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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스포츠영화는 없었다…테니스 이야기인가, 치정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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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스포츠영화는 없었다…테니스 이야기인가, 치정극인가

입력
2024.04.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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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로 그린 삼각관계 '챌린저스'
세 남녀의 밀당을 우아하고 아찔하게 표현
'콜바넴' 구아다니노 감독 신작...영상미 여전

테니스 선수 아트(왼쪽부터)와 타시, 패트릭은 성인 문턱에서 만나 미묘한 삼각관계에 빠지고 13년간 '사랑의 랠리'를 이어간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테니스 선수 아트(왼쪽부터)와 타시, 패트릭은 성인 문턱에서 만나 미묘한 삼각관계에 빠지고 13년간 '사랑의 랠리'를 이어간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24일 개봉하는 ‘챌린저스’는 정의 내리기 어려운 영화다. 테니스가 주요 소재다. 경기 장면이 수시로 등장한다. 하지만 스포츠 영화라 단정 지을 수 없다. 세 남녀가 주인공이다. 13년에 걸친 삼각관계가 펼쳐진다. 그러나 멜로 영화로 한정할 수 없다. 테니스 이야기인 동시에 러브 스토리이며 사랑 이야기이면서 테니스에 대한 영화다.

스타 부부 앞에 나타난 전 남친

아트(왼쪽)와 패트릭은 타시가 부부로 묘사할 정도로 어려서부터 단짝 친구였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아트(왼쪽)와 패트릭은 타시가 부부로 묘사할 정도로 어려서부터 단짝 친구였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동갑내기 타시(젠데이아 콜먼)와 아트(마이크 파이스트), 패트릭(조시 오코너)이 스크린 중심부를 차지한다. 타시와 아트는 부부다. 타시는 주니어 시절 세계 최정상 테니스 선수였다. 부상으로 일찌감치 은퇴한 후 남편 아트의 코치로 일한다. 아트는 성인이 된 후 실력이 만개했으나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패트릭은 주니어 시절 두각을 나타냈지만 성인 무대에선 2류로 전락한 테니스 선수다.

타시는 남편의 자신감을 심어준다는 목적(또는 계략)으로 아트를 챌린저(프로테니스협회가 주관하는 1급 대회 ATP투어보다 바로 아래 단계) 대회에 출전시킨다. 우연인지 타시의 계획대로인지 패트릭이 참가한다. 아트와 패트릭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으나 지금은 원수 같은 관계다. 패트릭은 타시의 전 남자친구다. 타시와 아트에겐 딸이 있다. 함께 광고를 찍을 정도로 명사 부부다. 아트는 삼각사랑의 승자인 듯하나 여전히 불안하다. 자신은 테니스 실력(이제는 신통치 않은)을 지닌 반면 패트릭은 남성적인 마력을 가졌다. 외면하고 싶은 기억이 있기도 하다.

아트는 친구의 연인인 타시를 넘본다. 철옹성 같던 타시와 패트릭의 관계에 균열이 일어나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온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아트는 친구의 연인인 타시를 넘본다. 철옹성 같던 타시와 패트릭의 관계에 균열이 일어나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온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아트와 패트릭의 테니스 대결이 이야기 기둥을 이룬다. 둘이 숨 가쁜 시소경기를 펼치는 사이사이 세 사람의 과거가 소환된다. 타시가 아트와 패트릭의 우정을 흔들게 된 사연, 패트릭과 타시의 사랑이 깨진 과정, 아트와 타시가 가까워진 진짜 이유, 패트릭과 타시의 정염 어린 비밀 등이 세 사람의 관계를 세밀히 알린다.

테니스는 세 사람의 농밀한 감정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며 이들 사랑에 대한 은유로 작용한다. 사랑은 테니스 경기의 박진감과 긴장의 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아트와 패트릭이 서로에 대한 질투와 시기가 강해질수록 경기는 긴박감을 더한다. 테니스에 사랑이 스며 있고, 사랑에 테니스가 녹아들어 있다.


13년 이어진 ‘사랑의 랠리’ 결과는

패트릭은 타시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테니스 경기에서 승리할까. 그는 사랑과 자존심 사이 갈림길에 선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패트릭은 타시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테니스 경기에서 승리할까. 그는 사랑과 자존심 사이 갈림길에 선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이탈리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가 연출했다. ‘아이 엠 러브’(2011)와 ‘비거 스플래쉬’(2016),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8), ‘본즈 앤 올’(2022) 등으로 대가가 된 이다. 애정(또는 치정)으로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들여다보고는 했던 그는 ‘챌린저스’에서 테니스를 사랑을 탐구하는 새 도구로 활용한다. 빼어난 영상미와 조화로운 음악은 여전하다. 패션잡지 화보 같은 장면들이 이어진다. 심장박동처럼 역동적인 음악이 예측불허 사랑의 감정이나 테니스공의 방향을 표현한다.

구아다니노 감독의 영화들이 늘 그랬듯 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내의 과거 연인이 등장해 부부의 삶을 뒤흔든다는 설정은 ‘비거 스플래쉬’를 닮았다. 치정의 농도가 진하고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비거 스플래쉬’와 달리 비릿한 느낌은 약하다. 타시와 아트와 패트릭의 관계는 경쾌하고 유쾌하며 우아하면서도 아찔하다. 구아다니노 감독은 테니스와 사랑 이야기의 결합이라는 이색적인 시도를 높은 완성도로 이뤄내나 정작 ‘챌린저스’를 만들기 전에는 “테니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한다.

제목 ‘챌린저스’는 챌린저 대회에 참가한 선수를 의미하면서도 삼각관계 속 아트와 패트릭의 위치를 상징한다. 사랑의 게임을 주도하는 이는 타시다. 타시는 사랑과 욕망의 파도 속에서 인생의 무게중심을 잡으며 두 남자를 제어한다. 아트와 패트릭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도전자들(Challengers)’이다. 두 사람이 타시의 마음을 잡기 위해 13년 동안 지속해 온 ‘랠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끝나는 듯하다. 아트와 패트릭은 남다른 삼각관계의 정체를 비로소 깨달은 걸까. 극장을 나온 뒤에도 계속 곱씹게 될 파격적인 마무리다.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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