부조리성, 아이러니, 역설 등을 담으려 했다”며 “원작과 달리 유머를 최대한 넣었으니 많이 웃어달라”고 덧붙였다.

드라마 ‘동조자’는 남베트남 비밀경찰 조직에 잠입한 북베트남 간첩을 통해 냉전시절을 돌아본다. 쿠팡플레이 제공

드라마 ‘동조자’는 남베트남 비밀경찰 조직에 잠입한 북베트남 간첩을 통해 냉전시절을 돌아본다. 쿠팡플레이 제공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한국계 캐나다 배우 샌드라 오 등도 출연한다. 다우니 주니어는 미 중앙정보부(CIA) 요원과 ‘캡틴’의 스승인 미국 대학교수, 하원의원, 영화감독 등 4개 역을 연기한다. “각각의 역할은 조연에 해당하나 총 출연시간을 더하면 주연급“이다. 박 감독은 “네 사람이 스테이크하우스에서 함께 식사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들이 미국을 대표하는 얼굴들이고 하나의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기획 단계에서 한 사람이 모두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동료 프로듀서들로부터 미친 사람 취급 받을까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모두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어요. 연기할 배우로 다들 다우니 주니어를 꼽았어요. 드라마를 한 적도 없고 슈퍼스타라 기대 없이 제안했는데 다우니 주니어가 금방 하겠다고 의사를 밝혀 신나게 일을 시작했습니다.”

샌드라 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출연 "주연급 조연"

베트남계 배우들을 찾느라 공을 들였다. 박 감독은 “미국과 유럽, 호주, 캐나다 등에서 베트남계 배우 뿐만 아니라 베트남계라면 다 오디션 대상으로 생각하며 연기할 사람들을 찾아다녔다”고 밝혔다. 캡틴의 상관으로 또 다른 주연이라 할 ‘장군’은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웹디자이너로 연기를 처음 해 본 이다. 베트남 유명 영화감독이 캐스팅돼 첫 연기를 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이들이 힘들어 도망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며 “촬영 중 그들의 연기력이 성장하는 것을 느끼며 함께 성장한다는 즐거움을 많이 누렸다”고 돌아봤다.

박 감독은 7부 중 1~3부만 연출했다. 4부는 ‘두 교황’(2019)의 브라질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가, 5~7부는 영국 감독 마크 먼든이 각각 메가폰을 잡았다. 박 감독이 드라마 제작 전반을 관할했고 후반 작업까지 다 했다. 그는 “체력과 일정상 제가 다 연출하기엔 무리였다”며 “제가 각본을 쓰고 촬영장에 들려 모니터를 보며 같이 의논하는 등 ‘쇼 러너(Show Runner)’로서 할 일을 해 (드라마 전체의) 일관성은 담보돼 있다”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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