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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부상서 회복 임윤찬 "쇼팽 에튀드 앨범 발매, 10년간 속에 있던 용암 토해 낸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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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부상서 회복 임윤찬 "쇼팽 에튀드 앨범 발매, 10년간 속에 있던 용암 토해 낸 기분"

입력
2024.04.19 12:14
수정
2024.04.19 18:55
17면
0 0

19일 데카 레이블 첫 앨범 '쇼팽: 에튀드' 발매

피아니스트 임윤찬. 유니버설뮤직 제공

피아니스트 임윤찬. 유니버설뮤직 제공

"이 나이에 이 산(쇼팽 에튀드)을 꼭 넘고 싶다는 의지가 이 음반을 만든 것 같습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은 2년 전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 당시 "산에서 피아노만 치고 싶다"는 소감으로 화제가 됐다. 세계적 클래식 음반사 데카 레이블 데뷔 앨범인 '쇼팽: 에튀드' 발매일인 1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선 또 다른 의미로 산을 언급했다. 미국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NEC)에서 유학 중인 임윤찬은 보스턴에서 접속해 "쇼팽 에튀드는 어려서부터 들어 오고 연습했던 작품이기 때문에 10년 동안 속에 있었던 용암을 이제야 밖으로 토해 낸 느낌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오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는 '진정 위대한 예술은 일곱 겹 갑옷을 입은 뜨거운 용암과도 같다'는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소프로니츠키의 말을 게시했다.

최근 손 부상 소식을 알렸던 임윤찬은 "1~2주 쉬니까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고 피아노 치는 데 아무 지장도 없다"며 "또 무리하면 아파질 거라 좀 조절하면서 연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첫 스튜디오 녹음 음반으로 쇼팽 에튀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근본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근본 있는 음악가란 "자신에 대한 믿음이 깊게 깔려 있어 두려움 없는 표현을 하고 진실되면서도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가볍게 던지는 유머가 있는 음악가"와 "음을 치자마자 심장을 강타하는 연주를 하는 음악가"다. 임윤찬은 "심장을 강타하는 연주를 하는 음악가는 신이 내린 천재, 축복 받은 사람만 할 수 있다"며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은 매일 연습하며 진실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9일 미국 보스턴에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니버설 뮤직 제공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9일 미국 보스턴에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니버설 뮤직 제공


"밴 클라이번 콩쿠르 때 내 연주 진짜 내 모습 아니야"

피아니스트 임윤찬. 유니버설 뮤직 제공

피아니스트 임윤찬. 유니버설 뮤직 제공

임윤찬은 평균적으로 하루 6시간 피아노 연습을 하지만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매일 12시간씩 연습했다. 그는 '음표 너머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는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를 인용하며 "모든 곡을 연주할 때는 어떻게 표현할까를 치열하게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고민은 앨범 트랙 하나하나에 담긴 뒷이야기에서 묻어났다. 작품번호 25번 제7번은 두 마디를 위해 7시간 또는 그 이상으로 연습했다. 임윤찬은 "첫 음을 누를 때 심장을 강타하지 않으면 그건 연습이 아니다"라며 "첫 음이 심장을 강타한 느낌이 들 때 다음 음으로 넘어가고, 두 음을 연결해 다시 심장을 강타한 느낌이 들어야 다음 음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작품번호 25번 제9번은 왼손의 음계를 악보와 달리 친 마디도 있다. 그는 "이그나츠 프리드만이 다르게 친 걸 듣고 매력적이어서 시도했다"며 "앨범 디렉터(프로듀서 존 프레이저)가 다른 음을 치면 귀신같이 잡아내는 분이었는데 그분도 이 음은 특별한 왼손인 것 같다고 해 줬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임윤찬은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2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위상의 피아니스트가 됐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상징적인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미국 뉴욕 카네기홀 등에서 호평 속에 데뷔 리사이틀을 마쳤고,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이어지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변화가 크다. 그는 "콩쿠르라는 힘든 환경에서 딱딱해져 있었고, 갇혀 있던 느낌이 있어 밴 클라이번 콩쿠르 때 연주는 진짜 내 모습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무대 위에서 약간의 여유가 생겼고, 좋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윤찬은 리스트 '단테 소나타' 연주를 위해 출간된 모든 버전의 단테의 '신곡'을 읽었을 정도로 다독가다. 이번 앨범을 위해서는 알프레드 코르토의 '쇼팽을 찾아서'를 읽었다. 그는 "교육자로서의 쇼팽과 그의 외모, 말년의 삶 등이 큰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다음 레퍼토리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음표 뒤에 있는 내용을 찾는 시간은 사실 부족했지만 이 곡도 10년 넘게 내 내면에서 숙성시키고 있어 여름부터 준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윤찬은 손 부상으로 공연 취소를 공지하면서 예고한 대로 25·26·28일 마린 알솝이 지휘하는 미국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무대에 복귀한다. 국내에서는 6월 전국 순회 리사이틀을 연다.

임윤찬 '쇼팽: 에튀드' 음반 표지. 유니버설 뮤직 제공

임윤찬 '쇼팽: 에튀드' 음반 표지. 유니버설 뮤직 제공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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